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홍성남의 속풀이처방

무속 신앙

중앙일보

입력 2022.08.04 0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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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무속 신앙, 무엇이 문제인가? 요즘 무속 정치에 대한 이야기가 회자되고 있다. 법사니 뭐니 하는 사람들이 뜬금없이 정치권에 발을 들여놓으면서 그런 이야기들이 떠도는 것이다. 물론 무속인들이 정치인들과 연관성을 가진 것은 어제오늘의 일은 아니다. 문제는 그들이 최고 권력층 옆에서 어슬렁거리는 낌새가 느껴지는 것이 정말로 무속 정치가 실행될까 봐 염려되는 것이다.

무속 신앙 중에서도 압권은 바로 점이다. 가톨릭 교회는 점을 보는 것을 금기시한다. 점이 주는 심리적 부작용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첫 번째 부작용은 지나친 의존이다. 점괘에 의존하다 보면 시간이 갈수록 의존도가 높아진다. 처음에는 제법 큰 사안에 대하여 점을 보다가 나중에는 일상의 사소한 것들까지 모두 점을 보게 된다. 간혹 정치인 중에는 비행기를 타도 되냐, 어디를 가도 되냐, 어떤 사람을 만나도 되냐는 등 아주 일상적인 것까지 물어보는 이도 있다고 한다.

정신적 기둥이던 무속인
돈과 권력에 집착하면
세상 보는 눈이 흐려져
건강한 무속인 살아나길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일러스트= 김지윤 기자 kim.jeeyoon@joongang.co.kr

두 번째 부작용은 불안의 강화이다. 점에 의존하게 되면 불안감이 점점 적어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더 커진다. 이런 불안감은 마음의 면역력을 떨어뜨려서 심각한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역경을 회피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비현실적인 방법으로 역경을 피하고자 하는 망상적 삶으로 몰아갈 수 있고, 종교적 망상 증세가 생길 수도 있다.

세 번째 부작용은 하위욕구에 대한 집착이다. 지나치게 점에 의존하는 사람들의 공통점은 사적인 욕구를 채우기에 급급하다는 것이다. 돈이나 권력을 획득하기 위한 점괘를 얻으려 하지, 큰 비전을 가지고 선행을 하기 위해서 점을 보는 사람은 없다. 큰 비전이 없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욕구를 채우기 위해 급기야 범죄 행위조차 스스럼없이 저지르게 되는 경우도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미얀마 군부이다. 미얀마는 불교 국가이지만 미신을 믿는 풍조가 강하다. 특히 권력층은 점쟁이들의 말을 무조건적으로 믿는다고 한다. 미얀마 국민들이 시위를 시작하자 미얀마 군부가 제일 먼저 한 일은 점쟁이에게 해법을 묻는 것이었다. 그러자 미얀마인이 아니라 외국인이라고 알려진 한 점쟁이는 시위하는 사람들의 머리에 총을 쏘면 시위가 진정될 것이라고 아주 사악한 점괘를 내주었다. 그 결과 군부는 시위하는 선량한 국민들, 심지어 어른들뿐만 아니라 아이들에게도 머리에 총을 쏘아서 죽였다. 자신들의 권력과 재산을 지키려고 국민들을 학살한 것이다.

그 사진을 미얀마 사람들이 내게 보내주었다. 이마에 총을 맞고 죽은 사람들의 모습은 그런 점괘를 내준 점쟁이가 얼마나 사악한 자인지를 여실히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악령 들린 무속인이 미얀마를 지옥으로 만들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점술가들이나 무속인들을 무조건 색안경을 끼고 바라봐야 하는가? 그렇지는 않다. 원래 우리나라 무속인들은 한 마을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했다. 마을 사람들은 대소사를 항상 그들에게 물었다. 그래서 일본이 조선을 식민지화하면서 가장 심하게 박해한 사람들 중 하나가 무속인들이었다. 정신적 기둥을 망가뜨리고 뽑아버려서 사람들의 마음의 균형을 잃게 한 것이다.

그런데 왜 지금에 와서는 무속인들이 무시를 당하는 것인가? 옛날과 같지 않은 낮은 수준 때문이다. 고대 국가에서 점성술사들은 엄청난 힘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성경에 나오는 동방 박사들, 베들레헴의 별을 보고 아기예수를 찾아 나선 그들도 당대의 점성술사이자 천문학자들이었다. 또한 당시 별자리를 보고 천기를 읽어 나라의 앞날에 대한 예측을 왕에게 전달하는 막중한 책임을 졌던 사람들. 예측이 틀리면 참수를 당하기도 했던 사람들. 목숨을 걸고 일해야 했던 사람들이 바로 무속인들이었다. 따라서 그 자리에는 누구나 올라갈 수 있었던 것이 아니고, 오랜 수련과 학문을 닦은 사람들만이 오를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의 무속인들은 이런 검증을 거치지 않을 뿐만 아니라 검증해줄 주체도 없다. 그래서 사이비들이 판을 치게 된 것이다. 기성 종교의 종교인들도 마찬가지이지만, 무속인들이 권력과 돈에 집착하면 영기가 사라지고 세상을 보는 눈이 흐려진다. 그래서 종교인들이 끊임없이 자신의 마음을 정화하기 위해 산으로, 수도원으로 가서 수행을 하는 것이다. 요즘은 그런 수행을 하지 않은 무속인들이 권력의 주변을 맴돌면서 말도 안 되는 점괘로 국민들의 마음을 불쾌하게 만들고 있다.

무속 신앙은 인간의 본성뿐만 아니라 우리나라의 문화적 뿌리와도 깊은 연관성이 있다. 건강하고 수준 높은 무속인들의 기세가 다시 살아나서 오염된 분위기를 정화시키고 건강한 터를 잡아주길 기대한다.

홍성남 가톨릭 영성심리상담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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