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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와 BT 접목 힘쓰는 가천의대 조장희 박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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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조 박사가 가천의대에서 자신이 개발한 양전자단층촬영(PET) 기기의 모형과 함께 했다. 김성룡 기자

가천의대 조장희(70) 뇌과학연구소장은 퓨전(Fusion, 융합) 예찬론자다. 고희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연구실에 파묻혀 지내는 그는 매사에 퓨전을 강조한다.

뇌과학연구소에 모인 40여 명의 박사급 연구인력 또한 다양한 전공자들로 짜여져 있다. 의학.공학.물리학.생물학은 물론이고 심리학자까지 끼어있다. 조 박사는 매일 오후 3시 세미나실에서 커피타임을 반강제적(?)으로 갖는다. 서로 다른 전공자가 모여 얘기를 나누다보면 생각지도 못한 아이디어와 해결책이 생긴다는게 그의 지론이다.

"인생도 학문도 퓨전입니다. 새로운 무언가가 만들어지려면 반드시 퓨전이란 개념이 필요하죠."

그의 인생 역정도 퓨전의 연속이었다. 서울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한 뒤 전공을 바꿔 스웨덴 웁살라대에서 물리학 박사학위를 받았다. 순수과학과 공학의 퓨전에 성공한 것이다. 그 결과 1975년 미 LA캘리포니아주립대(UCLA) 조교수로 있으면서 암세포를 찾아낼 수 있는 진단장비인 양전자단층촬영(PET)을 세계 최초로 개발해 2001년 가을 미국 뇌신경학 교과서에 실리기도 했다. 그는 이 공로로 미 학술원 회원(의과학 부문)으로 지금까지 활동 중이다.

요즘 그는 가는 곳마다 정보기술(IT)과 바이오기술(BT)의 퓨전을 강조한다.

"IT 위주의 공학교육 커리큘럼에 BT를 결합하는 게 세계적인 추세입니다. 캘리포니아공대(칼텍)와 매사추세츠공대(MIT) 총장이 바이오 전공자라는 점을 간과해선 안됩니다."

그는 2004년부터 새로운 퓨전에 도전하고 있다. 미 어바인캘리포니아주립대(UCI)에 근무하던 조 박사를 가천의대가 스카웃하면서 부터다. 조 박사는 새로 세워진 이 대학 뇌과학연구소에서 뇌기능을 밝히는 데 주안점을 둔 PET와 선명한 구조를 보여주는 자기공명영상촬영장치(MRI)를 융합하는 작업을 추진 중이다. 바로 PET-MRI다. 가천의대는 이 프로젝트에 300억원 이상을 투자했다.

현재 PET와 MRI 가운데 가장 성능이 좋은 기기는 HRRT-PET와 7테슬라 MRI로 모두 연구용이다. 이들 기기는 세계 7곳의 연구소에 설치돼 있으며, 두 기기가 모두 설치된 곳은 뇌과학연구소가 유일하다. 조 박사의 명성을 믿고 제작사인 독일 지멘스가 적극 지원한 것이다.

조 박사가 이끄는 연구팀은 최근 혁혁한 성과를 올렸다. HRRT-PET의 영상을 컴퓨터로 재구성하는 데 지금까지 2시간 정도 걸렸지만 새로운 프로그램을 개발해 10분으로 줄이는 데 성공한 것이다. 이 결과는 곧 해외 유수 학술지에도 실릴 계획이다.

조 박사 팀은 또 7테슬라 MRI를 이용, 아무도 찍어보지 못한 숨골의 영상과 뇌졸중이 가장 빈번하게 발생하는 시상핵 동맥의 핏줄 영상을 생생하게 촬영하는 데도 성공했다.

조 박사는 "과거 혈관조영술을 통해서만 이들 미세 조직을 볼 수 있었지만 이제는 조영술 없이 바로 환자의 상태를 볼 수 있다"며 "새로운 뇌영상 시대가 곧 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심재우 기자<jwshim@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xdrag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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