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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공동 기고

한·미 확장억제 협력이 북한에 주는 메시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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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

한·미간 확장억제 협력의 새로운 장이 열렸다. 북핵 위협의 고도화에도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해오던 확장억제의 내용이 구체적으로 발전하며 그 제도적 기반도 지난주 워싱턴에서 4년 8개월 만에 개최된 양국 외교·국방 차관급 확장억제전략협의체(EDSCG)를 통해 더욱 단단해지게 되었다. 지난 5월 미국과 양국 정상 차원에서 합의한 데 따른 것이다.

북한의 위협이 진화한다면 그에 맞설 억제력도 진화해야 한다. 주지하다시피 북한의 동향이 심상치 않다. 영변 등 주요 핵시설은 계속 가동 중이고, ‘대포동’이니 ‘화성’이니 하던 북한 미사일 종류도 이제는 일일이 기억하기 어려울 정도로 많아졌다. 며칠 전에는 새로운 핵 정책을 법제화한다고 발표까지 했다. 핵 보유 기정사실화를 넘어, 핵 선제 사용 가능성을 숨김없이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혹자는 북한의 핵개발을 대화 의도가 담긴 포석으로 해석하기도 하지만, 그런 안이한 인식이 오늘의 상황을 초래한 원인이기도 하다. 막연한 희망에만 매달려서는 안 되며, 대화의 문은 열어 두되 핵 억제력을 강화해 나갈 때다.

“북핵, 용인될 수 없고 억제될 것”
한국방어위해 군사역량 총동원
한·미간 협의 메커니즘 구축

신범철 국방부 차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

미국의 확장억제 공약은 한층 더 강력해졌다. 이번 회의에서 미국은 한국을 방어하기 위해 모든 군사 역량을 총동원할 것임을 재확인하였다. 기존의 핵, 재래식, 미사일방어 역량은 물론 우주·사이버·전자전 등 최첨단 역량인 ‘진전된 비핵능력’도 활용하겠다고 하였다. 아울러, 북한이 어떠한 방식으로라도 핵 공격을 감행한다면 압도적이고 결정적인 대응에 직면할 것이라는 경고도 잊지 않았다. 전술 핵무기나 생화학 무기도 예외는 없을 것이다.

전략자산 전개는 이러한 미국의 공약을 직접 보여줄 수 있는 효과적 도구다. 전략폭격기,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핵잠수함은 확장억제의 근간을 이룬다. F-35 등 5세대 전투기와 항공모함도 전략적 함의를 지닌다. 미국은 우리를 방어하기 위해 이런 자산들을 적시에 효과적으로 보내주기로 하였다. 아울러, 이에 대한 양국간 소통과 공조를 더 긴밀히 하기로 하였다.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가장 주목할 점은 종전 대북 메시지 중심의 확장억제 협력이 구체적인 군사적 협력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양국은 외교·정보·군사·경제 등 국력의 모든 요소를 활용하여 북한의 위협을 억제하는 방안을 논의하면서, 시나리오별 도상연습 등 군사적 차원의 훈련을 통해 전략적 대비태세를 강화하고, 동맹의 미사일 대응능력도 제고해 나가기로 했다. 우주·사이버 등 새로운 영역에서의 협력도 양국 기술 수준을 식별하며 상호 실질적 도움이 되는 세부 협력 방안을 논의하기로 하였다.

7차 핵실험 등 북한의 다양한 도발에 대해서는 상황별 구체적 대응 전략을 함께 검토하고 언제든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자고 하였다. 북한의 핵·미사일 위협이 어떻게 진화하든 다 억제하고 대응할 수 있도록 철저히 대비해 나가기로 한 것이다. 이와 함께 확장억제전략협의체 개최를 매년 정례화함으로써 동맹간 억제력 강화를 위한 정책적이고 제도적인 협의 메커니즘이 구축된 것도 이번 회의의 빼놓을 수 없는 성과다.

북한은 핵 개발만 완료되면 국제사회에서 지위도 높아지고, 한반도를 마음대로 좌지우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지 모르겠다. 크나큰 오산이다. 현실은 정반대로 흐르고 있다. 핵에 집착한 지난 30여년간 북한은 지구상에서 가장 가난하고 위험한 곳이 되었다. 반면 한·미동맹은 더없이 강력하고 단단해졌다. 북한은 핵에 골몰할수록 더욱 강한 제재와 압도적 동맹 억제력을 직면할 것이다. 스스로 자초한 현실판 안보 딜레마이자 자기모순이라 아니할 수 없다.

정부는 지난 8월 광복절 대통령 경축사를 통해 남북한이 비핵, 번영, 평화의 한반도를 함께 만들어가자는 담대한 구상을 북한에 제안한 바 있다. 자신들이 가진 핵·미사일이 갈수록 쓸모가 없어진다면 북한은 과연 어떤 길을 선택해야 할까? 이제 북한도 꿈에서 깨어 현실을 바라보아야 한다. “북핵은 용인될 수도 없고 반드시 억제될 것이다.” 이것이 이번 한·미간 확장억제 협의가 북한에 주는 확고한 메시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조현동 외교부 제1차관, 신범철 국방부 차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