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 그리스~불가리아에 새 송유관 건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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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불가리아.러시아가 발칸반도 남부에 새로운 송유관 건설을 추진 중이라고 월스트리트 저널이 14일 보도했다. 280㎞ 길이의 이 송유관은 그리스의 알렉산드루폴리스 항구와 불가리아의 부르가스 항구를 연결하게 된다. 예상 건설비용은 약 10억 달러다. 완성되면 하루 약 70만 배럴의 석유를 수송할 수 있다.

월스트리트 저널은 러시아 국영 송유관 회사인 트란스네프티가 자국 정부를 대신해 불가리아와 그리스 정부에 합의안 초안을 이미 보냈다고 보도했다.

러시아가 주도하는 이번 프로젝트는 병목 현상이 심한 터키의 보스포루스 해협을 피해 석유를 수송하려는 목적에서 추진되고 있다. 러시아와 카자흐스탄에서 생산된 석유는 러시아의 노보로시스크 항까지 옮겨진 뒤 흑해를 가로질러 해상으로 수송된다. 이를 불가리아의 부르가스 항구에서 하역한 뒤 송유관을 통해 옮기겠다는 것이다. 그리스의 알렉산드루폴리스까지 송유관을 타고 온 석유는 다시 선박에 실려 해상 루트로 세계 각국에 공급되게 된다. 이렇게 하면 번잡하기로 유명한 보스포루스 해협의 병목을 피하고 보다 수월하게 유럽과 미국.아시아로 석유를 공급할 수 있게 된다.

러시아가 하루에 수출하는 500만 배럴의 석유 중 약 4분의 1이 보스포루스 해협을 지나간다. 보스포루스를 통한 석유 수송이 크게 늘자 터키는 환경 오염을 막고자 해협에 석유 수송선의 야간 진입을 금지하고, 한 번에 한 척의 수송선밖에 진입하지 못하도록 제한했다.

송유관 건설 추진업체의 하나인 그리스 헬레닉 석유는 "보스포루스 병목 현상으로 정유 업계가 본 손해는 2004년부터 지금까지 8억~10억 달러에 이른다"고 밝혔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이 송유관의 경제성이 낮다며 러시아가 정치적인 의도로 터키를 우회해 석유를 수송할 목적에서 송유관 건설을 추진하는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최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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