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백남기 농민 사망' 구은수 유죄 확정…김광호 기소 여부 영향줄까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고(故) 백남기씨 사망 사건으로 기소된 구은수 전 서울경찰청장이 대법원에서 유죄를 최종 선고받았다. 대법원 1부(대법관 노태악)는 13일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기소된 구 전 청장의 상고를 기각하고 벌금 1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18년 6월 7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혐의와 관련해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2018년 6월 7일 구은수 전 서울지방경찰청장이 혐의와 관련해 첫 재판을 받기 위해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 도착해 법정으로 향하고 있다. [연합뉴스]

백씨는 2015년 11월 14일 민중총궐기 집회에 참여했다가 경찰이 직사한 물대포에 머리와 가슴 윗부분을 맞아 넘어지면서 두개골 골절과 외상성 경막하 출혈 등 상해를 입었다. 이후 약 10개월 동안 의식불명 상태로 치료받다가 이듬해 9월 25일 숨졌다.

구 전 청장에 대한 1심과 2심의 판결은 엇갈렸다.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인한 사망 사고 발생 가능성을 구 전 청장이 인식할 수 있었느냐(예견 가능성)를 두고 판단이 달랐기 때문이다.

1심 결과는 무죄였다. 재판부는 구 전 청장에게 일반적인 지휘·감독상 주의 의무만 있을 뿐, 현장 요원에게 직접 지시하는 등 구체적 의무는 없다고 봤다. 재판부는 “구 전 청장이 위험한 상황을 인식하거나 보고받았을 경우에는 구체적 의무가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구 전 청장의 자리와 화면까지의 거리, 무전 내용 등을 고려하면 피고인은 종로구청입구 사거리에서 이루어지는 살수의 구체적인 상황을 인식하기는 어려웠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2심 결과는 달랐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사전에 집회가 과격한 폭력 행위 등 불법 집회가 될 수 있고, 경찰과 시위대에 부상자가 발생할 수도 있다는 점을 예상하고 있었다”며 “현장지휘관의 보고를 수동적으로 받기만 하거나 현장 지휘만을 신뢰하고 있을 것이 아니라 지휘권을 사용해 과잉 살수가 방치되고 있는 실태를 확인하고 필요한 조치를 해야 했다”며 양형이유를 밝혔다.

대법원은 원심의 판단이 맞다고 봤다. “피고인에 대한 구체적 주의 의무 위반을 인정하는 이상, 피고인도 각 현장 책임자의 과실과 합쳐 공동 책임을 면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대법원 관계자는 “경찰의 위법·과잉 시위 진압에 대해 최종 지휘권자의 주의 의무 위반이 인정되는 경우 직접 시위 진압에 관여한 경찰관과 함께 형사 책임이 인정될 수 있다는 선례를 제시한 판결”이라고 의의를 설명했다.

이날 판결로 이태원 참사로 업무상과실치사상 혐의를 받는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의 기소 여부에 대한 관심도 다시 환기되고 있다. 김 청장도 같은 ‘과실범의 공동정범’의 법리(여러 사람의 과실이 합쳐져 하나의 죄를 구성한다는 법리)에 따라 수사선상에 올랐기 때문이다. 기소될 경우 재판의 쟁점 역시 김 청장에게 보고된 정도와 김 청장의 위치 등을 고려할 때 사고 발생을 예측할 수 있었느냐의 문제로 귀착될 가능성이 높다.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마약범죄수사대를 방문, 마약음료 사건의 수사상황 및 대응에 대해 취재진에게 밝히고 있다. 뉴스1

김광호 서울경찰청장이 지난 7일 서울 마포구 마약범죄수사대를 방문, 마약음료 사건의 수사상황 및 대응에 대해 취재진에게 밝히고 있다. 뉴스1

지난 2월 서울고법 형사2부(부장 이원범)는 과거 세월호 참사 당시 초동 조치에 문제가 있었다는 이유로 같은 법리에 따라 김원일 전 123정장과 함께 기소된 김석균 전 해경청장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다. 여러가지 정황을 고려할 때 “김 전 청장이 세월호 침몰이 임박했는데도 승객들이 선내에 대기 중이라는 사실을 같은 업종에 종사하는 보통 사람의 주의 정도에서 예견할 수 있었다고 단정하기 어렵다”는 판단 때문이다. 결국 김 청장의 운명은 검찰과 법원이 구 전 청장과 김 전 해경청장 중 누구와 비슷한 상황에 있었다고 판단하느냐에 따라 갈릴 전망이다. 서울서부지검은 지난 1일과 5일 두 차례에 걸쳐 김 청장을 소환해 조사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