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정시비 없애기에 앞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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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한국 아마복싱 계에 처음으로 형제심판이 탄생한다.
깔끔한 심판복장과 세련된 제스처로 둘째가라면 서러워할「링 위의 멋쟁이」윤석한(54·경기도 연맹 부회장)·길한(길한·40·안양공고 교사)씨 형제가 바로 그 주인공.
형제복서로는 70년 방콕 아시안게임에 출전, 각각 은메달과 금메달을 획득했던 박형춘·형석씨 형제 등 더러 있었지만 은퇴 후에도 형제가 함께 링에 오르는 심판이 되기는 이들이 처음인 셈이다.
형제심판 탄생은 동생 길한 씨가 최근 대한 아마복싱 연맹이 실시한 90년도 연맹 심판시험에 합격이 내정됨으로써 이뤄졌다.
7남매 중 맏형인 석한 씨가 운영하던 수원 국제 권투 구락부에서 취미 삼아 틈틈이 복싱을 익혔던 막내 길한 씨는 중앙대(수학과)재학시절인 68년 어깨 넘어 배운 실력으로 전국체전에서 동메달을 따낼 만큼 복싱에 타고난 재질을 보였었다.
학업에 쫓겨 복싱을 포기했던 길한 씨는 5년간 수원 영복 여고에서 전공인 수학을 가르치기도 했으나 결국 복싱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해 교련으로 과목을 바꾼 뒤 복싱부 양성에 정성을 쏟아 왔다.
그가 배출한 대표적 선수가 올해 전국체전에서 금메달을 차지한 페더급 유망주 김종길 (김종길·경희대).
『많이 개선됐지만 아직도 지연·학연에 이끌리거나 유명선수에 대한 이유 없는 호의적인 판정 등 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조심스럽지만 판정시비의 핵심을 날카롭게 찌르는 길한 씨의 지적에 형 석한 씨는 심판으로 새 출발하는 동생 길한 씨에게 마음의 자세를 강조한다.
『공정한 심판을 위해서는 링의 열기에 덩달아 휩싸이지 않는 냉정한 마음가짐과 소신을 밀고 나갈 수 있는 용기가 절대 필요해요.』
문성길-허영모의 라이벌 전에서 패한 허의 깨끗한 승복 자세가 10여 년 심판생활 중 가달 인상에 남는다는 석한 씨는『아마복싱에서 판정시비를 없애는데 최선을 다하자』며 동생 길한 씨와 함께 다짐하기도. <유상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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