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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께 연주해서 좋았어요” 꿈의 오케스트라 ‘설렘팡 희망톡’ 콘서트

중앙일보

입력

호르니스트 이석준과 협연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호르니스트 이석준과 협연하는 꿈의 오케스트라.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18일 오후 2시 송도 아트센터인천 콘서트홀. 무대 위에는 호르니스트 이석준(한국예술종합학교 교수)과 학생들로 구성된 오케스트라가 리허설 중이었다. 2022 꿈의 오케스트라 ‘설렘팡 희망톡 콘서트’의 마지막 날이었다.

한국판 엘 시스테마 ‘꿈의 오케스트라’ 첫 협연 콘서트 #호른 이석준, 바이올린 대니 구, 첼로 홍진호 등 참가 #꿈의 오케스트라 활동 후 음악의 길 걷는 학생도 늘어

문화체육관광부가 주최하고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이 주관하는 꿈의 오케스트라는 한국판 ‘엘 시스테마’로 불리는 프로젝트다. 베네수엘라의 ‘엘 시스테마’처럼 아동‧청소년의 오케스트라 합주 활동을 통한 발전과 성장을 돕는 사업이다. 2011년부터 시작된 ‘꿈의 오케스트라’는 현재 전국 51개 거점에서 2900여 단원이 활동 중이다. 학부모 사이에서는 아마추어 오케스트라 단원이 될 수 있는 가장 좋은 기회로 손꼽힌다.

‘설렘팡 희망톡 콘서트’는 꿈의 오케스트라 12년차를 맞아 진행된 협연 프로그램이다. 14개 지역 1000여 명의 아동・청소년 단원이 저명 아티스트와 함께 연주하는 추억을 쌓는다. 2일부터 5일까지 통영국제음악당에서 첼리스트 송영훈이 고창・부산동구・목포・세종・원주・평창・광주남구・창원 등 8개 거점기관 단원 약 500여 명과 협연했다. 이어서 16일부터 18일까지 아트센터인천에서 바이올리니스트 대니 구, 첼리스트 홍진호, 호르니스트 이석준이 협연을 맡고 공주・통영・군포・강릉・성북・오산 등 6개 거점기관 단원 500여 명이 참가했다.

이번 콘서트의 리허설과 본 공연은 무관중으로 진행됐다. 이석준이 협연한 이날엔 성북 지역 단원들이 연주했다. 어린 초등학생부터 몸집 큰 고교생까지 단원들 구성이 다양했다. 80명 단원 중 64명이 학생이었고, 지휘자인 문진탁 음악감독을 포함해 강사가 16명 끼어 있었다. 연주곡은 라인홀트 글리에르의 호른 협주곡 1악장. 지휘대에 선 문진탁 감독은 학생들에게 “호른 선생님 연주를 잘 들어야 해요. 맞는다고 우리끼리 그냥 가지 말고 맞춰서 가야 합니다”라고 주문했다.

첫 리허설 후 이석준은 “잘하는데요!” 라는 격려의 말로 운을 뗀 후 “앞쪽 단원들과 뒤쪽 단원들의 연주 간격이 같아야 합니다.” “글리에르가 우크라이나 출신이고 러시아에서 공부했거든요. 이 부분은 러시아 군대의 걸음걸이처럼 연주해주세요.” 이렇게 학생단원들에게 설명하며 리허설을 이어갔다. 나른하고 서정적인 부분을 합주하며 곡이 조금씩 자리를 잡아갔다.

리허설 뒤 본 공연에서 글리에르 협주곡은 훨씬 더 매끄러웠다. 행진하는 부분이 경쾌해졌다. 이어서 '어벤져스'와 '캐리비안의 해적' OST 메들리를 호른 협주곡으로 편곡해 연주했다. 후련하게 발산하는 영화음악을 연주하며 단원들은 신이 났다. 고사리 같은 손으로 지판을 그냥 짚는 초등학생 단원도 있었고 지판을 보면서 연주하기도 했다. 중학생은 조금 더 큰 손으로 비브라토를 연주했다. 각양각색 단원들이 저마다의 모습으로 한 가지 목표를 향해 함께 가고 있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꿈의 오케스트라에서 활동한 뒤 본격적인 연주자를 꿈꾸기도 한다. 꿈의 오케스트라 전북 부안의 바이올린 단원으로 10년 동안 활동하며 바이올린 전공을 꿈꾼 박은수(19) 씨가 그런 경우다. 음대 진학 준비 중 지난달 미국 로스앤젤레스에 다녀왔다. 두다멜 재단과 LA필 음악감독 두다멜이 진행하는 오케스트라 리더십 및 음악 훈련 프로그램인 '엔쿠엔트로스(Encuentros) 오디션'에 합격한 것. 22개국 100여명과 집중 마스터클래스, 워크숍, 할리우드볼 등에서 콘서트에 참여했다.

호르니스트 이석준(오른쪽)과 최민서 졸업단원과 함께한 꿈의 오케스트라.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호르니스트 이석준(오른쪽)과 최민서 졸업단원과 함께한 꿈의 오케스트라. 사진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

최민서(22) 씨는 고3 때까지 꿈의 오케스트라 익산 활동을 계속해서 호른 전공으로 한예종 입학의 꿈을 이뤘다. 2학년 재학 중으로 이석준 교수의 제자다. 이날 이 교수와 최씨가 나와 베버 ‘마탄의 사수’ 중 호른 4중주를 듀오로 편곡한 부분을 연주했다. 이후 단원들과 질문 답변 시간이 있었다.

공연이 끝나고 학생 단원을 만났다. 비올라 파트의 조윤진(숭덕초 6년) 양은 바이올린을 배우다가 3학년 때 어머니의 권유로 꿈의 오케스트라에 입단했다. 바이올린 신청한 사람이 많아서 비올라 단원이 되었다는 그는 “악보가 길고 어려워서 걱정했는데 잘 할 수 있어 좋았다. 1주일에 두세 번 합주했다. 처음에는 샤프나 플랫 같은 조표가 많아 어렵고 틀렸는데 계속 하다보니까 재미있었고 아이들과도 친해졌다. 언제까지 오케스트라 활동할지 모르지만 악기 연주하며 행복하게 보내고 싶다”고 했다.

클라리넷 단원 김지우(길음초 6년)는 “다른 악기 소리를 들으며 맞춰가는 게 흥미로웠다”고 했다. 바이올린을 한 동생이 성격이 예민해서 본인은 관악기를 선택했다는 그는 "셈여림 지키고 음정을 제어하는 게 힘들었고 집에서 메트로놈을 켜고 연습하니 점점 나아지는 게 느껴졌다"며 “음악에만 몰입해서 스트레스 안 받는 게 좋았다”고 했다.

이날 공연을 이끈 호르니스트 이석준은 “리허설 때 제 얘기를 잘 들어주고 집중하는 느낌이 좋았다”고 소감을 밝혔다. 뛰어난 영재를 발굴하는 것도 좋지만 함께 연주하는 경험을 통해서 사회성을 키울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관심을 갖는다는 게 중요하고 실력은 두 번째다. 이런 오케스트라가 많아져야 음악을 향유하는 인구도 늘어나고 소질 있는 학생을 발굴하는데 좋은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류태형 객원기자・음악칼럼니스트 ryu.taehyu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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