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간중앙] 정치 초대석 | ‘여의도 족집게’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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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총선 앞두고 ‘비윤계’와 ‘비명계’ 중심 신당 창당 불가피”
‘윤심’ 개입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민주당 ‘이재명 리스크’에 민심 폭발 직전
폭주하는 거대 양당 구도는 한계 봉착… 정치색 떠나 강한 제3의 정당 필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2월 7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김상선 기자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2월 7일 서울 영등포구 당사에서 월간중앙과 인터뷰하고 있다. / 사진:김상선 기자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날카로운 안목으로 정치 현안과 향후 정계 구도를 예측해 ‘여의도 족집게’로 불린다. 조 대표는 “‘윤심’ 개입 논란을 빚은 국민의힘 전당대회와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리스크’에 민심이 폭발 직전”이라며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여야 모두 분당(分黨)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국민의힘에서는 ‘비윤계’로 찍혀 공천을 받지 못한 유승민, 이준석, 안철수계 의원 중심의 신당이 탄생하고, 민주당에서는 정통 민주정당을 내건 ‘비명계’ 중심 세력이 탈당을 강행할 것이라는 게 그의 관측이다. 조 대표는 “1987년 이후 40년 가까이 양당 구도가 고착화한 대한민국 정치가 이제 한계에 다다른 느낌”이라며 “보수든 진보든 더 강한 제3의 견제 세력들이 등장해야 국민은 안중에도 없는 거대 양당의 폭주를 막을 수 있다”고 말했다.

윤석열 정부 국정 지지율이 좀처럼 상승하지 못하고 있다.

“문재인 정부와 확실한 차별점이 없기 때문이다. 전 정권이 대단히 잘못한 게 코로나19 방역 규제 완화를 지나치게 미뤘던 점이다. 유럽처럼 1년만 더 일찍 방역 규제를 풀었다면 자영업자들이 이렇게 힘들어하지 않았을 것이다. 좌파 정권 5년 동안 소상공인과 자영업자 등 중산층이 완전히 무너졌다. 중산층 복원은 곧 건전한 비판 세력의 복귀를 뜻한다. 그러려면 문재인 정권 때 만연한 포퓰리즘 정책을 걷어내고, 그동안 자행된 악행과 악습을 뿌리 뽑아야 한다. 새로운 정책을 제시해야 하는데, 정권이 바뀌었는데도 안보 분야를 빼고는 오히려 전 정권을 계승하는 모양새다. 국민의 기대에 한참 못 미친다.”

경제 상황이 좋지 못한 것도 마이너스 요인이다.

“민생에 걸림돌이 된 전 정부의 소득주도성장 정책 등 잔재들의 뿌리가 너무 깊은 게 현실이다. 서민 살림이 더 팍팍해진 이유다. 윤석열 정부 경제팀은 제대로 짜였다는 평가가 많은데 워낙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동력이 안 붙는 것이다. 대통령 지지율이 50%는 돼야 힘을 받을 텐데, 국회 의석 수 약 180개가 왼쪽에 있다. 결국 국회와 소통을 해야 하는데 그마저도 윤핵관들이 막고 있다. 큰 문제다.”

윤 대통령, 정치 개혁 실패… TK 민심도 돌아서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72세 생일이던 2월 2일 대구 달성 사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건강과 명예회복을 기원하고 있다. / 사진:우리공화당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의 72세 생일이던 2월 2일 대구 달성 사저 앞에서 박 전 대통령의 건강과 명예회복을 기원하고 있다. / 사진:우리공화당

영남지역 정치에 밝은 것으로 안다. 요즘 TK 지역 민심은 어떤가?

“역대 어느 대선 때보다도 많은 지지를 해줬는데, 지금 보면 지지율이 30%p 정도 쑥 내려가버렸다. 민심이 돌아선 가장 큰 이유는 윤 대통령이 국민이 요구하는 정치 개혁을 하지 않기 때문이다. 대선 전만 해도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며 소신 있는 검찰총장 출신 정치 신인으로 비쳐졌다. 그런데 막상 뽑아놓고 보니 이건 아니다 싶을 정도로 실망감만 안겨주고 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던 사람이 윤핵관 등 대통령에 충성하는 이들을 주변에 둔다는 건 모순 아닌가! 무책임하고 무능한 데다 국민 뜻에 반하는 정치인들은 도려내야 한다. 그게 정치 개혁이다.”

노동 개혁에는 드라이브를 거는 모습이다.

