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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파워 인터뷰 |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의 엑스포 유치 대역전 플랜

중앙일보

입력

“정부‧대한상의‧부산시 역할 분담해 개도국 표심 맞춤형 공략”


■‘Busan is ready’ 입증한 BIE 실사, 사우디와 박빙 판세까지 왔다고 자평
■엑스포 유치한 오사카의 전략 더 심화한 캠페인 마련, 기업과 같이 뛸 것
■원도심 재개발·가덕도 신공항 엑스포로 탄력 기대… 대통령 관심은 큰 힘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엑스포는 부산만의 잔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격을 올리고 균형발전을 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역설한다.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엑스포는 부산만의 잔치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격을 올리고 균형발전을 기할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역설한다.


부산광역시는 ‘2030엑스포추진본부 유치총괄본부’라는 조직을 따로 두고 있다. 박형준 부산시장이 2022년 8월 확대 개편을 지시했다. 종전 1과 2팀 체제에서 1국 4과 13팀 체제로 대폭 확대했다. 조유장 본부장이 실무를 관할하고, 그 윗선에서 이성권(54)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시스템을 총괄한다. 부산시가 경제적 측면에서 엑스포를 얼마나 중대한 모멘텀으로 설정하고 있는지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4월 2~7일 국제박람회기구(BIE) 실사단이 왔을 때, 이 부시장은 일정의 대부분을 동행했다. 그로부터 나흘 후인 11일 부산시청을 찾았다. 이 부시장은 “유치전 초기 단계만 해도 (우리보다 1년 먼저 준비한 사우디아라비아에 밀리는) 2:8 판세였다면, 지금은 거의 박빙 상태까지 따라붙었다”고 말했다.

엑스포 개최국 선정은 2023년 11월 171개 BIE 회원국 비밀투표로 이뤄진다. 이에 맞춰 부산시의 시계는 역산(逆算)으로 움직이고 있는 듯했다. 6월과 11월로 예정된 4·5차 프레젠테이션(PT)의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BIE 실사단 방문 기간 2030부산세계박람회 인프라와 유치 열기를 증명해야 한다는 절박함이 느껴졌다. 그 시험대를 거치며 부산이 얻은 자신감의 실체가 무엇인지, 이 부시장의 눈과 입을 통해 확인하고 싶었다.

“실사 받는 동안 하늘이 돕고 있다는 느낌”

2023년 4월 6일 해운대구 시그니엘 호텔에서 BIE 실사단은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의 엑스포 준비 상황을 극찬했다.

2023년 4월 6일 해운대구 시그니엘 호텔에서 BIE 실사단은 기자회견을 갖고 부산의 엑스포 준비 상황을 극찬했다.

4월 7일 BIE 실사단이 떠났다. 긍정적 평가가 많았다고 들었다.
“실사(實査)단이 사용한 단어를 보면 된다. 박형준 시장이 주재한 홀로그램 PT, 을숙도 생태공원과 엑스포 인프라 부지 방문, 오·만찬 행사, UAM(도심항공교통) 체험, 광안리 불꽃쇼를 같이 다니며 ‘어메이징(amazing)’, ‘엑설런트(excellent)’, ‘판타스틱(fantastic)’ 이런 말을 들었다. 4월 6일 기자회견에서 실사단은 ‘부산은 엑스포와 관련된 모든 준비를 갖추고 있다’라는 평가를 해줬다. 부산의 매력과 정부의 의지 그리고 시민들의 열망이 완벽하게 어우러졌다고 본다.”
4월 5일 부산에 비가 내렸다. 가뭄 해갈에 도움이 된 단비였지만, 궂은 날씨는 엑스포 홍보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었다.
“오히려 (사막 기후라 비가 내리지 않는) 리야드와 차별화할 수 있는 기회였다. 엑스포는 2030년 5월부터 6개월간 열린다. 부산의 봄·여름·가을이 다 담겨야 한다. 다만 (6일 밤) 불꽃축제를 못할까 봐 걱정했는데, 그날은 완전히 갠 산뜻한 봄 날씨였다. 하늘이 돕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BIE 의장 출신으로 실사단을 수행한) 최재철 주프랑스 대사도 ‘(2025년 엑스포 개최를 확정한) 오사카도 실사단이 왔을 때 비가 왔다. 좋은 징조’라고 얘기하더라.”

