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일 첫날부터 이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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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조기수교ㆍ1백억불 배상요구 북한/50여억불 예정 핵사찰도 조건 일본/북경 예비회담 개막
【동경=방인철특파원】 북한­일본간 국교정상화를 위한 예비회담이 이틀간의 예정으로 3일 북경에서 개최됐다.
북한의 주진국 외교부 제1국장과 일본의 다니노(곡야) 외무성 아주국장을 각각 수석으로 한 양측 대표단은 이번 예비회담을 통해 본회담의 일시ㆍ장소ㆍ의제ㆍ대표수준 등 실무적인 문제들을 논의한다.
실무 차원의 예비협의지만 이번 회담은 정부차원에서는 전후 45년만의 북한 일본간 첫대좌라는 점에서 그 역사적 의미가 크다.
지난 9월24∼28일 북한 평양에서 열린 일본 자민ㆍ사회 양당 대표단과 북한 노동당간에 합의한 『될 수 있는한 조기에 국교를 수립한다』는 약속에 따른 것이지만 상황은 크게 바뀌었다.
우선 북한은 제18후지산호 선원을 석방함으로써 그동안 일본에 대해 사용해온 「인질카드」를 더이상 쓸 수 없게 되었으며 가네마루(금환신) 전일본 부총리가 방한후 『3당공동선언이 일본 정부를 구속하지 않는다』고 명백히 밝힘으로써 「백지상태」에서 정부간 교섭에 임하고 있어 이견노출이 불가피해진 것이다.
우선 일본은 본회담 개최시기를 북한측이 당초 요구해온 「11월중」과는 거리가 먼 「1월하순」으로 여유를 두고자 한다.
북한측은 3당 공동선언을 근거로 조기 국교수립과 이에 따른 배상(청구권) 요구를 재촉할 것으로 보인다.
일본 외무성 한 소식통은 이와 관련,1일 『공은 이제 일본측으로 넘어왔다. 지금까지와 같은 북한 페이스 일변도는 앞으로 보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했다.
본회담 의제도 파란이 예상된다. ▲전후 45년간 보상문제 ▲하나의 조선 ▲북한의 핵사찰 인정 등이 의제선정 관련 쟁점이다.
식민지통치 배상문제와 관련,북한은 내년부터 소련 원유에 대해 경화로 지불해야 하는등 외환사정 때문에 조기 본회담과 선불성격의 수교전 「중간배상」을 요구할 가능성이 크다.
지금까지 알려진 북한의 배상요구액은 식민지배에 대한 청구권 70억달러뿐 아니라 전후 45년간의 적대정책에 대한 보상액 30억달러 등 모두 1백억달러라는 설이 유력하다.
이에 대해 일본측은 65년 대한 청구권 배상금 5억달러에 그후 25년간의 화폐가치 변동,인플레를 감안한 50억∼70억달러는 각오하고 있으나 전후보상액에 대해서는 끝까지 버틴다는 입장이다.
배상시기도 국교정상화가 완결된 이후로 잡고 있어 북한측의 기대와는 거리가 있다. 「하나의 조선」 문제는 이미 우호관계에 있는 한국의 정통성 문제와 직결되는 민감한 문제.
북한은 한일 기본조약 제3조에서 명시된 「대한민국정부가 한반도의 유일 합법정부」라는 조항이 「전적으로 무효」라고 주장하고 있으나 일북한간 국교가 수립될 경우 「일조기본조약」에서도 이에 대한 분명한 해석이 필요해질 것으로 보여 결국 일본은 「두개의 조선」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된다.
또 미국과 한국이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는 북한의 핵안전협정 서명문제도 이번 예비회담에서 본교섭으로 넘어가기 위한 「전제조건」으로 일본측이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일본측은 북경회담이 어디까지나 본회담의 관문일뿐이므로 미묘한 쟁점들의 본격 논의는 가급적 피하고 본교섭시기ㆍ의제 등 절차상의 문제에 치중할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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