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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는 안 늘고 운전실력만 늘더라? 장롱면허 탈출한 사연 [퍼즐]

중앙일보

입력

[퍼즐] 서지명의 어쩌다 골퍼(11)  

골퍼에겐 운전이 늘 이슈다. 골프백과 보스턴백 등의 짐이 있어서이기도 하고, 골프장이란 곳이 주로 도시 외곽에 위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4명이 라운딩을 한다고 했을 때 동반자들끼리 짝을 맞춰서 이동하게 마련이다. 동반자 중에 4개의 골프백과 짐이 실리는 트렁크나 좌석이 큰 대형차나 SUV를 갖고 있으면 가장 좋다. 한 대의 차로 이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코로나19 이후로 골프 인구가 한창 늘 때는 소위 ‘국민 아빠차’로 불리는 한 대형 SUV 차량이 불티나게 팔리기도 했단다. 지금은 중단됐지만 한 모빌리티 플랫폼에서는 골프 전용 상품을 내놓기도 했다.

도심의 도로와 주차장 등에 초보운전을 알리는 다양한 문구의 스티커가 차량에 부착돼 있다.

도심의 도로와 주차장 등에 초보운전을 알리는 다양한 문구의 스티커가 차량에 부착돼 있다.

모든 게 골프 때문이다. 골프 덕분에 장롱 깊이 묵혀두었던 운전면허증이 드디어 빛을 보게 됐다. 무려 14년 만이다. 내가 운전을 멀리하게 된 건 끔찍한 도로주행의 기억 때문이다. 도로주행 시험은 5번 만에 울면서 패스했다. 한두 번 떨어지니 놀리던 지인들이 4번째 실격당한 뒤 울먹이자 오히려 위로했다. 그 위로가 마뜩잖았던 나는 운전면허 따위 없어도 잘 살겠다고 파워 당당하게 선언했지만, 조롱인지 위로인지를 떠나 거리 위의 다른 차들 때문에 무서워 다시는 운전대를 잡고 싶지 않았다. 모든 차가 나에게 달려들 것만 같은 생각과 함께 도로 위 무법자들이 빵빵거리며 손가락질을 헤댈 것 같았고, 공간지각 능력이 떨어지는 데다 타고난 길치이자 방향치인 자신을 믿을 수가 없었다. 서울은 대중교통이 너무 편하게 잘 돼 있기도 했다. 운전하지 않으면 눈과 손이 자유로울 수 있었다. 내가 감당하기엔 비싼 유지비, 빡빡한 주차공간 등 운전하지 않아야 할 이유는 차고 넘쳤다. 사실 그만큼 운전을 해야 할, 하고 싶은 이유도 많았지만 애써 무시하고 삼십여년을 살았다.

골프가 아니었다면 아마도 아직 내 운전면허증은 장롱에서 나오지 못했을지도 모른다. 골프를 시작한 이후로 차에 대한 생각이 간절해졌다. 코로나 덕분에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진 탓이기도 했다. 30대 미션 중 하나인 오너드라이버가 되자는 계획을 실천하기에 시간이 너무 안 남았기도 했다. 무엇보다 뚜벅이 골퍼에게는 운전이 간절했다. 나는 골프를 시작한 뒤로도 오랫동안 뚜벅이 생활을 했다. 그리 멀지 않은 곳은 택시를 타고 가기도 했고, 주로는 함께 라운딩을 나가는 동반자의 차를 타고 함께 가기도 했다. 주유비나 도로교통비를 지불하거나 밥이나 차를 사는 등으로 보답하고자 했지만 늘 신세를 지는 것 같은 느낌 때문에 같이 라운딩을 나가는 동반자들에게 괜히 민폐인 것 같아 눈치가 보였다. 아마도 지난한 눈치골프의 시작이 여기서부터였던 것 같다.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 부착된 주차 안내문

수도권의 한 골프장에 부착된 주차 안내문

골프를 시작한 이후 생긴 여러 가지 로망이 있는데 그중의 하나가 골프연습장이다. 날씨 좋은 한가로운 주말 골프백을 싣고 골프 연습장에 들러 트렁크에서 골프백을 꺼낸 뒤 한쪽 어깨에 메고 올라가 여유롭게 연습하는 모습이다. 이게 뭐 대단하냐 싶지만 뚜벅이에겐 쉽지 않은 일이었다. 운전을 하지 못하면 연습장을 갈 때도 운전을 하는 친구나 가족의 힘을 빌려야 한다. 골프를 주체적으로 잘 즐기려면 운전이 필수다.

또 하나 동틀 녘에 하는 운전이다. 어느 주말 이른 새벽, 동반자 차를 얻어 타고 골프장으로 가는 길이었다. 동반자는 미안하다는 말을 연거푸 하는 내게 “골프장에 가는 길에 하는 새벽운전은 내게 해방”이라고 했다. 이제는 나도 안다. 도로 사정이 한적한 새벽에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면서 떠오르는 해를 보며 운전하는 맛을 말이다. 물론 돌아오는 길의 사정은 다르다.

어느덧 오너드라이버 3년 차. 남이 해주는 밥이 제일 맛있듯, 남이 해주는 운전이 최고라고도 하지만 아직은 운전이 즐겁다. 연수를 받고 초반엔 시외 골프장은커녕 골프연습장 가는 길에도 헤매기 일쑤였지만 골프 덕분에 장거리 운전이 금방 늘었다. 강원도, 충청도, 전라도 할 것 없이 방방곡곡 누비고 다닌다. 주차는 여전히 어렵지만 말이다. 다만 안타까운 건 골프보다 운전 실력이 빨리 는다는 점이다. ‘뭐든 늘면 좋은 거니까’라고 위로해본다.

골린이 Tip

골프장 클럽하우스에서 주차하기

골프장에 들어오면 바로 주차장으로 가기 전에 클럽하우스 앞으로 가야 한다. 클럽하우스 입구에 도착해서 차를 세우고 골프백이 들어 있는 트렁크를 열면 골프장의 직원들이 골프백을 내린 뒤 트렁크를 닫아준다. 이때 운전자를 제외한 동반자가 있다면 먼저 내려 준다.

일반적으로는 직원들이 미리 골프백을 내려주지만 요즘 가성비를 내세우는 골프장의 경우 선 주차 후 직접 캐디백을 갖고 이동하게 하는 경우도 있다.

주차할 때는 후면주차 보다는 전면주차를 하는 게 좋다. 골프백을 싣기가 편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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