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상사 변신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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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해외영업 강화위해 조직 대폭 개편/2천년대 수출·수입·내수 비중 같게
국내종합상사들의 위상이 흔들리고 있다.
전반적인 수출부진 속에 제조업체들의 직수출경향이 가속화되면서 종합상사들이 설땅을 잃어가고 있다. 여기에 내수붐을 타고 작년이후 부쩍 수입부문을 늘렸으나,과소비 자제운동등 여론의 따가운 시선을 받아 이도 여의치 않은 실정이다.
「수출」하면 곧 종합상사를 연상해온 「수출첨병」으로서의 지위가 흔들리면서 새로운 모습으로 탈바꿈을 위한 몸부림이 전개되고 있다.
종합상사들의 수출부진은 국내전체의 수출경기 퇴조와 궤를 같이하지만 실상은 더 심각하다.
실제 올들어 10월말까지 삼성·현대·럭키금성·대우 등 7개 국내종합상사들의 수출실적은 1백87억8천만달러로 작년 같은기간에 비해 1.4% 증가에 그쳤다.
이는 같은기간 국내총수출증가율 2.9%에도 못미치는 것으로 이에 따라 국내전체수출중 종합상사들이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37%에서 올해는 36%로 떨어졌다.
종합상사들의 이같은 수출부진은 기본적으로 국내상품의 국제경쟁력 약화에 근거하지만 종합상사의 수출체제가 다품종 소량수출에 적합치 않은데다 제조업체들의 수출직거래등 탈상사화 현상에도 기인하고 있다.
또 수입부문의 확충은 소비재의 경우 과소비추방운동 등에 밀려 여의치 않고 원자재 수입부문에 진출을 시도해야 하나 미·일 등 메이저들이 이를 장악하고 있어 파고들기가 힘들어 고전의 연속이다.
이에 따라 작년이후 위상재정립,조직의 재정비 강화등 종합상사들의 변신노력도 한층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종합상사들은 우선 잃어버린 수출시장을 되찾기 위해 최근 해외영업을 대폭 강화시키는 쪽으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단행하고 있다.
삼성물산은 「스텝Ⅱ」,(주)대우는 「관리혁명」,럭키금성상사는 「심플업」이라는 이름으로 사무생산성 향상운동에 나서 각각 관리부문 인력 30%가량씩을 영업쪽으로 돌렸다.
이와 함께 종전의 품목별 영업조직외에 지역별조직을 잇따라 설치하고 있고 특히 현지화 전략을 과감하게 도입했다.
삼성물산은 이미 올들어 미·일·영국 등 3개국 지사를 해외본사로 독립시켰고 현대·대우 등도 현지지사·공장 등을 지역별로 묶어 대륙마다 지역본부를 설치 또는 강화하고 있다.
각 상사는 특히 미개척지인 공산권과 오일달러를 겨냥한 산유국,최근 급성장추세인 동남아 등을 특수 또는 전략지역으로 선정,적극적인 수출시장 다변화에 나섰다.
북경 및 모스크바에는 이미 7개 상사의 지사가 모두 입주완료하는등 북방쪽에만 올들어 지사 20여곳을 설치했고 내년에도 20여곳을 추가시킬 계획이다
이와 함께 완제품 수출대행업무위주에서 탈피,직접 해외투자와 제3국 거래중계등 영업방식도 다각화를 시도하고 있다.
88∼89년 40건이었던 상사들의 해외투자는 올들어서만 이미 40건에 이르고 있고 투자방식도 생산공장 건설외에 중소기업 동반진출·자원개발투자,프로젝트 수출에 의한 합작투자 등으로 폭을 넓히고 있다.
이와 함께 비대해진 조직을 더이상 수출만으로 버티기는 어렵다고 보고 내수·수입확대에 대한 관심도 최근 크게 높이고 있다.
아직 본격화되고 있지는 않지만 상사마다 현재 6대3.5대 0.5비율인 수출·수입·내수비중을 2000년대에는 일본처럼 각분야가 똑같은 비율이 되도록 맞춘다는 장기계획을 세우고 있다.
그러나 이 경우 중소기업업종을 침해하지 않기 위해 ▲수입은 완제품보다는 해외자원 또는 기술수입에 주력하고 ▲내수는 지방별 지사조직을 확대시켜 지역별 특성에 맞는 지역밀착형 신규사업을 발굴한다는 전략을 짜고 있다.<민병관기자>
◇종합상사 수출실적 1∼10월 (단위=백만달러,%)
89년 90년 전년대비증가율
총수출 50,508 51,963 2.9
종합상사 18,525 18,780 1.4
삼 성 5,220 5,086 ­2.5
대 우 3,225 3,212 ­0.4
현 대 3,845 4,291 11.6
럭키금성 2,404 2,317 ­3.6
선 경 1,217 1,297 6.5
쌍 용 1,428 1,351 ­5.4
효 성 1,185 1,226 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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