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기만의 논리로 해법을 생각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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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성수의 실전논술(6)

수능 시험이 끝났다. 결과와 상관없이 긴 세월동안 열심히 달려왔던 수험생 여러분께 진심으로 경의를 표한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고 노력했다는 그 사실 만으로도 여러분은 이미 인생의 값진 경험을 하고, 작은 승리를 거둔 셈이다. 하지만 시험이 하나 끝났다고 해서 마냥 마음 놓고 있을 수는 없다. 곧장 수시 2학기의 남은 전형들과 정시 논술이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이번 회에는 정시 논술을 위해 꼭 필요한 몇 가지를 제안한다.

# 대학마다 선호하는 논제가 있다
서울대와 연세대가 보이는 최근 경향에서는 논제가 노출되지 않는다. 따라서 학생들은 주어진 제시문 안에서 스스로 논제를 찾고 주제를 만들어가야 한다. 또한 논제를 풀어갈 때도 일반적인 통념과는 다른 방향으로 사고하도록 유도하는 경우가 많다.
'경쟁''인식론''불안''욕망'이 가장 최근 출제된 논제들이다. 고려대와 성균관대는'정의''질서''대중''대중문화'와 같은 인간 사회에서 부딪히는 현실적이고 윤리적인 논제들을 수량적인 도표와 함께 문제화한다. 반면 인문계열과 경영계열을 분리해서 출제하고 있는 서강대의 경우'인간의 정체성'이나'실존''문화'처럼 철학적이고 인문학적인 논제가 기본이 되면서'세계화'나 '법'과 관련된 논제가 추가되기도 한다.
이대와 숙대는 '가족''노령화 사회''남녀성비''민족주의''죽음'과 같은 사회적으로 민감한 주제들을 문제화하는 경우가 많다. 한편 중앙대·동국대·한국외대 지망자들은 최근의 시사적인 이슈들을 반드시 공부해야 한다. 최근 몇 개월 동안의 시사 문제가 논제화 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경희대의 논제는 기본적으로 탈근대의 철학을 바탕으로 한다는 사실을 반드시 기억하자. 독특한 구성과 방식으로 문제를 출제하는 한양대는 수험생들의 창의적인 사고를 중시한다.
각 대학의 문제 유형과 논제에 맞춰 어떤 주제들을 중점적으로 대비할 것인지를 고려하는 게 효과적이다. 가령 철학 일반에 중심을 둬야 하는지, 정치와 윤리 혹은 사회 문화에 집중해야 하는지, 아니면 시사 공부에 공을 들여야 하는지를 생각하면서 준비하면 도움이 될 것이다.

# 자기만의 답안을 준비하라
학원에서 배운 학생들이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없게 하겠다거나, 유사한 답안들에 대해 감점 처리하겠다는 대학 당국의 말 때문에 학부모와 학생들이 걱정하고 있다. 실제로 대학의 말처럼 그것이 당락에 결정적인 요인이 되는가 하는 문제는 논외로 하자. 그러나 학생들의 답안이 대부분 비슷하게 나온다는 말은 사실이다. 어쩌면 그것은 대학에서 출제하는 문제 자체가 이미 일방적인 답을 강요하기 때문일 수도 있고, 학생들 역시 상식적이고 획일적인 틀 속에서 배우고 자랐기 때문일 수도 있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소수의 학생을 뽑는 논술 시험에서 다른 사람과 구별되는 답안은 커다란 경쟁력을 만들어준다는 사실이다. 학원에서 제시하는 해결이나 모범답안이 아니라, 자기만의 해법이나 자기만의 대안이 가능하지 않은지를 끊임없이 생각해야 한다. 그리고 그것을 논리를 통해 독특하게 구성하는 훈련도 필요하다.
그러나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학생들이 자기만의 세계관을 가져야 한다는 점이다. 주어진 틀 속에서 정답을 찾는 수학능력시험과는 달리 논술은 자기의 생각을 직접 말하는 것이다. 세상을 이해하고 판단하는 자기의 관점 없이 남과 다른 답이 나올 수는 없다. 논술 공부란 결국 자기의 세계관을 만들어가는 과정이다.

# 매력적인 문구를 몇 개 마련하라
채점자를 사로잡기 위해서는 강한 인상을 남겨야 한다. 사소한 실수나 오류는 눈감아 줄 수 있을 만큼 매력적인 문구나 문장을 미리 준비하자. 촌철살인의 한 문장이 당락을 결정지을 수도 있다. 물론 그것이 꼭 문학적인 비유나 상징일 필요는 없다. 오히려 그것이 용어에 대한 정확한 정의나 논제에 대한 명확한 분석이라면 더욱 효과적이다. 논술문은 문학작품이 아니기 때문이다.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전에 말했던 것처럼 공부를 하면서 중요한 용어를 정리하고 암기해놓자.
하나 더. 글의 시작 부분에서 용어의 정의나 논제의 핵심을 밝히고 시작해보자. 채점자에게 강한 인상을 줄 수 있다. 물론 이런 방법은 높은 내공을 필요로 하긴 하지만, 정시 논술은 이미 어느 정도 실력이 있는 학생들끼리의 싸움이란 점을 명심하자.

# 예는 간략하게, 가능하면 논거는 명제를 통해 논리적으로
자신의 주장을 예시를 통해 뒷받침하는 것은 그리 좋은 방법인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 보통의 논술문이 1400자 안팎이라고 하자. 그 짧은 논술에서 예를 길게 나열하는 것은 글의 구성에도, 글의 논리를 뒷받침하는 데에도 그다지 큰 효과를 주지 못한다. 한 단락을 예시를 통해 모두 채우기보다는 일반적인 진술들, 논리적인 명제들을 통해 논리를 세우면서 짧게 예를 들어주는 것이 더욱 효과적이다. 그리고 영화에서 본 내용이나 자기 친구의 이야기처럼 자기만 아는 예는 논거로 사용될 수 없다. 예란 모든 사람에게 이해될 수 있는 구체적인 근거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 수능 점수는 논술로 뒤집힌다
수능 점수의 작은 차이는 논술로 뒤집힌다. 수능 점수와 상관없이 무리하게 상위권 대학을 지망하는 것도 문제지만, 수능 점수 때문에 아예 논술을 포기하는 것도 어리석다. 논술에 자신이 있다면, 작은 차이는 충분히 극복할 수 있다. 포기하지 말고 끝까지 최선을 다하면 반드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또박또박국어논술국어학원 고등부 대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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