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무대 공포증·늦깎이 시작, 열정으로 이겨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8면

제49회 중앙음악콩쿠르가 지난달 31일 막을 내렸다. 1975년 중앙일보가 창간 10주년을 기념해 시작했고, 수상자로 소프라노 조수미, 베이스 연광철, 피아니스트 김대진, 테너 김우경을 수상자로 배출했다. 올해는 총 7개 부문에 567명이 참가, 그중 27명이 본선에 올라 17명이 1~3위를 수상했다. 1위 입상자들의 소감을 전한다.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 제49회 중앙음악콩쿠르 시상식. 왼쪽부터 첼로 1위 성예나, 피아노 2위 최이삭, 공동 3위 손민영·김여준, 바이올린1위 김다연, 플루트 1위 윤서영, KT&G 사회공헌실장 심영아, 성악심사위원장 한양대 이원준 교수, 중앙일보 대표이사 박장희, 박현주 교수, 작곡 공동2위 전다빈, 오은경 교수, 작곡 공동 2위 하태현, 이아경 교수, 성악 여자 2위 김도연, 양송미 교수, 성악 여자 3위 남예지, 유동직 교수, 성악 남자 2위 김재율, 손혜수 교수, 성악 남자 공동 3위 정태준·김지훈. [사진 콘텐트리중앙 문화사업부문]

지난달 31일 서울 마포아트센터 아트홀맥에서 열린 제49회 중앙음악콩쿠르 시상식. 왼쪽부터 첼로 1위 성예나, 피아노 2위 최이삭, 공동 3위 손민영·김여준, 바이올린1위 김다연, 플루트 1위 윤서영, KT&G 사회공헌실장 심영아, 성악심사위원장 한양대 이원준 교수, 중앙일보 대표이사 박장희, 박현주 교수, 작곡 공동2위 전다빈, 오은경 교수, 작곡 공동 2위 하태현, 이아경 교수, 성악 여자 2위 김도연, 양송미 교수, 성악 여자 3위 남예지, 유동직 교수, 성악 남자 2위 김재율, 손혜수 교수, 성악 남자 공동 3위 정태준·김지훈. [사진 콘텐트리중앙 문화사업부문]

“7세 때부터 첼로 음색에 애착 느껴”

첼로 1위 성예나

성예나

성예나

성예나(20·서울대3)는 2차 예선에서 베토벤 소나타 3번 전 악장을, 본선에서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을 연주했다. “평소 표현이 강하고 확실한 편”이라는 그는 “준비 과정에서 많이 성장한 것 같다. 뿌듯하고, 응원해주신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감사하다”고 했다.

성예나의 아버지 성윤용씨는 음악 밴드 ‘여행스케치’의 멤버였다. 어머니도 작곡을 전공해 어려서부터 다양한 음악을 들었다. “7세 때 시작한 첼로의 음역대가 넓고 음색이 따듯해 애착을 느꼈다”며 초등학교 4학년 때 전공하기로 결심했다고 소개했다. 예원학교·서울예고를 거쳐 서울대에서 스승인 첼리스트 김민지와 정선이로부터 “기교도 중요하지만 음악을 대하는 태도, 전달하고 싶은 바를 관객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배웠다”고 했다. 고3 때 크로아티아 자그레브에서 열린 안토니오 야니그로 첼로 콩쿠르에 참가해 공동우승했다.

중앙콩쿠르는 이번이 첫 도전이다. “과제곡들이 평소 자신 있게 연주하던 곡들과 거리가 멀어 배워보자는 생각으로 참가했다”고 했다. 중학교 때 무대 공포증을 겪어 트라우마처럼 남았지만 떨치기 위해 스스로 엄격하게 대하며 부단히 애썼다고 했다. 낯을 가리지만 솔직한 편이고, 맛있는 음식을 먹으며 친구들과 수다 떠는 걸 좋아하는 평범한 대학생이다. “무대 자체를 즐길 수 있도록 연주 경험을 많이 쌓고 싶다”고 했다. 앞으로 국제 콩쿠르에 도전하고, 유학도 갈 생각이다. “솔로이스트도 좋지만 실내악을 좋아해 실내악 팀을 꾸리고 싶다”고 했다.