실사단을 감화시키기 위해 부산이 주력한 테마는 무엇이었나?
“자연과의 지속가능한 삶, 인간을 위한 기술, 나눔과 돌봄 등 세 가지 부제를 마련했다. 첫째, 도심 속 을숙도 생태공원을 보존하기 위한 부산 시민의 노력을 보여줬다. 둘째, 한국이 가진 기술력으로 선진국과 개발도상국 사이의 기술 격차를 극복할 수 있다는 비전을 제시했다. 셋째, UN 기념공원 방문을 통해 한국전쟁 당시 최빈국이었던 도시가 선진국으로 도약한 경험과 노하우를 전(全) 지구적으로 전수할 수 있음을 부각했다. 또 경쟁국들은 정부 관계자만 나와 실사단과 오찬·만찬을 했지만, 부산은 시민단체, 미래 세대, 다문화 젊은이들도 동참시켜 나눔과 돌봄을 실현할 수 있는 인적 자원을 강조했다.”
네덜란드가 부산 엑스포 지지를 선언했다. 노력이 점점 성과로 이어지는 분위기지만, 여전히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끄는 리야드가 강력한 것 아닌가?
“리야드도 세지만, 부산도 강해지고 있다고 설명하고 싶다. 윤석열 정부 들어와서 정부 차원의 적극적 추진 체계를 갖췄다. 또 대한상의를 필두로 글로벌기업들이 합류했다. 여기에 부산 시민을 중심으로 국민적 열망이 올라가며 해외에 전파되기 시작했다. 사우디는 초기에 선점한 국가들이 있지만, 확장이 잘 안 되는 정체 상태에 빠져 있다고 본다. 반면 우리는 계속 지지 국가를 확보해가는 상황이다.”
일각에서는 ‘평창이 동계올림픽을 치렀다고 지역경제가 확 살아난 것은 아니지 않으냐’며 부산 엑스포의 경제적 효용성에 대해 회의하는 시선도 있다.
“엑스포의 경제적 유발 효과가 61조원이다. 토지의 취득·보상 단계(2025~2027년)에서 9조7000억원, 부지 조성과 건축 단계(2027~2030년)에서 5조3000억원 그리고 박람회 개최로 46조원(부가가치 유발 효과 포함)이 추산된다. 또 50만 명 안팎의 취업이 이뤄진다. 무형적으로도 대한민국의 국격이 상승할 기회다. 산업과 문화 분야에서의 등록 엑스포는 한 달 안에 끝나는 월드컵, 올림픽에 비해 3배 정도의 경제 효과를 갖는다.”

“엑스포 치른 오사카보다 더 디테일한 전략”

2023년 4월 6일 윤석열(앞줄 왼쪽 두 번째) 대통령은 부산 벡스코에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열었다. 윤 대통령이 부산 엑스포 마스코트인 ‘부기’ 인형을 들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2023년 4월 6일 윤석열(앞줄 왼쪽 두 번째) 대통령은 부산 벡스코에서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열었다. 윤 대통령이 부산 엑스포 마스코트인 ‘부기’ 인형을 들고 있다. / 사진:대통령실

유치 열기를 전국적으로 끌어올리려면 ‘엑스포가 부산한테만 좋은 것이 아니라’는 점을 납득시켜야 한다.

“엑스포 유치를 통해 부산·울산·경남의 남부권에 또 다른 성장축이 형성되면 분산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 대한민국이 수도권 한 바퀴로만 가는 국가가 아니라 두 바퀴로 가는 정상적 국가 발전의 모양새가 나올 수 있다고 기대한다.”
일본 와세다대 대학원에서 공부했고, 일본 정계의 실력자 고노 다로의 비서로 일했던 이 부시장은 일본통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미 엑스포를 개최했고, 또다시 엑스포를 앞두고 있는 일본 오사카의 사례에서 우리는 무엇을 배워야 할까?

