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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염… 폭음/불면의 안면도/한때 전쟁터 방불… 부상자 속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5면

◎경찰 진입하자 주민들 격분/곳곳 불지르며 경관등 폭행
【태안=임시취재반】 안면도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건설을 반대하는 시위가 연 5일째 태안반도를 휩쓸고 있는 가운데 8일 밤 안면도 일대는 격렬한 방화시위로 폭음ㆍ연기가 시가지를 뒤덮고 부상자가 속출하는 등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경찰 진입에 자극받은 주민들은 공무원ㆍ경찰관 감금,지서방화 등으로 맞서 치안ㆍ행정기능이 마비됐으며 주민 5천명은 한때 읍사무소를 점거,경찰과 대치하는 등 공포의 밤을 보냈다.
◇방화=8일 오전11시 안면읍 승언리 시외버스터미널 광장에서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건설반대 궐기대회를 가진 주민ㆍ학생 등 1만여명은 산발적인 시위를 벌이다 오후6시쯤 읍사무소에 있던 방사성 폐기물처리장 건설 반대투쟁위원장 최석칠씨(39ㆍ안면읍 청년회의소장) 등 15명이 경찰에 연행된 데 자극받아 오후7시45분쯤 안면지서를 습격,청년 20여명이 불을 질러 전소시켰다.
청년들은 40평 단층 목조건물인 지서에서 주요 서류만 밖으로 빼낸 뒤 휘발유를 뿌리고 화염병 3개를 던져 불태웠다.
시위대는 안면읍 창기리 주유소 기름을 빼내 도로에 불을 질러 거리가 화염에 휩싸였고 낮12시30분쯤에는 인근 조계산에 있는 연구단지 조성부지로 몰려가 가건물ㆍ포클레인 2대를 불태웠다.
◇시위=시위대는 오후2시25분쯤 한전 안면출장소 앞에서 사복차림으로 정보 수집을 하고 있던 서산경찰서 정보과 오재규경사(42) 등 경관 두명을 붙잡아 각목 등으로 뭇매를 때리고 무전기 두대를 빼앗았다.
각종 유언비어에 자극받은 시위대중 청년 30여명은 오후4시40분쯤 안면지서를 1차로 습격,쇠스랑 등으로 출입문을 부수고 유리창을 모두 깼으며 인근 읍사무소에 세워져 있던 쓰레기차 1대를 빼앗아 몰고다니기도 했다.
쇠파이프 등으로 무장한 시위대는 이날 오후내내 읍내 일원에서 산발적인 시위를 벌여 치안이 마비됐다.
시위는 인근 태안ㆍ서산 등 태안반도 전역에 확산돼 태안읍에서는 이날 낮 남문리 코스모스체육관 앞 광장에서 학생ㆍ주민 등 3천여명이 규탄대회 후 가두행진을 벌였으며 서산시내 7개 고교생 3천여명도 오전11시쯤부터 동문리 광장에서 반대집회를 가졌다.
◇교섭=심대평 충남지사와 최영환 과기처 차관이 8일 오후3시쯤 헬기편으로 안면읍 인근 고남면사무소에 도착,주민대표와 면담을 요청했으나 거절당해 오후5시30분쯤 헬기 2대를 동원,『주민 동의 없이는 어떤 시설도 하지 않겠다』는 유인물을 공중 살포했다.
주민들은 『기만책』이라는 반응을 보이다 오후9시 TV뉴스에서 과기처장관이 『계획 백지화』를 발표하자 일부 수그러들기 시작했다.
◇진압=경찰은 시위대가 오후5시쯤 경찰의 진입에 대비해 소방차ㆍ청소차 1대씩을 탈취,한전 안면출장소 앞에 드럼통 등과 함께 바리케이드를 치고 저항하자 오후5시40분쯤 전경 9개중대 1천2백여명을 동원,다탄두 최루탄을 쏘며 바리케이드를 뚫고 진압에 나섰다.
경찰은 폐타이어에 불을 지르고 화염병을 던지는 시위대를 읍사무소에서 해산시켰으나 일부 주민들은 산발적으로 읍내 일원에서 시위를 계속,자정이 넘어서야 모두 해산했다.
경찰은 9일 아침 15개 중대를 동원,외부인들의 출입을 차단하는 한편 주민들의 시위ㆍ집회 등을 원천 봉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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