“그것도 어렵다고 본다. 여야 간 협치가 안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명박 정부 때 성과를 거둔 게 노동 개혁이었다. 박근혜 정부 때 가장 잘한 부분이 공무원연금 개혁이었다. 나는 당시 양대 개혁의 주축 역할을 했다. 이명박 정부 노동 개혁은 당시 추미애 야당 의원이 파트너였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강기정 야당 의원과 힘을 합친 덕분이었다. 3~4개월간 여야 의원들이 대화와 타협, 의견 조율을 통해 이뤄낸 성과였다. 그런데 지금은 그때와 다르다. 여야가 서로 완전히 등을 돌린 상태에서 추진하는 노동 개혁은 구호로만 그칠 가능성이 높다. 게다가 지금 벌어지는 상황을 보라. 윤 대통령과 대통령실, 국민의힘이 구태정치 표본이 돼버렸다. 75년 정당사에 이런 경우가 없었다. 과거 청와대가 전당대회에 개입한다고 쳐도 누가 당대표가 됐으면 좋겠다고 내색하는 정도의 뉘앙스는 있었다. 이렇게 노골적으로 개입한 사례는 없었다. 대통령이 민주화 정당의 독립성을 침해해버렸다.”

총선이 1년 남짓 남았다. 여의도 정치권에 분당설이 나오고 있다.

“충분히 가능한 시나리오다. 김기현 의원이 당대표가 되면 비윤계에 대한 ‘공천 학살’에 들어갈 게 뻔하다. 국민의힘 현역 의원 중 30명 정도는 이미 자신들이 다음 공천을 못 받을 걸로 예상하고 있다. 유승민계, 이준석계, 안철수계 의원들이다. 국회의원이 자기 지역구에서 공천을 받지 못하면 가만히 있겠나? 김기현 당대표 체제가 되면 비윤계가 주축이 돼 내년 총선 전에 탈당한 뒤 신당을 창당할 가능성이 대단히 높다. 대통령실이 대통령의 적으로 콕 찍은 안철수 의원이 당대표가 돼도 문제다. 안 의원은 차기 대권 욕심이 있는 만큼 초기에는 윤 대통령과 손을 잡는 모습을 보일 것이다. 하지만 그리 오래가진 못할 것이다. 국민의당 출신들은 과거 탈당을 해본 이들이기 때문에 신당 창당과 관련한 두려움이 없다.”

국민의힘과 민주당, 결국 반으로 갈라질 것

‘여의도 족집게’로 통하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내년 4월 10일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친윤계와 비윤계, 친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이 극에 달해 여야 모두 분당(分黨)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 사진:김상선 기자

‘여의도 족집게’로 통하는 조원진 우리공화당 대표는 내년 4월 10일 제22대 총선을 앞두고 친윤계와 비윤계, 친명계와 비명계 간 갈등이 극에 달해 여야 모두 분당(分黨)할 가능성이 높다고 봤다. / 사진:김상선 기자

‘이재명의 민주당’은 어디로 가게 될까?

“민주당도 두 개로 쪼개질 것이다. 지금 호남 쪽 상황이 심상치 않다. 광주를 중심으로 이재명 체제로 계속 갔다가는 정통 민주당이 무너진다는 위기감이 확산하고 있다. 팬클럽 격인 ‘개딸(개혁의 딸)’들이 사라지지 않는 한 이재명은 대표 자리에서 물러나려 하지 않을 것이다. 이 대표만 내려오면 민주당이 내년 총선에서 승리할 수 있는데도 말이다. 결국 총선 승리를 위해 광주를 중심으로 ‘이재명 버리기’에 돌입할 가능성이 높다. 신당이 탄생할 거란 얘기다. 결국 국민의힘과 민주당 모두 반으로 갈라져 총선을 치를 것이다.”

그야말로 ‘정치빅뱅’ 시나리오다. 총선 이후 정국은 어떻게 될 것으로 보나?

“만약 윤 대통령이 내년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지 못하면 임기가 3년도 더 남은 상황에서도 국정 동력을 얻지 못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윤 대통령은 의원 내각제와 대통령제 요소를 결합한 이원집정부제를 택할 가능성이 높다. 야당에 국무총리를 비롯해 장관직 일부를 내어주고 국정을 운영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얘기다. 윤석열 정부 입장에서는 개혁 과제 실현을 위해, 야당 입장에서는 국회를 장악했지만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상황을 돌파하기 위해 여야 간 야합에 의한 이원집정부제를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해보자. 화천대유자산관리에서 근무하다 퇴사한 아들의 퇴직금 등 명목으로 50억원을 수수한 혐의의 곽상도 전 의원은 1심에서 무죄가 선고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때 경제공동체라는 용어를 윤석열 특검팀에서 만들어냈다. 제3자 뇌물죄니, 경제공동체니, 묵시적 청탁이니 이런 용어까지 만들어 박 전 대통령을 재판에 넘기고 20년 이상 형을 받게 했다. 50억 뇌물 무죄 판결을 살펴보면 김만배와 정용학 녹취록에 곽 전 의원이 아들을 통해 돈을 요구한 녹음 내용이 분명히 나왔다. 돈을 어떻게 전달할지 논의하는 내용까지 있다. 그런데도 무죄를 선고했다는 것은 국민의 법 상식에 재판부가 반기를 든 것이다. 이렇게 되면 이재명의 대장동 의혹 등도 무죄가 될 가능성이 있다.”

