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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 칼럼] 원가주의 원칙과 지속가능한 전기요금 체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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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김성수 한국공학대 교수

김성수 한국공학대 교수

글로벌 에너지 가격 불안이 계속되는 가운데 각국은 전력 시스템을 정상 작동시키기 위한 수단을 총동원하고 있다. 에너지 수급여건이나 규제 체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대부분 국가는 시장원칙에 따라 급등한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면서, 세금감면이나 재정지원으로 취약계층과 소비자 부담을 완화해 주고 있다. 유틸리티에 대한 과도한 개입과 규제는 가격 메커니즘을 훼손하여 비효율을 유발하고 전력 시장과 공급시스템의 지속가능성을 저해할 것이라는 우려에서 기인한 것이다.

우리나라 역시 새 정부 출범과 함께 전기요금의 원가주의 원칙을 확립하고 거버넌스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겠다는 정책 방향을 제시했다. 가격 시스템이 정상 작동되지 못하면서 에너지 과소비가 심화하고 에너지 수입비용이 늘어나는 상황에서 당연한 방향이다. 급등한 연료 비용을 요금에 반영 못 해 한전 1분기 적자는 7조8000억원을 기록하고, 하루에 50억원에 달하는 이자비용으로 요금 인상요인이 커지고 있다.

해법의 출발은 연료비 연동제의 정상 운영이다. 지난해 도입된 연동제는 계속된 인상 유보로 제대로 작동되지 못했다. 2분기에는 1㎾h당 30원 이상 인상요인이 있었지만, 인상 조정 없이 동결됐다. 물가안정을 위한 판단이라지만, 가격 통제는 에너지 시스템에 많은 부작용을 남겼고 요금 인상 요인은 커지고 있다.

한덕수 총리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공공 가격을 통제하는 것은 저소득층과 부자 모두에게 혜택이 돌아가는 것으로 재원 낭비이며, 원칙적으로 공공요금 가격통제를 하지 않겠다’고 밝힌 바 있다. 연동제 정상화와 요금 현실화로 쓴 사람이 쓴 만큼 내는 사용자 부담 원칙을 견지하면서, 재정지원과 세금감면으로 소비자와 취약계층의 부담을 완화할 수 있도록 정책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프랑스는 올해 전기요금을 24.3% 인상했으나, 전기소비세를 95% 인하해 실질인상률을 4%로 낮췄고, 영국은 빈곤층 800만 가구에 102만원의 에너지 비용을 지원해 요금인상에 따른 부담을 완화했다. 우리나라도 전기요금에 부과되는 부가세 감면이나 전력산업기반기금의 징수 유예와 함께 취약계층에는 에너지 바우처를 지급하는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전기요금이 총괄 원가의 적기 반영이라는 공공요금 조정 원칙에 따라 객관적이고 투명하게 결정될 수 있도록 규제체계를 확립하는 것 또한 시급하다. ‘시장 원칙이 작동하는 전력 요금체계 조성’은 110대 국정과제 중에 21번째로 나와 있지만, 우선적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다.

김성수 한국공학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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