“작년엔 2등…재도전할 가치 충분”

바이올린 1위 김다연

김다연

김다연

김다연(19·서울대1)은 지난해 중앙콩쿠르 바이올린 부문 2위 수상자다. 올해 또 도전해 우승을 거머쥐었다. “중앙콩쿠르는 재도전할 가치가 충분했다”며 “만사를 제쳐 두고 간절하게 연습했는데 우승해서 믿기지 않는다”고 했다.

부모님이 클래식을 좋아해, 어려서부터 잠잘 때도 클래식 음악을 들었다고 했다. 여섯 살 때 바이올린을 시작해 교회 오케스트라에 참가했고, 초등학교 2학년 때 콩쿠르에서 대상을 받은 다음 예술의전당 영재아카데미 오디션을 봤다. 예원학교·서울예고를 거쳐 서울대에 진학했다.

바이올리니스트 김다미의 제자로, “대학에서 너무나 많은 것을 배웠다. 무엇보다 철학적 가르침을 얻은 게 컸다”며 고마움을 표시했다.

1차 경연을 면제받은 김다연은 2차에서 베토벤 소나타 3번과 이자이 무반주 소나타 3번, 본선에서 브람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했다. “브람스 협주곡의 작곡 의도에 대해 연구하고 익히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 집중력 있게 노력했다”고 말했다.

김다연은 빠른 음악 이해력과, 처음 본 악보를 연습 없이 연주하는 초견(初見)이 좋다는 평을 받는다. “바이올린 하는 사람은 예민하다고 하는데, 전혀 신경질적이지 않다”며 “독실한 기독교 신자로 하트-하트 재단에서 연주와 봉사를 한다”고 했다. 팝 음악도 좋아해 힙합 장르에 관심이 많다. “졸업 후에는 독일이나 미국 쪽 유학도 계획 중이다. 무엇보다 해외 콩쿠르에 도전하고 싶다”고 했다.

“슬럼프 올 시간도 없이 종일 연습”

플루트 1위 윤서영

윤서영

윤서영

윤서영(18·서울대1)은 대학 입학 후 첫 도전이었다. “국내에서 가장 큰 콩쿠르에서 우승해 어안이 벙벙하다”며 스승인 플루티스트 윤혜리와 박의경, 피아노 반주를 해준 피아니스트 김석현, 가족들에게 고마움을 전했다. “마지막까지 집중의 끈을 놓지 않으려 애썼다”고 했다.

윤서영은 주변에 음악 하는 사람이 없어 출발이 늦었다. 초등학교 5학년 때 학교 오케스트라에서 취미로 연주했고, 중학교 3학년 때 레슨 선생님의 전공 권유를 받았다. 플루티스트 안드레아스 블라우의 리사이틀을 보러 간 게 결정적이었다. 자신도 그런 소리를 내고 싶다는 생각에 부랴부랴 덕원예고에 진학했고 서울대에 입학했다. “동급생과 비교해 떨어지는 부분이 많아 따라가기 위해 종일 연습하다 보니 슬럼프가 올 시간도 없었다”며 “힘들었지만 연습이 즐거워 한 번도 그만두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했다.

1차에서 보차의 ‘독주 플루트를 위한 이미지’ Op.38, 2차에서 텔레만 무반주 환상곡 중 네 곡과 뒤티외 소나티네를 연주한 윤서영은 본선에서 연주한 모차르트 플루트 협주곡 2번이 특히 힘들었다고 털어놓았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진심을 다해 모차르트의 감정을 이입하려 애썼다. 학교 수업을 병행하느라 자정까지 연습했다”고 했다.

자신과 스타일과 비슷한데도 배울 점이 많은 플루티스트 조성현의 연주를 평소 보러 다닌다고 했다. “졸업 후 유학을 생각 중이고 플루트 솔로이스트와 오케스트라 연주자를 병행하고 싶다”고 했다.