“실제 유치 과정에서 벤치마킹하고 있다. 박 시장이 지난해 10월 유치활동을 위해 오사카를 다녀왔다. 나도 올해에만 2월과 3월 두 차례 방문해 오사카가 BIE 실사단을 맞이한 이야기를 듣고 부산에 적용시킨 부분이 있다. 중앙유치위원회와 부산시가 실사 준비를 하며 국민적 열망을 보여주기 위해 디테일한 계획을 짤 수 있었던 배경이기도 하다. 지금까지가 포격이었다면, 이제부터는 백병전이 벌어진다. 구체적으로 일본에서 두 가지 조언을 해주더라.”
무슨 내용이었나?
“첫째, 개최국 선정 투표 3개월 전부터 (BIE 총회 개최지인) 프랑스 파리에 상주 체제를 만들어서 맨투맨 식으로 실제 투표에 임하는 각국 BIE 대사를 공략하라고 했다. 둘째, 많은 표를 가진 개발도상국을 대상으로 하는 맞춤형 공약을 제시하라는 조언이었다. 우리는 전쟁 경험을 겪은 최빈국이 선진국으로 도약한 노하우를 ‘부산 이니셔티브’로 압축했다. ‘부산 이니셔티브’는 각 국가가 직면하고 있는 물, 식량, 에너지, 기후변화, 보건·의료 등의 문제를 대한민국의 성장 경험과 기술을 활용해 공동의 해법을 모색하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 국가별로 맞춤형 프로그램을 거의 다 짜놓은 상태다.”
그 프로그램을 전파할 방편은?
“정부, 대한상의, 부산시가 삼각 체제로 역할 분담을 해야 한다. 어떤 나라는 기업이, 또 어떤 나라는 중앙정부 혹은 부신시가 가는 편이 도움이 될 수 있다. 분석을 통해 교섭 전략을 펼칠 것이다. 더 심화된 형태의 준비를 너무 많이 이야기하면 사우디에 정보를 줘버리게 될 수 있다(웃음).”
아무래도 한국은 일본의 사례를 참고할 수밖에 없다. 일본은 과거의 엑스포를 통해 어떤 효과를 누렸으며, 미래의 엑스포를 통해 어떤 효과를 기대하고 있나?
“일본은 패전국이었다. 미군의 포격을 받아 대도시까지 괴멸 상태였다. 전후 부흥 작업을 적극적으로 했고, 미국과 안보 체제를 구축한 이후 경제 성장에 매진했다. 1964년 도쿄올림픽을 개최하며 일본은 국제사회에 국력을 어필했다. 그 다음 1970년 오사카 엑스포를 통해 고도성장을 과시했다. 2025년의 오사카·간사이 엑스포는 버블이 터지고 난 뒤 성장이 침체된 상황과 연계된다. 일본도 지방 소멸의 문제에 직면해 있고, 우리만큼은 아니지만 도쿄 등 간토 지역 중심의 경제 성장 축이 형성돼 있다. 간사이 지역의 오사카도 그런 의미에서 ‘지방’으로서 고통이 있다.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하기 위해 오사카가 엑스포를 유치했다고 이해할 수 있고, 성공적 개최가 되면 간토 축에 맞서는 간사이의 경제 성장 축이 될 수 있다.”
일본에서도 도심 고밀화나 메가시티가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부산도 엑스포 유치로 도시 대개조, 부·울·경 메가시티를 위한 동력을 얻으려는 것이겠지만 현실적 난관이 적지 않아 보인다.
“쉽지 않아도 그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것이 부산시의 생각이다. 행정구역 중심의 분절적 지역발전 전략을 짜는 것은 수도권 일극주의의 폐해를 유지하는 꼴이 된다. 규모의 경제가 필요한 것처럼 행정통합 여부를 떠나 부·울·경의 경제, 교통, 문화, 관광, 교육 등에서 실질적 유대가 깊어지는 형태여야 한다. 권역별 메가시티가 대한민국의 발전 전략이 될 수밖에 없다는 방향이다.”

“엑스포는 부산의 도시 대개조와 연결”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BIE 실사 기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차량 2부제에 동참하며 환대를 보내준 부산 시민에게 감사를 표했다.

이성권 부산시 경제부시장은 BIE 실사 기간 엑스포 유치를 위해 차량 2부제에 동참하며 환대를 보내준 부산 시민에게 감사를 표했다.

