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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일 하르츠식 노동개혁 시동…민간 전문가 연구회 출범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킥오프 회의가 열리고 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지난달 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을 위해 연장근로시간 월 단위 관리 허용,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등에 대해 논의하며 올해 10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18일 오전 서울 중구 로얄호텔서울에서 미래노동시장연구회 킥오프 회의가 열리고 있다.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지난달 23일 고용노동부가 발표한 노동시장 개혁 추진을 위해 연장근로시간 월 단위 관리 허용, 근로시간 저축계좌제 도입 등에 대해 논의하며 올해 10월까지 운영될 예정이다. 연합뉴스

윤석열 대통령이 지시한 민간 전문가로 꾸려진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이하 노동연구회)'가 18일 발족했다. 노동시장 개혁의 닻이 오른 셈이다. 노동연구회는 1970~80년대 공장 근로 시대에 만들어진 각종 법·제도·관행을 전반적으로 손 본다.

노동연구회는 권순원 숙명여대 경영학 교수 등 12명으로 구성됐다. 노동계, 경영계, 한국은행, 외국 대학 교수, 민간연구소 연구원 등을 역임한 학자로 꾸려졌다. 10월까지 한시적으로 운영된다.

이날 발족한 노동연구회는 외형상 민간 연구회의 모양새를 띄지만 사실상 정부 내 전문 조직의 성격을 띈다. 정부가 노동연구회 훈령을 만들어 지원하는 체계를 갖췄기 때문이다. 단순한 정부의 외곽 자문위원회가 아니라 정부의 예산 등을 전폭적으로 지원받는 기구로 자리매김한다는 의미다.

노동위원회는 10월까지 임금체계 개편과 근로시간 유연화 방안에 대해 집중 논의할 계획이다. 윤 대통령이 공약한 노동개혁 과제다. 다만 운영시한인 10월 이후에도 계속 활동할 가능성은 있다. 급변하는 노동시장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추가 노동개혁 과제를 지속해서 발굴할 필요성이 있기 때문이다. 노사관계 선진화 방안, 취약계층 보호방안, 인구구조 변화에 따른 생산인력 확보 방안, 긱(Gig)경제 확산에 따른 노동제도 개편 등이다.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이 이날 발족식에서 "우리 노동시장은 구조적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4차 산업혁명과 같은 급변하는 시대적 흐름을 마주하고 있다"며 "미래노동시장연구회는 노동시장 개혁의 첫발"이라고 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노동위원회의 출범에 따라 노동 개혁 정책의 추진 프로세스도 변한다.

노동연구회가 노동시장 등을 분석해 국가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한 과제를 도출하면, 정부가 도출된 과제로 노사의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밟고, 전문가가 낸 결론에 노사의 의견을 가미해 개혁 과제를 추진하는 3단계다.

다만 정부의 노사 의견 수렴은 절차상의 과정 정도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노동연구회가 개방형 조직으로 운영되기 때문이다. 노동연구회는 연구 내용을 포럼이나 세미나 등을 통해 국민과 노사에 수시로 공개할 방침이다. 이를 통해 의견 수렴 과정을 끌어안게 된다. 실태조사를 비롯해 연구, 의견 수렴 등을 노동연구회가 모두 수행한다는 뜻이다.

'전문가 위원회의 과제 선정→정부의 의견수렴→개혁 추진'으로 이어지는 이런 형태의 노동개혁 방식은 독일 하르츠 개혁과 유사하다.

2002년 2월 게르하르트 슈뢰더 전 독일 총리는 전문가 15명으로 구성된 '노동시장 개혁위원회'를 발족시켰다. 위원장인 페터 하르츠의 이름을 따서 '하르츠 위원회'로 불인다. 하르츠 위원회는 4단계 노동개혁 과제를 도출하고, 이를 독일 정부가 건네받아 개혁 작업을 추진했다.2003년부터 2005년까지 단계적으로 시행됐다. 하르츠 개혁은 노동시장이 변화함에 따라 수정·개선을 거듭하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다.

당시 하르츠 개혁은 파견 기간의 상한(2년)을 폐지하고, 해고제한법의 적용 제외 사업장을 5인 이하에서 10인 이하로 확대했다. 미니잡(월 800유로 이하) 종사자에게는 사회보험료를 경감해줬다. 2005년 11월 취임한 앙겔라 메르켈 총리도 노동개혁 기조를 이어갔다. 고용보험료율을 인하하고, 해고제한 적용 제외 사업장을 10인에서 20인 이하로 더 넓혔다. 한시적 근로시간 예외조치도 확대해 보건·의료와 생필품 생산, 물류 등의 분야에선 특별 연장근로를 폭넓게 허용했다.

한국경제연구원에 따르면 하르츠 개혁이 단행된 2003년부터 2019년까지 독일의 노동시장 유연성 순위는 123개국 중 80위(2003년)에서 162개국 중 38위(2019년)로 42계단 올랐다. 한국은 이 기간 동안 63위에서 144위로 81계단이나 급락했다.

◇미래 노동시장 연구회 위원(가나다 순)
▶권순원(숙명여대 경영학) ▶권혁(부산대 법학전문대학원) ▶김기선(충남대 법학전문대학원) ▶김상호(경상대 법학) ▶김인아(한양대 보건대학원)▶박철성(한양대 경제학) ▶송강직(동아대 법학전문대학원) ▶엄상민(경희대 경제학) ▶이상민(한양대 경영학) ▶이정민(서울대 경제학) ▶전윤구(경기대 법학) ▶정승국(중앙승가대 사회복지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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