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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얼어붙는데 갭투자 증가? 투기성 아닌 대출부담 때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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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부동산 시장이 급격하게 얼어붙었지만,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 비율이 서울에선 더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주택 가격 상승기의 투기성 갭투자라기보다는, 대출 규제가 여전한 상황에서 택하는 갭투자로 성격이 달라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3일 더불어민주당 박상혁 의원이 국토교통부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올해 1~8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 주택 매매 중 갭투자(임대보증금 승계) 비율은 31.7%로 나타났다. 2020년 36.2%, 지난해 34.3%에서 올해까지 비율이 차츰 줄고 있다.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그래픽=박경민 기자 minn@joongang.co.kr

전국에서 비슷한 추세가 나타났지만, 서울은 달랐다. 서울에서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 주택거래는 올해 1~8월 4만800여 건. 이 중 절반이 넘는 2만1763건(53.4%)이 갭투자였다. 주택 거래량이 대폭 줄어 갭투자 건수 자체는 감소했지만, 비율은 2020년 44.3%, 지난해 51.4%에서 더 높아졌다.

지역별로는 강서구에서 갭투자 비율이 67%로 서울에서 가장 높았다. 용산구에선 올해 들어 8월까지 자금조달계획서를 의무적으로 제출해야 하는 주택 거래가 837건에 그쳤지만, 이 중 560건(66.9%)이 갭투자였다. 이밖에 중랑구(64.5%), 양천구(63.6%), 송파구(60.0%)에서도 갭투자 비율이 60%를 넘어섰다.

함영진 직방 데이터랩장은 “대출 규제가 여전해 9억원이 넘는 주택은 대출받기가 어렵고, 9억원 이하라 해도 대출 총액이 많지 않다”며 “5~6%인 이자 수준을 고려했을 때 전세를 끼고 주택을 사는 게 나을 수 있어 갭투자가 이어지는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반면 경기도에선 갭투자 비율이 줄었다. 2020년 32.9%, 지난해 33.6%에서 올해 들어 8월까지 30.9%까지 내려왔다. 경기도 내 갭투자는 지역별로 격차가 크다. 과천에서는 올해 1~8월 자금조달계획서 제출 대상 주택거래(141건) 중 100건(70.9%)이 갭투자다. 전국에서 갭투자 비율이 가장 높다.

성남 수정구에서도 주택거래 484건 중 339건으로 무려 70%가 갭투자였다. 수정구의 갭투자 비율 역시 지난해 33.6%에서 급등했다. 고양 일산동구(53.4%), 성남 중원구(52.4%), 수원 장안구(53.2%)와 팔달구(51.6%)의 갭투자 비율도 50%를 넘겼다.

인천의 갭투자 비율은 지난해 36.3%에서 33.3%로 줄었다. 상대적으로 남동구(57.0%)와 계양구(54.0%)의 갭투자 비율이 높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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