가령, 울산이 메가시티를 통해 얻는 것이 무엇일까? 이 지점에서 설득력이 없다면 지금처럼 울산은 미온적일 수밖에 없을 텐데.
“울산은 GRDP(지역내총생산)가 전국에서 가장 높은 도시다. 경남 거제처럼 울산도 독자 생존이 가능하다는 인식도 있다. 하지만 이제 조선업도 국제분업구조로 가고 있다. 자동차산업도 수출 위주로 가야 하는데 물류비와 인건비가 비싸졌다. 석유화학이나 정유 분야도 마찬가지다. 그렇기 때문에 부산과 울산, 경남은 뭉쳐야 한다.”
엑스포 유치를 추진력으로 삼아 부산은 서쪽 강서부터 구도심을 지나 동쪽의 센텀까지 도시 대개조 플랜을 기획하고 있다. 경제부시장으로서 역점 사업일 듯하다.
“타 도시에서 부산으로 오는 분들은 대부분 해운대 밖에 기억을 못 한다. 그쪽은 서울에 버금갈 만한 성장을 이뤘다. 이제 남은 곳은 광복동, 중앙동, 서면 등 원도심이다. 그 다음은 강서구, 서구, 사상구 등 서부산이다. 서부산은 과거 부가가치가 낮은 제조업에 기반한 지역이었다. 첨단산업화하지 못해 침체돼 있었다. 이렇게 불균형한 상황을 극복할 수 있는 좋은 계기가 엑스포다. 엑스포 부지를 북항으로 정한 것은 아주 뛰어난 전략 중 하나라고 평가하고 싶다. 엑스포를 통해 북항 일대가 새롭게 거듭날 수 있게 되면 서면, 문현동을 중심으로 한 금융혁신지구와 연계가 이뤄지게 된다. 여기다 북항에 ICT 기반 스타트업을 넣으면 원도심은 금융과 정보통신, 관광, 상업, 주거가 어우러지는 새로운 지역으로 거듭날 수 있다.”
엑스포 모멘텀을 받는 또 하나의 이슈는 서부산의 가덕도 신공항이다. 박형준 시장도 총력을 기울이는 모양새다.
“가덕도 신공항은 원래 필요하지만, 엑스포와 연계되면 더욱 속도가 빨라질 수 있다. 중후장대 물류는 세계 2위 환적항이자 세계 7위의 컨테이너 처리량을 기록하는 부산항에서 처리하고, 경박단소 첨단 산업물류는 항공 물류로 처리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부산 서부 상권이 변화할 수 있는 계기다. 가덕도 신공항에서 북항~해운대 도심~오시리아 관광단지를 잇는 급행 철도를 계획하고 있다. 이게 실현되면 부산은 동서로 15분 안에 이동할 수 있는 도시가 된다.”

“尹 대통령의 부산엑스포 유치 열망은 ‘찐’”

엑스포 유치 여부에 따라 가덕도 신공항의 속도도 좌우될 것이라고 보는 시선도 있더라.

“가덕도 신공항은 불가역적이다. 이미 국회에서 토지 매입 보상에 관한 법안이 발의돼 법사위에 올라가 있다. 여야 간 쟁점이 없다. 또한 가덕도 신공항은 기재부가 관장해서 국토부와 협의해 예산을 결정하는 정부 재정사업이다. 시공 과정의 문제가 아닌 한, 엑스포 개최 여부로 기간이 늘어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본다.”
교육 등 소프트 인프라가 충족될 때 비로소 부산이 서울에 대응하는 축이 될 것이란 현실인식이 비등하다.

“영국 왕실학교 등 국제학교 유치를 추진하고 있다. 또 자율형 사립고나 공립고에 대해 박형준 시장과 하윤수 교육감의 뜻이 잘 맞는다. 내가 산업은행 이전 TF 팀장을 겸하고 있는데, 이러면 산업은행 등 공공기관에서 오는 분들의 자녀를 위한 교육 환경은 월등히 나아질 것이다.”
부산 엑스포를 향한 윤석열 대통령의 관심이 시간이 가도 식지 않는 것 같다.
“부산 시민 전체가 윤 대통령에게 감사할 일이다. 부산엑스포 유치위원회를 정부 주도의 국무총리 직속위원회로 격상시키고, 한덕수 총리와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이 공동위원장을 맡는 민·관 합동 추진 체계가 구축된 것도 대통령의 결정 덕분이다. 윤 정부 이전에 역대 어느 정부도 글로벌 메가 이벤트 유치를 국정과제로 채택한 적이 없다. 또 정부 유치위원회와 용산 대통령실의 연결고리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김윤일 미래전략비서관을 임명했다. 김 비서관은 직전 부산시 경제부시장이었다. 직함은 미래전략비서관이지만 실질적인 엑스포 전담비서관이다. 이번에 실사 마지막 날 총리 주재 만찬장에 대통령이 오셨다. 이를 위해 중앙지방협력회의도 일부러 부산에서 잡았고, 국무위원과 광역단체장들도 모았다. ‘부산에서는 엑스포에 한정한 안건만 잡으라’고 하셨다더라. 엑스포에 대해 윤 정부는 그야말로 ‘찐’이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최영재 기자 choi.ye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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