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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리를 깨부순다” 중국, 미국과 치킨 게임 더 거세질 듯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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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09호 06면

16일 20차 중국 당대회, 시진핑 3연임 이후 향배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를 사흘 앞둔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 고가도로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엔 ‘봉쇄 대신 자유를, 영수 대신 투표를’ ‘독재자 시진핑을 파면하라’ 등의 글이 적혔다. 게시자는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사진 트위터]

중국공산당 제20차 당대회를 사흘 앞둔 지난 13일 중국 베이징 하이뎬구 고가도로에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비판하는 현수막이 걸렸다. 현수막엔 ‘봉쇄 대신 자유를, 영수 대신 투표를’ ‘독재자 시진핑을 파면하라’ 등의 글이 적혔다. 게시자는 현장에서 경찰에 체포됐다. [사진 트위터]

16일 개최되는 중국공산당 제20차 전국대표대회(당대회)는 중국의 최대 정치 행사 중 하나로 국내외 주요 정치·경제·외교 현안에 대한 기본 방향이 제시되는 자리라는 점에서 국제사회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특히 당대회 결과가 중국 내 권력 재편은 물론 미·중 갈등과 한·중, 북·중 관계 등 국제적 현안에도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는 점에서 한국에의 함의와 시사점 또한 작지 않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무엇보다 시진핑 당 총서기의 3연임은 사실상 확정적이다. 그와 리커창 총리를 제외한 중국공산당 중앙정치국 상임위원회, 이른바 ‘권력 서열 랭킹’ 안에 있는 위원 중 고령인 4~5명은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퇴임할 가능성이 크다. 리 총리도 이들과 같이 68세 퇴임 연령에 걸리지만 최근 중국 경제가 겪는 어려움으로 조심스럽게 잔류가 예상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번 당대회를 계기로 중국공산당 내 집단 지도부 체제인 중앙정치국 상임위원회 재조직이 불가피한 상황이다.

이 과정에서 권력투쟁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시진핑이 당권을 장악한 2012년 이후 부정부패를 명분 삼아 당 조직 및 제도 개편, 시진핑 사상 수립과 정풍 운동 등을 적극 전개하며 정적과 반대파를 거의 대부분 제거했기 때문이다. 지금 중국공산당 내에서 후계자로 거론되는 인물 대부분은 시진핑을 지지하는 추앙자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만큼 이번 당대회에서는 새로이 발탁되는 인물들이 과연 시진핑 후임자로 당의 지명을 받을 수 있을 것이냐가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시진핑 3기 권력 역학 관계의 기준

이번 당대회에서 시진핑의 후계자가 등용될지 여부는 몇 가지 전례를 통해 유추해 볼 수 있다. 우선 당권·정권·군권이란 이른바 ‘3권’에 가장 근접한 부주석직에 등용될 것이냐다. 1992년 장쩌민 시대 이후의 권력 유형은 중국의 최고 지도자가 3권의 최고위직에 등용되는 것을 전제한다. 당·정이 분리되지 않은 중국 정치 체계에서 최고 지도자는 당대표이자 나라를 대표하는 대통령, 즉 주석직을 겸해야 한다. 또한 중국의 군, 즉 중국인민해방군이 나라의 군이 아닌 당의 군이기 때문에 당대표가 군을 통솔하는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직까지 도맡아야 한다. 우리 대통령이 군의 최고 통수권자인 것처럼 중앙군사위원회 주석이 그런 셈이다.

공산당에서 차기 서기의 의미를 내포하는 직함은 중앙서기처 제1서기다. 정권에서 부주석은 국가부주석을 의미한다. 국가부주석은 당대회가 열린 이듬해 3월 전국인민대표자대회에서 선출된다. 군권에서는 중앙군사위원회 부주석을 뜻한다. 실제로 후진타오는 50세인 1992년 모든 부주석직에 올랐고 시진핑은 54세였던 2007년 부주석직에 등용됐다.

둘째는 중앙공산당 당교 교장직(총장) 등용 여부다. 과거 당교 교장은 당 서기처 제1서기가 겸직했다. 후진타오와 시진핑 모두 같은 전철을 밟았다. 그러나 지난 당대회에서 시진핑은 그의 측근이나 제1서기가 아닌 천시(陳希)를 임명했다. 그는 올해 70세로 퇴임 예정이다. 따라서 이번에 당의 제1서기가 당교 교장에 임명될지가 시진핑 ‘4연임’ 야망을 가늠할 수 있는 척도가 될 수 있다.

