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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그 영화 이 장면

헤어질 결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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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

지난 5월 칸영화제에서 감독상을 받긴 했지만,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에 자의적으로 상 하나를 추가한다면 편집상 부문을 추천하고 싶다. ‘공동경비구역 JSA’(2000)부터 20년 넘게 박 감독과 호흡을 맞춰온 김상범 편집기사가 ‘헤어질 결심’에서 보여준 트랜지션(transition·장면 전환) 테크닉은 유려하면서도 감각적이다.

영화 전체가 감쪽같은 바느질로 봉합된 느낌이랄까. 안약을 넣는 해준(박해일)의 눈은 죽은 기도수(유승목)의 눈으로 연결되고, 멀리 보이는 원전 건물은 그 앞에서 사진을 찍은 정안(이정현)의 신문 기사로 이어진다. 호신(박용우)의 명함 속 사진이 해준의 얼굴과 겹치는 대목도 재치 있다.

헤어질 결심

헤어질 결심

이러한 매치 컷이 만들어내는 재미와 함께, 상상력이 돋보이는 대목도 있다. 서래(탕웨이)를 감시하던 해준이, 컷이 바뀌면 서래의 집에 들어가 있는 공간 초월적 설정은 대표적이다. 시점 숏도 독특한데, 정안이 시장에서 생선을 고를 때 갑자기 죽은 생선의 시점으로 포착한 정안의 모습이 이어진다.

‘헤어질 결심’은 편집을 통해 독특한 긴장을 만들어내는데, 그 중 꼽고 싶은 대목은 ‘손’을 매개로 한 베드신이다. 정안과 관계하고 있는 해준의 시선에 포착된 음화 이미지는 엑스레이 사진으로 연결되고, 갑자기 움직이기 시작한 손의 뼈 이미지는 해준의 손으로 연결된다. 과격하지만 매력적인 숏의 흐름이다.

김형석 영화 저널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