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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漢字의 비밀] 다양한 뜻 가진 知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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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91호 31면

한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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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온고(溫故)’란 “(어떤 사건이 일어난) 까닭이나 이유를 반복하여 (물이 데워지는 것처럼) 오랫동안 깊이 생각하다”라는 의미가 된다. 과거를 깊이 알면 앞으로 다가올 미래를 이해할 수 있다는 의미인 셈이다.

지신(知新)은 어떨까? ‘知’는 ‘矢’와 ‘口’가 합쳐진 글자이다. ‘矢’는 화살을 나타내며 화살은 사냥이나 전쟁을 의미하고, ‘口’는 말을 뜻하여 사냥이나 전쟁에 관한 말을 의미하게 된다. 수렵사회에서 화살을 이용한 수렵은 성인들이 반드시 갖추어야 할 기본적 소양이자 지식이었으므로 이 글자는 ‘알다, 깨닫다, 이해하다’라는 뜻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러한 의미에서 다시 ‘관장하다, ‘주도하다’라는 의미로 파생되거나 ‘경험’이나 ‘상식’ 등의 명사로 사용된다.

따라서 ‘人不知而不溫’과 ‘溫故而知新’ 두 문장에 사용된 ‘知’의 의미는 다르다. ‘人不知’에서는 다른 사람의 이해를, ‘知新’에서는 자신의 배움 혹은 수확을 의미한다. 흔히 ‘知’와 혼동해서 사용하는 ‘智’는 병사와 전쟁에 관한 일을 말한다는 뜻이다.

이처럼 오랜 시간 동안 축적되고 발전된 한자는 의미가 비슷하면서도 모양도, 활용도 다르다. 어떤 사람도 의미 없지 않은 만큼, 어떤 한자도 의미 없이 존재하지 않는다. 한자의 사용 또한 고정되거나 획일화되지 않는다. 단지 그것을 바라보는 우리가 고정화, 획일화된 선입견을 기준으로 평가하고, 이런 태도가 오히려 진실을 가린다. 진실은 왜 그런 일이 발생했는지 그 배경과 이유를 오랜 시간 깊이 있게 살피는 데서 시작해야 한다. 그래야 앞으로 무엇을 해야 할지 스스로 판단할 수 있다.

허철 경성대 한국한자연구소 HK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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