상임위원회에 선출되는 위원의 연령도 주목 대상이다. 특히 제1서기 연령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이들의 발탁 연령이 중앙 정치 무대에서의 정치 수업 기간을 결정할 것이다. 후진타오는 50세에 등용돼 10년간 중앙 정치 수업을 받았다. 그의 지방 정치 경력이 짧았기 때문이다. 반면 54세의 시진핑은 푸젠성 성장과 저장성과 상하이시 당서기를 역임하는 등 풍부한 경험을 갖추고 있었다. 이 같은 전례에 비춰볼 때 이번 당대회에서 시진핑 후계자가 발탁될 경우 55세 미만일 가능성이 크다.

시진핑의 정적이 거의 사라진 상황에서 이런 요건들을 충족한 인물이 등용된다면 시진핑 4연임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차이치·왕양·허리펑·후춘화·천민얼 등 현재 상임위원 후보로 거론되는 이들은 모두 60대다. 1970년대생 당 간부들은 대부분 현재 지방의 부성장급이나 부주석급에 불과해 상임위원회 진출 가능성이 매우 희박하다. 시진핑의 4연임이 현실적으로 가능하다고 관측되는 이유다.

“체제 경쟁 반드시 승리” 의지 다져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2일 중국공산당 제19기 7중전회를 주재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 12일 중국공산당 제19기 7중전회를 주재하고 있다. [신화=뉴시스]

시진핑 3연임 기간에 미·중 갈등과 경쟁이 지속될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진핑의 중국이 ‘체제 경쟁’을 벌이고 있기 때문이다. 시진핑은 2012년 당 총서기로 선출된 뒤 중국 사회주의 현대화의 완성을 위한 새로운 시대(신시대)에 진입했다고 선언했다. 이어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 재선되면서 사회주의 현대화 실현에 집중할 것을 천명했다. 그는 당시 발표한 ‘전면적인 샤오캉 사회의 필승으로 신시대 중국 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승리를 쟁취하자(決勝全面建成小康社會, 奪取新時代中國特色社會主義偉大勝利)’라는 당대회 보고서에서 이의 달성 시기를 2035년으로 알렸다. 이와 더불어 중국 건국 100주년인 2049년에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이 되는 목표를 달성하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2035년의 ‘사회주의 현대화’ 완성과 2049년의 ‘사회주의 현대화 강국’의 국정 목표 아래 시진핑의 통치 기반은 민주 진영과의 체제 경쟁과 전체주의·권위주의 복원에 있다. 이를 통해 사회주의 우월성을 입증해야 한다. 그의 신념은 2013년 1월 신진 중앙위원·후보위원들과 18차 당대회의 정신을 토론하는 자리에서 자본주의가 소멸될 것이라고 강조한 발언으로 나타났다. 2017년 19차 당대회에서는 사회주의 체제의 우월성을 입증하겠다는 결의도 발표했다. 2020년 9월 ‘제로 코로나’에 기여한 이들에게 표창하는 자리에서 이런 의지가 다시 드러났다. 그는 제로 코로나 정책의 성공 이유로 중국공산당의 지도력과 중국 사회주의 제도의 뚜렷한 우월성, 중화민족의 위대한 힘 등을 내세웠다.

이런 연유에서 시진핑은 대외 관계에서도 민주·자본주의 국가와의 관계를 체제 경쟁의 관계로 인식한다. 오늘날 미·중 전략적 경쟁 관계가 가치와 이념의 경쟁으로 치달을 수밖에 없는 이유다. 미국과의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다는 그의 신념은 19차 당대회에서 밝힌 것처럼 세계 권력 구도가 균형점에서 이탈하며 중국을 위시한 이른바 ‘반패권주의 평화 세력’에 힘이 결집하는 유리한 구조로 전환되고 있다는 인식에 근거한다. 중국이 대미 관계에서 ‘머리를 깨부순다’ ‘불에 타죽는다’ 등 강한 수사로 임할 수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이런 결의를 토대로 중국은 미국과의 무역 전쟁에서도 결코 물러서지 않는 ‘치킨 게임’을 펼쳤다. 미국의 ‘항행의 자유’ 원칙에 중국은 ‘9단선’과 ‘제1도련선’ 내 해역을 자신의 영해로 주장하며 맞섰다. 첨단 과학기술 영역에서도 제도와 규범을 무시하며 편취·탈취한다는 의심을 받고 있다. 2016년 국제중재재판소가 내린 필리핀과의 남중국해 영토 분쟁 중재안을 거부한 것도 자유 국제질서에 도전하는 것으로 인식됐다.

