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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년 60여명 '피 묻은 음식' 사상자…고용부 이제야 "집중단속"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본사에서 SPL 평택공장 산재사망사고 희생자 추모행사가 열렸다. 오유진 기자

20일 오후 서울 서초구 SPC 본사에서 SPL 평택공장 산재사망사고 희생자 추모행사가 열렸다. 오유진 기자

지난 15일 오전 6시 20분 경기 평택시 SPL 제빵공장에서 20대 여성 근로자가 빵 소스 배합 작업 중 배합기에 끼여 숨졌다.

하지만 SPC는 사고 현장을 가림막으로 가리고 빵 생산을 계속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피 묻은 빵' 불매운동이 확산했다.

윤석열 대통령도 "법이나 제도나 이윤이나 다 좋지만,  사업주나 노동자나 서로 상대를 인간적으로 살피는, 최소한의 배려는 하면서 사회가 굴러가야 하는 것 아니냐"며 비판했다.

SPC그룹은 사태가 심상찮게 돌아가자  21일에서야 뒤늦게 허영인 회장이 대국민 사과문과 재발방지를 위한 안전경영 강화 계획을 발표했다.

그러나 사과 이틀만인 23일 경기도 성남시 삼립식품 샤니 제빵공장에서 근로자의 손가락이 절단되는 사고가 또 발생했다. 샤니는 SPC그룹의 뿌리기업이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허영인 SPC그룹 회장이 2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양재동 SPC 본사에서 평택 SPC 계열사 SPL의 제빵공장 사망 사고 관련 대국민 사과를 마치고 밖으로 나서고 있다. 연합뉴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지난 5년(2017~2021년) 동안 식품 제조 기계와 관련된 사고로 305명이 숨지거나 다쳤다. 6명이 사망했고, 299명이 부상을 입었다. 이런 실태는 SPC의 중대 산재 사망 사고가 사회적 문제로 등장하자 고용부가 부랴부랴 파악한 내용이다.

다친 사람 중 190명은  90일 이상 일을 못했다(휴업). 다쳐서 휴업한 근로자 중 183명(96.3%)이 SPC 사례처럼 '식품가공용 기계'에 끼여 다쳤다. 153명(80.5%)은 50인 미만 중소규모 사업체 소속이었다.

식품가공용 기계로 사망 또는 부상 당한 근로자 현황. 자료=고용노동부

식품가공용 기계로 사망 또는 부상 당한 근로자 현황. 자료=고용노동부

고용부는 이에 따라 식품 제조 관련 업체를 대상으로 집중단속에 나서겠다고 23일 발표했다. 10월 24일부터 12월 2일까지 6주 동안이다. 식품제조업 등 전국 13만5000여 개 사업장을 특정해 진행된다. 식품제조업이 3만5000여 개소, 안전검사 대상인 식품 혼합기 등의 기계를 사용하는 업체 10만 여개소다.

단속 대상 물품은 ▶지난 10월 15일 사망사고가 발생한 ‘식품 혼합기’ ▶이와 유사한 위험 기계·장비이면서 제조업에서 사망사고가 가장 많이 발생하는 12종의 기계물 ▶주기적으로 안전 검사를 받아야 하는 프레스, 크레인 등이다.

이번 집중단속은 성격에 따라 1, 2차로 구분해 추진된다. 1차(11월 13일까지)는 자율점검과 개선, 계도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2차(12월 2일까지)는 4000여 개소를 뽑아 ‘사용중지 명령’ 등의 강제력을 수반한 불시감독 형태로 실시한다.

특히 2차 단속에선 안전조치가 미흡한 경우 사용중지 명령, 과태료 부과 등의 행정 조치와 함께 '무관용 원칙'을 적용해 대표자를 입건하는 사법 조치를 병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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