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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을 위한 국민의 기업] [기고] 저성장 시대 고용 창출의 핵심 … 중견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 강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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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세계 각국은 한 치 앞을 예측하기 어려운 경제사회 환경 변화에 노출돼 있다. 코로나19 팬데믹의 충격이 겨우 사라지나 싶었는데 올해 초부터 원자재 가격 상승으로 인한 인플레이션이 닥쳤다. 여기에 러시아가 촉발한 에너지 가격 불안정이 계속되면서 글로벌 제조업의 공급망이 위협에 처했다. 게다가 미국과 중국 간 기술 전쟁 여파로 자국 산업을 보호하려는 ‘울타리 치기’가 점점 노골화되는 분위기여서 우리 기업을 당혹게 하고 있다.

이런 어려운 환경에서는 채용 시장의 분위기가 좋을 리 없다. 기업을 경영하는 입장이라면, 통제하기 어려운 불확실성이 계속되는 상황에 대응하기 위해 선제적으로 연구개발 및 인력에 대한 투자를 줄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런데도 올해 국내 고용 시장 상황이 한파 수준에서 조금씩 벗어나고 있다는 점은 고무적으로 평가된다. 통계청에 따르면 15세 이상 64세 이하 고용률은 코로나19 사태가 한창일 때 급감해서 64%까지 떨어졌지만, 최근에는 5개월 연속 68%대 이상을 유지하고 있는 것으로 집계된다. 올해 들어서 전년 동월 대비 증가율이 2%대를 꾸준히 유지하고 있다는 점은 다행스러운 일이다.

경제 지표가 좋지 않은 상황에서도 점진적으로 고용이 회복되는 배경에는 중견기업의 선전이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중견기업이란 업종별 매출 규모가 400억~1500억원의 기업, 자산 규모가 5000억 원 이상 10조 원 미만의 기업을 말한다. 산업통상자원부 조사에 따르면, 이 기준을 만족하는 중견기업 수는 2020년 말 기준 5526개다. 국내 전체 기업 중 1.4% 정도다.

그렇지만 고용 측면에서 바라보는 중견기업의 존재감은 이보다 훨씬 커진다. 중견기업 종사자 수는 2020년 말 기준 157만8000여 명으로 전체 고용의 13.8%를 차지한다. 흔히 중견기업을 우리 경제의 ‘허리’라고 표현하는데, 고용만 놓고 보면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주체라고 할 만하다.

다시 말하면 결국 기업의 지속적이고 꾸준한 성장만이 안정적인 일자리 창출의 지름길임을 보여주는 지표다. 따라서 기업의 성장이 고용 창출로 직결될 수 있도록 많은 관심을 갖고 지켜보는 것이 필요하다.

그래서 한국산업기술진흥원(KIAT)은 매년 ‘월드클래스 잡 페스티벌’이라는 행사를 개최해 중견기업 청년 채용의 장을 마련한다. 이 채용박람회는 올해로 벌써 10회째를 맞았다. 지난 19일부터 일주일간 열린 이번 행사에서는 월드클래스 기업, 중견기업 후보 기업 등을 포함해 우수 중소·중견기업 69개 회사가 구인에 나섰다. 기업의 개별 채용 일정이 순차적으로 완료되면, 올 하반기까지는 500여 명 이상 신규 및 경력자가 일자리를 찾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기업이 성장하는 속도에는 한계가 있다. 그러므로 일자리 확대를 이미 많이 성장해버린 대기업에만 기대할 수는 없다. 실제로 전국경제인연합회가 매출 상위 100대 기업의 2019년과 2020년 성과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매출은 17% 늘었지만, 고용은 0.5%도 늘지 않고 제자리걸음을 했다. 이는 대기업의 좋은 실적이 추가 신규 채용으로는 이어지지 못한 셈이다.

이처럼 고용 없는 성장, 저성장 고착화가 우려되는 시대에 일자리 창출 측면에서 일당백의 역할을 소화하는 중견기업의 존재는 더욱 빛나고 든든해 보인다. 최근의 긍정적인 고용 흐름을 유지할 수 있도록 KIAT도 중견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을 강화해 나가겠다. 특히 매출 증가가 일자리 증대로 이어지는 선순환이 중견기업 섹터에서 많이 일어날 수 있도록 정부도 다양한 정책과 제도로 뒷받침해주어야 할 것이다.

민병주 한국산업기술진흥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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