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방에 얽힌 잡음 해명돼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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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항간의 관심이 집중됐던 민방의 운영주체가 주식회사 태영으로 낙착됨으로써 정부의 방송구조 개편작업의 큰 매듭은 일단 마무리 된 셈이다. 이로써 지난 80년 동양방송ㆍ동아방송 등을 강제로 통ㆍ폐합해서 유지해오던 이른바 공영방송 독주시대는 막을 내리고 공ㆍ민영 혼합체제가 10년 만에 복귀되는 셈이다.
우리가 새로운 민방에 긍정적인 시각과 기대를 거는 것은 다양한 채널 선택권의 확대와 함께 동종매체 상호간의 선의의 경쟁을 통해 방송문화가 발전함으로써 보다 공정하고 개선된 정보ㆍ오락ㆍ교양에 접할 수 있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새로운 민방이 특정세력의 비호나 특정기업을 살찌우기 위한 것이 되어서는 안됨은 두말 할 필요가 없다. 그런 뜻에서 이번에 정부에 의해 선정된 민방의 경영주체를 둘러싼 각종 잡음과 의혹에 대해 관심과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항간에 무성한 잡음들을 보면 정부의 치밀한 계획에 의한 사전내정설과 지배주주 자격문제를 주축으로 한 의혹들로 집약할 수 있는 것 같다.
정부가 민방주주 신청 접수를 마감한 후에 선정기준을 공식발표했다는 점과 최종선정 발표가 있기 전에 이미 소문이 파다했고 해당기업의 주가가 치솟았다는 점,60건이나 되는 신청자에 대한 심사기간이 너무 짧았다는 점,해당기업주가 사전에 정부의 내정사실을 발설했다는 소문 따위다.
지배주주에 대한 잡음으로는 정부 고위층과의 학연과 현재의 부채가 7백50억원으로 부채비율이 2백57%나 되기 때문에 정부가 기준으로 내세운 견실한 기업이라고 할 수 없다는 것이며,이와 연관지어 별개의 「돈줄」이 닿아있을 것이라는 등으로 요약된다.
이들 의혹과 잡음들이 대부분 기존의 사실이나 정황에 근거를 두고 있는 것들이며 어떤 것은 비약과 억측의 요소가 없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정부가 이를 「세월이 가면 다 가려질 일들」로 묵살하거나 백안시해서는 안되리라고 생각한다. 민방주주에 대한 국세청의 자금출처 조사도 그런 관점에서 철저를 기하기 바란다.
이 시점에서 정부는 민방을 허용하기로 한 방송구조 개편계획을 발표했을 때 국민 일각에서 강력히 제기됐던 방송장악음모론을 상기해야 할 것이다. 만약 정부가 이러한 의혹에 대해 객관적이고 명백한 해명으로 국민을 납득시키지 않는다면 그 의혹은 기정사실로 굳어지고 새로 탄생할 민방의 신뢰성에 결정적인 훼손을 입히게 될 것이다.
민방의 부활을 6공의 업적 중에 하나로 평가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우리는 이 업적이 역으로 6공 최대의 비리로 낙인 찍히는 결과를 미리 방지할 책임이 정부에 있다고 믿는다.
새 민방의 경영주체도 방송이 특정권력과 유착해서 적당히 방송하고 이권이나 챙기겠다는 자세로 임해서는 안된다. 5공시대의 방송이 국민의 배척을 받아 어떤 꼴이 됐던지를 항상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
방송이 권력의 하수인 노릇이나 하고 큰 돈을 벌 수 있으리라는 생각은 시대착오다. 새 민방이 우리 국민의 건전한 양식을 함양하고 혼탁한 사회에 질서와 윤리를 고취시키는 등 시급한 당면과제를 수행하는 데 기여할 수 있도록 경영철학과 체제를 갖추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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