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보리 결의 이행하는 문제 노 대통령에게 상기시킬 것"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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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베트남을 방문 중인 노무현 대통령(左)이 17일 하노이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 앞서 후진타오 중국 국가주석과 악수하고 있다.[하노이=안성식 기자]

노무현 대통령과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주석은 "북한 핵 문제 해결을 위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북한과 미국 양측이 신축성을 보이며 많은 접촉을 하는 게 긴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6자회담을 조기에 재개하고 9.19 공동성명 중에서 가능한 부분을 조속히 이행하는 게 중요하다는 데 의견을 같이했다.

노 대통령과 후 주석은 17일 오후(한국시간) 베트남 하노이에서 열린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양국이 인식과 전략을 같이해 실천적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이같이 합의했다고 송민순 청와대 안보실장이 밝혔다. 양국 정상은 "북핵 문제는 어떤 식으로든 협상을 통해 평화적으로 해결돼야 한다"며 "외교적 해결 방안이 6자회담 참가국 중 어느 나라보다도 한.중 두 나라의 이익에 부합한다"고도 했다.

특히 후 주석은 회담에서 "한국이 가진 독특한 지위를 활용해 미국과 북한 양측이 신뢰를 갖고 대화하도록 설득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으며, 노 대통령은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한 중국의 역할을 높이 평가한다. 더 많은 노력을 해달라"고 당부했다고 송 실장이 전했다.

후 주석은 논란이 되고 있는 동북공정 문제와 관련, "정치 문제와 학술 문제는 구분해 처리해 나가는 게 좋다"고 말했다.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차 베트남을 방문 중인 노 대통령은 18일 오후에는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을 하고 북핵 문제를 논의할 예정이다. 한.미.일 3국 정상회담은 북한이 농축 우라늄 핵무기 개발 계획을 밝힌 2002년 10월 이후 4년 만에 열린다.

◆ 대북 제재에 무게 둔 부시=부시 미 대통령은 하노이의 다른 장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노 대통령에게 유엔 안보리 결의 내용을 이행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겠다"고 말했다.

그는 회견에서 "북핵 문제에 대한 평화.외교적 해결의 기회가 생겼다"면서도 제재 쪽에 무게를 뒀다. 그는 17일 존 하워드 호주 총리와 회담을 마치고 하노이의 한 호텔에서 "세계가 유엔 안보리 결의가 제대로 이행되고 있는지 점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한 기자가 "(북핵 문제에 대해) 한국으로부터 충분한 협조를 받고 있느냐. 이 문제를 18일 회담에서 꺼낼 것이냐"고 묻자 "다시 한번 상기시킬 것(I'll remind)"이라고 답하기도 했다.

◆ 한국, 베트남에 3500만 달러 무상원조=한.중 정상회담 직후 노 대통령은 응우옌민찌엣 베트남 국가주석과 한.베트남 정상회담을 열어 '베트남 중부 지역 병원 건립 약정'을 체결했다. 향후 4년간 한국 정부는 대외 무상원조로는 사상 최대 규모인 3500만 달러를 지원하게 된다.

하노이=박승희 기자, 서울=김선하 기자 <pmaster@joongang.co.kr>
사진=안성식 기자 <ansesi@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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