무대 위 눈빛부터 관객 압도해야

제49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 명단

제49회 중앙음악콩쿠르 수상자 명단

2023 중앙음악콩쿠르 본선 심사평

◆피아노=143명의 참가자 가운데 본선에 오른 세 피아니스트는 바흐의 작품 1곡을 포함한 50분의 독주회 프로그램을 차례로 연주했다. 세 명은 진지한 자세로 음악을 대하는 모습이 퍽 인상적이었다. 그러나 콩쿠르이기에 부득이 점수를 매겨 등수를 정했다. 세 명에게 조언한다면, 먼저 연주 장소도 악기의 연장선에서 다루어야 한다. 가령 잔향이 풍부한 장소는 그에 대응해 음의 길이와 페달의 양을 조절해야 한다. 곡의 흐름, 즉 한 프레이즈나 부분에서 다음으로 넘어가는 타이밍 또한 그 장소의 공명에 따라야 한다. 이런 장소의 청각적 ‘촉’은 하루아침에 터득되는 게 아니다. 전문 연주자로서 늘 염두에 두어야 하는 사항이다. 아쉽게도 1등이 나오지 않은 이유 중 하나는 연주자들의 테크닉은 탄탄했지만 해석과 흐름이 자연스럽게 얹어지지 않아서다. 음악성과 예술성은 시간이 지나야 비로소 얻어진다. 무한한 격려와 기대를 보낸다.

심사위원장 조재혁

◆작곡=작곡 부문 과제곡은, 피아노 독주곡으로 설치 5분 이내 인사이드(프리페어드 피아노)나 소품 사용이 가능하다는 제한을 두었다. 본선에 오른 네 편은 인사이드 기법 등을 음악에 제대로 녹여내느냐가 승패를 갈랐다. 결국 좋은 작품은 기법보다는 작곡가의 의도를 제대로 반영하는 게 중요하다. 숙련된 연주는 어려운 기법들을 다 소화해 내고 작곡가가 이야기하고자 하는 바를 충분히 전달한다. 공정한 평가를 위해 연주시간 제한을 뒀는데 벗어나는 작품이 있어 아쉬웠다. 예선·본선에 참여한 작곡가·연주가들에게 감사한다. 승패와 상관없이 음악에 대한 열의를 더하여 훌륭한 예술인의 길로 나아가길 바란다.

심사위원장 이인식

◆첼로=수많은 첼로 협주곡 가운데 차이콥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은 느린 악장과 빠른 악장이 고르게 들어있고 카덴차까지 있어서 연주자의 기량을 뽐내기에는 적격이라고 생각한다. 본선의 세 참가자 모두 훌륭한 연주를 했지만 좀 더 자기표현에 충실하고 곡을 풍성하게 잘 살려 화려한 연주를 해준 참가자에게 1등을 주었다. 참가한 모든 분께 앞으로의 건승을 기원하며 응원의 박수를 보낸다.

심사위원장 정재윤

◆바이올린=1·2차의 예선경쟁을 통과해 본선에 오른 세 명은 수준 높은 브람스 협주곡을 연주했다. 젊은 연주자들의 기량을 다시 한번 확인할 수 있었다. 김에셀은 음들의 유기적 조합이 촘촘해 매우 밀도 높은 소리를 낸다. 탄탄한 리듬과 잘 절제된 연주로 브람스 음악의 색채를 잘 뿜어냈다. 그러나 사소한 부분에서 집중력이 흐트러져 큰 아쉬움이 남는다. 김다연은 화려한 음색과 힘 있는 소리로 거침없는 연주를 들려줬다. 브람스 음악에서 요구되는 서정적인 내면, 갈등의 에너지가 더 나이가 들면서 무르익으리라 기대해본다.

심사위원장 피호영

◆플루트=모든 연주자가 테크닉이나 소리에서는 훌륭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이 자주 연주하는 모차르트의 경우 타성에 젖어서 음악적 호흡이나 분석이 잘 전달되지 않고, 급하게 들리는 경우가 있었다. 훌륭한 연주를 선보인 모든 연주자에게 응원을 보낸다.

심사위원장 이혜경

◆성악=경연 결과를 떠나 모든 참가자에게 박수를 보낸다. 연주자 각자에 대한 코멘트보다는 음악 선배로서 몇 가지 당부를 하고 싶다. 먼저 음악가는 무대에 등장하는 순간부터 걸음걸이와 눈빛 등 관객을 압도할 준비가 돼 있어야 한다. 콩쿠르에서 터덜터덜 걸어 들어오는 경연자는 사람들을 감동시킬 수 없다. 두 번째, 홀의 어쿠스틱을 잘 파악해 감안해야 한다. 예선부터, 세 번째로 같은 무대에 섰다면 소리가 가장 잘 전달되는 위치를 파악했어야 했다. 1위 수상자가 없는 오늘의 결과가 아쉽더라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더욱 정진하기 바란다. 끝으로 중앙음악콩쿠르의 공정한 심사와 철두철미한 운영 전통이 지속되기를 응원한다.

심사위원장 이원준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