자녀 입시를 부정하게 도운 혐의를 받는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은 1심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다.

“조국 전 장관을 보면 재판 과정에서 반성하는 기색이 없더라. 조 전 장관은 물론 배우자 정경심 전 동양대 교수가 어떤 일을 벌였는지 국민이 다 아는데도 말이다. 딸 조민씨는 김어준의 유튜브 채널에 출연해 떳떳하고 부끄럽지 않게 살았다고 말했다. 국민 눈높이에서 보면 교육의 불공정 문제는 굉장히 화가 나는 대목이다. 반성하지 않는 조국 일가의 모습에 국민이 분노하고 있다.”

국회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을 탄핵했다.

“159명이 숨졌는데 담당 장관이 책임을 지지 않는다? 이런 나라가 있나? 법적으로는 책임이 없다고 해도 최소한 도덕적 책임은 져야 한다. 이 장관은 그만두라는 게 국민 정서다. 국민 눈높이에서 그 뜻을 따르는 것이 대통령 책무이기도 하다.”

이태원 참사 책임 회피·정치 악용 모두 문제

민주당이 이태원 참사를 정쟁화했다는 비판도 있더라.

“유족들의 아픔은 충분히 이해한다. 대형 참사에 대한 책임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지 못한 윤석열 정부에 있는 것이 맞다. 하지만 민주당도 이태원 참사를 정치적으로 이용해 오히려 역풍을 맞는 모양새다. 세월호 참사와는 성격이 다른 문제 아닌가! 다만 이태원 참사는 윤석열 정부에 분명한 책임 있는 만큼 이상민 장관 해임은 물론 윤 대통령의 진정성 있는 공식 사과가 필요하다.”

민주당은 ‘김건희 특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김건희 여사에 대한 특검은 민주당이 이재명 대표 검찰 수사에 대한 방탄용으로 추진하고 있기 때문에 현실화하기 힘들 것으로 본다. 요즘 내가 민주당 사람들 만나면 이 대표에 대한 사법 리스크와 김 여사에 대한 부분을 연결하면 연결할수록 당신들 스스로 초라해질 수밖에 없다고 조언해준다. 민주당은 적어도 이재명 대표 방탄에 대해서는 이제 방향을 전환할 때가 됐다.”

민주당은 국민의힘과 달리 건전한 내부 비판의 목소리가 있더라.

“이상민, 조응천, 박용진 의원 등이 목소리를 내고 있다. 그런데 공천 못 받을까봐 그런지 몰라도 소리를 확실히 내지는 않더라.(웃음) 그에 비해 국민의힘은 그럴 용기도 없는 것 같다. 정치하는 사람, 특히 국회의원은 옳지 않은 것에 대해 저항하는 게 맞다.”

최근 매스컴 노출이 잦더라. 특별한 이유가 있나?

“정치인들이 부끄러운 줄을 모른다. 줄만 잘 서면 공천받아 정치 생명을 연장할 수 있다는 생각에만 사로잡혀 있다. 국회의원 한 명 한 명이 독립적인 입법기관인데, 그 모습이 사라져버렸다. 지금 후배 의원들 행태를 보면 국민이 바라는 정치는 안중에도 없다. 의리도 없고 선배도 없다. 불의와 마주하고도 자기편이면 그냥 껴안아버리고, 정의롭더라도 반대편이다 싶으면 무조건 내친다. 내로남불을 넘어 조폭 같은 행태가 지금 정치 현실이다.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게 윤 대통령이라고 본다. 내가 언론에 나와 자주 쓴소리하는 이유다.”

내년 총선을 앞두고 우리공화당의 목표는 뭔가?

“한마디로 정치혁명이다. 5만 명 책임 당원을 앞세워 지역구에서 5석, 비례대표에서 5석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만약 국민이 보수 정당인 우리공화당에 30석만 내어준다면 국민의힘이 저렇게 오만하지 못할 것이다.”

- 최은석 월간중앙 기자 choi.eun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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