그럼에도 중국은 2019년부터 다양한 경로를 통해 자신이 다자주의와 자유무역에 기반하는 국제질서의 수호 세력이라며 오히려 자신을 견제·압박하는 미국을 수정주의로 비판하고 있다. 이념과 체제 경쟁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는 이 같은 중국의 일념이 지속되는 한 미·중 전략 경쟁은 갈수록 심화될 수밖에 없다.

한·중 관계, 사드 이전 상황 회복 힘들 듯

1992년 한·중 수교 이후 양국 관계는 중국공산당 집단 지도부의 성격보다는 중국공산당 정치 일정의 영향을 크게 받아 왔다. 중국공산당은 중국의 역사적 목표와 소명하에 확정한 정치 일정에 따라 역대 지도부를 구성해 왔다. 가령 1978년 개혁개방 노선이 확정된 이후엔 개혁파를 대거 등용했다. 2003년 제10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향후 20년을 ‘전략적 발전 기회’로 규명한 뒤엔 ‘기술 지도부’를 조직했다. 반면 오늘날 시진핑의 중국은 사회주의 우월성 증명과 체제 경쟁의 승리를 위해 공산주의 이념으로 무장한 세력이 집정하고 있다.

이런 노선에 따라 한·중 관계의 발전 양상도 달라졌다. 경제 발전에 집중했던 시기의 한·중 관계는 상호 보완적 경제 구조 속에서 비약적으로 발전했다. 하지만 체제 경쟁에 진입한 뒤론 한반도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는 쪽으로 중국의 대한반도 전략 및 목표도 바뀌었다. 이는 한국뿐 아니라 북한에도 동일하게 적용됐다. 그 결과 중국은 2013년부터 북한에, 2016년부터 한국에 제재를 가하고 있다. 한반도 분단 이후 남북한을 동시에 제재하고 나선 건 처음이다.

2017년과 2018년엔 남북한에 각기 다른 ‘3불’ 원칙을 내세우며 영향력을 증강시키고 있다. 한국엔 사드 3불, 북한엔 사회주의 국가 관계의 3불, 즉 북·중 관계의 공고화와 발전에 대한 확고한 입장, 중국의 대북 우호와 우정, 사회주의 북한에 대한 지지 불변의 원칙 등을 제시하면서다. 이는 북·중 관계 불변의 원칙을 의미하는 동시에 중국에 대한 신뢰를 북한에 회유한 원칙이라 할 수 있다.

미·중 전략 경쟁의 심화 속에서 한·미동맹과 한·미·일 군사 협력 강화는 체제 경쟁에 집중하는 시진핑의 중국과 대척점이 될 수 있다. 이런 이유로 한·중 관계가 사드 이전의 상황으로 회복될 가능성은 현재로서는 희박하다. 다만 미·중 전략 경쟁 속에서 양국 모두로부터 협력을 요구받는 상황은 우리의 지정학적·지경학적 가치가 상승하고 있다는 증거다. 따라서 한·중 관계의 발전 여지 또한 상존한다. 미국 주도의 전략 구상 참여에 우리의 목적·역할·기능과 의사 결정권만 분명하면 충분히 중국의 소통 창구가 될 수 있다. 중국과 여타 참여국과의 관계가 우리보다 좋지 않은 상황 때문이다.

그런 만큼 주변국 외교를 강화해 중국을 견제하고 이용하며 활용할 필요가 있다. 여기서 접점과 절충점을 찾고 대책을 강구해야 한다. 중국이 미국 주도 전략 구상에 한국이 참여하는 데 반대하는 것은 조급함과 초조감·불안감을 느끼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를 우리 국익에 유리하게 활용할 수 있는 호재이자 호기로 삼아야 한다.

주재우 경희대 중국어학과 교수. 미국 웨슬리언대를 졸업하고 베이징대에서 국제관계학 석·박사 학위를 받았다. 국가안보정책연구소 연구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한국국가전략연구원 중국연구센터장과 국방부 정책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팩트로 읽는 미중의 한반도 전략』 등 다수의 저서를 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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