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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한전 적자는 한전만의 문제 아니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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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종호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

김종호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

지난해 32조원 영업손실을 기록한 한전이 올해도 위기다. 진정될 듯하던 국제 에너지 가격은 4월 초 원유 감산 소식에 다시 상승세이고, 액화천연가스(LNG) 가격 폭등을 촉발한 러시아발 전쟁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발전 연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현실을 고려하면 악재다.

한전의 주된 수입원은 전기요금이다. 작년 21.1%, 올해 1월 9.5%를 합하면 전기요금은 작년 이후 이미 32.6%나 인상됐다. 정책당국이 국민부담을 고려해 추가 인상을 보류한 것도 무리는 아니다.

문제는 적지 않은 전기요금 인상에도 한전의 재정 상황이 여전히 심각하다는 점이다. 한전 비용의 약 90%가 전기를 구입하는 데 지출된다. 2022년 전력구매비는 전년 대비 61% 상승한 93조원이었다. 통제하기 힘든 연료비 비중이 높고, 가격이 경직적인 전력시장 특성상 90조원을 넘어가는 고비용 구조에서 한전의 적자는 피하기 힘들다.

한전은 올해도 80조원 이상의 전력구매비와 7조원에 달하는 필수 투자비를 지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기요금 인상 없이는 빚으로 연명하는 ‘자금 돌려막기’가 올해 내내 지속될 것이다. 2023년 1분기에 발행한 전력채도 이미 8조원에 육박한다.

한전 적자는 이제 한전만의 문제가 아니다. 전력산업은 고용, 투자 등 전후방산업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크다. 지금도 12만 발전사업자와 2만여 공사업체가 있고, 탄소중립 생태계 등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전력채를 소화하는 금융시장의 혼란과 전기를 사용하는 국민의 피해는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한전이 무너지면 이 모든 것이 도미노처럼 붕괴되는 최악의 상황을 경험할 수도 있다.

연료비에 포함되는 개별소비세 등 제세부담금을 낮춰 한전의 비용부담을 덜고, 원전을 포함한 기저 전원의 활용도를 제고하는 등 전력산업 비용구조를 개선하는 정책당국의 대책이 필요하다. 물론 한전의 뼈를 깎는 노력이 병행되어야 할 것이다. 한전은 지난해 자산매각, 투자조정, 비용절감 등을 포함한 14조원 규모의 재정 건전화 계획을 발표했다. 기재부에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2022년에는 목표를 1조2000억원 초과한 3조8000억원의 재무개선 실적을 달성했고, 2023년에도 한전기술 지분 매각 등 1조5000억원 규모의 재무개선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개선을 위한 자구 노력을 차질 없이 이행해야 할 것이다.

국민도 우선 급한 불은 끄자는 심정으로 전기요금 인상의 수용도를 높여야 할 것이다. 한전은 지난 국제 에너지 가격 급등 시기에 국내 경제의 방파제 역할을 했다. 이제 함께 방파제를 보수할 때다.

김종호 부경대 경제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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