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소비 추방·국민 저축 열 회복 급하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7면

국가경제가 향상되려면 저축률이 계속 증가해야 하는데 우리나라는 그와 반대로 해마다 저축률이 떨어지고 있어 정치·사회불안과 겹쳐 경제 앞날을 암담하게 한다. 한국은행이 집계한 민간저축률을 보면 저축성예금 증가율이 지난 86년 21.5%, 87년 20.8%, 88년 22.9%에서 89년에 19.9%로 낮아졌고 올 들어서는 더욱 낮아지고 있다고 한다.
우리나라가 이처럼 저축 증가율이 떨어지는 것은 과소비와 경제성장 둔화가 가장 큰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과거에 비해 약간 잘살게 된 것을 마치 부자라도 된 듯 착각 속에 빠져 있는 일부 몰지각한 사람들의 졸부근성 발동으로 사회 병리 화되어 이같은 과소비 풍조를 불러일으키고 있는 것 같다.
건전한 경제성장을 지향하려면 모든 국민이 부지런히 일하고 낭비하지 않으며 내일을 위한 투자재원으로 저축을 많이 해야 하는 데도 반대로 열심히 일은 하지 않으면서 쓰는데 골몰하고 더욱이 외제라면 마구잡이로 선호하는 경향을 나타내 국가경제가 걷잡을 수 없는 곤경에 빠지고 있다.
이러한 현상은 정치가 안정되고 사회불안이 제거돼야 미래지향적 국민심리가 저축률을 증가시킬 수 있는 것인데도 최근 우리나라 정치·사회의 전반적 혼란은 아무 것도 되는 일이 없게 만들어 놓고 있다.
실제로 푼돈 모아 저축해 봤자 그 돈으로 땅을 산다던가 집을 장만한다던가 하는 꿈은 엄두도 낼 수 없는 것이 현실이며 복권이나 부동산 투기 등 요행수를 바라보지 않고는 재산증식을 할 수 있는 수단이 없는 것으로 간주되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에 아예 저축심리는 영원히 멀어지는 것으로 비쳐지고 있다.
국가경제가 이대로 가다 보면 투자재원의 고갈로 외채에 의존하지 않을 수 없어 또다시 빚더미에 올라앉는 꼴이 되고 말 것이다.
따라서 정부는 이러한 국민의 저축 열 고갈을 빨리 치유할 수 있는 경제정책을 구상해야 하며 더욱 시급한 것이 과소비풍조억제와 외제선호사상의 배격이다. 지금 범죄와의 전쟁을 펼치고 있지만 이에 못지 않게 시급한 것이 과소비와 사치풍조 제거라는 것을 우리 모두는 알아야 할 것이다.
오영희<서울 서초구 방배1동 865의33>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