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공­무협 손발 안맞는다/EC덤핑조사 관련정보 서로엇갈려(기자석)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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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유기적 협조 없고 시샘하는 인상 짙어
가뜩이나 수출이 안되는 판에 정부산하기관간에 해외통상관련정보마저 엇갈려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최근 KOTRA(무역진흥공사)는 냉연강판과 팩시밀리용지 등 7개 한국산 수출품에 대한 EC(유럽공동체)의 무더기 반덤핑조사 움직임이 있다는 발표를 내놓았다.
그러나 10일 무역협회는 KOTRA의 이같은 발표내용이 사실과 다르고,그같은 내용이 보도됨으로써 오히려 EC측의 불만을 초래,우리기업들이 불이익을 당할 가능성이 크다며 반기를 들고 나섰다.
KOTRA와 마찬가지로 브뤼셀 현지 사무소가 현지변호사를 통해 입수했다는 무역협회의 정보는 팩스용지의 경우 일본산만이 몇주내에 반덤핑조사가 시작될뿐 한국산은 아직 해당사항이 없으며,냉장고용 콤프레서 역시 한국업체에 대한 제소사실은 확인조차 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더욱이 KOTRA가 발표한 품목중 폴리에스터사는 폴리에스터파이버의 잘못이고 플로피디스크도 EC집행위와 현지 업체대표간 비공식협의만 있었을뿐 구체적 제소움직임은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우리가 가장 신경을 쓰는 냉연강판의 경우도 KOTRA의 주장처럼 당장 어떻게 되는 것이 아니고 현지업계와 우리측간의 협상이 실패할 경우 제소를 하겠다는 것이라며 KOTRA의 발표가 EC를 자극할 소지가 있다는 경고까지 했다.
그러나 무역협회 발표내용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은 EC가 최근 들어 한국산 수출상품들에 대한 수입규제를 위해 반덤핑조사등 다각적 대응책을 마련하고 있다는 데에는 KOTRA의 주장과 강도만 다를뿐 매한가지인 셈이다.
특히 팩시밀리용지등 일부품목은 양측의 주장이 다르지만 KOTRA가 각 품목을 제시하며 『제소를 준비중』이라고 발표한데 비해 무역협회는 『EC불만초래』운운하며 같은 품목을 놓고 『아직 제소는 안됐다』고 주장,EC동향보고에 선수를 뺏긴 것에 대해 시샘을 하는 인상마저 주고 있다.
해외정보에 어두운 국내 중소수출업체의 입장에서 보면 한숨이 저절로 나올 일이다.
가뜩이나 수출이 어려운 상황에 정부유관기관간의 유기적인 협조체제만이 난관에 봉착한 우리수출을 다시 회생시킬 수 있는 요체라는 사실을 두 기관 모두가 명심해 주었으면 한다.<이연홍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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