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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시론

공공기관 부채 583조원, 어떻게 할 건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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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납세자연합회장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 납세자연합회장

문재인 정부는 지난 5년간 공기업과 공공기관을 방만하게 운영해왔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기관과 조직을 지나치게 키우는 바람에 부채 부담이 커졌고, 임금은 대기업을 웃돌 정도로 흥청망청했다는 비판도 받는다. 경영 부실로 이어지면 고스란히 국민 세금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어 대수술이 필요하다.

2017년 5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 지난 5년간 공공기관은 18개가 늘어나 이제 350개나 된다. 부채는 5년간 매년 평균 18조원씩 89조8000억원이 늘어나 2021년 말 기준 583조원이다. 583조 중에서 434조원은 36개 공기업의 부채인데, 올해 국세 예산(343조원)을 고려하면 실로 엄청난 규모다. 공기업의 2017년 당기 순이익은 4조3000억원이었으나, 점차 악화해 2021년에는 1조8000억원의 당기 순손실이 발생했다.

지난 5년간 18개 늘며 경영 악화
공기업도 시장경제원리 적용해야

지난 정부는 공공기관의 사회적 가치 구현이라는 경영평가 요소를 신설하고 가장 큰 배점을 줬다. 재무 건전성보다 일자리 창출, 균등한 기회와 사회통합, 상생·협력 및 지역발전, 윤리경영 등 국가 정책의 이행을 강조했다. 이것이 원인으로 작용해 공공기관의 재무적 경영 성과는 더 악화했다.

2017년 이후 비정규직의 정규직화 등 인사 정책은 공공기관의 임직원을 약 10만 명 증원해 2021년에 44만 명으로 불어났다. 이에 따른 인건비 부담도 급증했다. 예컨대 지난해 공기업·공공기관 350곳의 정규직 평균 연봉은 6976만원이나 됐다. 중소기업(3100만원)의 2배가 넘고 대기업 임직원 평균 연봉(6348만원)을 웃돌았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 과제에 ‘공공기관 혁신을 통해 질 높은 대국민 서비스 제공’을 넣었다. 공공기관을 효율화하고 재무 건전성을 확보하며, 자율·책임경영 및 역량을 강화하겠다고 공언했다. 공공기관의 경영 악화를 초래한 원인을 서둘러 진단하고 이에 대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야 할 시점이다.

공공기관의 경영 성과는 정부 정책과 직결된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가 탈월전 정책과 전력 요금 동결 등 비현실적인 에너지 정책을 고수하는 바람에 한전 등 공기업에 막대한 경영 손실을 떠안겼다. 반면 집값과 전·월세금 폭등을 야기한 부동산 정책 실패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에 오히려 막대한 이익을 안겼다.

사실 공공기관의 경영 부실은 정부 정책 등 외부요인 때문만은 아니다. 낙하산 인사로 비전문가를 내리꽂거나, 불합리한 인력 증원 및 인건비 상승을 방치하는 내부 요인에도 크게 영향을 받는다. 공공기관의 경영 효율화를 위해서는 이런 요인을 원천 차단해야 한다.

각 정권은 국정 과제 집행을 위해 공공기관을 무리하게 이용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공기업의 경우 50% 지분을 넘는 완전 민영화는 신중하게 접근하더라도, 앞으로 상당한 지분을 민간에 매각함으로써 국민의 직접적 감시를 항구적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그런데 국제통화기금(IMF)의 권고를 받아 1997년 제정한 ‘민영화법’(공기업의 경영구조개선 및 민영화에 관한 법률)조차 제대로 가동하지 못하고 있다. 급기야 최근엔 ‘민영화 방지법’까지 거론되고 있어 걸림돌이 되고 있다.

공공기관은 기관별로 설립 목적에 부합하면서 성장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지난 정부에서는 세금 중심의 국가주도 경제를 추구했다는 점에서 공기업의 부실을 키운 측면이 있었다. 새 정부에서는 기업 중심의 민간주도 경제 기조를 제시해 주목된다. 시장경제 원리가 작동하는 이런 정책을 공기업에도 적용해야 할 것이다.

아울러 공공기관의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자율과 책임을 분명히 하고, 사회적 가치 구현, 재무건전성도 중시하는 정책 방향을 제시하고 실효성 있게 추진하고 꼼꼼히 점검해나가길 바란다.

※ 외부 필진 기고는 본지의 편집 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부 교수·납세자연합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