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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의 심판대에 올랐다|30일 대법원서 최종 판가름|교사 체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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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교사 체벌은 허용돼야 하는가. 또 과연 허용된다면 어느 정도여야 교육권에 해당될까.
한 국민학교 여교사가 수업 시간에 학생을 때려 다치게 한 혐의로 기소돼 1심에서 무죄 판결을 받았으나 2심에서 벌금 30만원의 유죄 판결을 받은 뒤 상고, 30일 대법원에서 유·무죄가 최종 판가름된다.
이 사건은 스승과 제자 사이의 「사랑의 매」 시비에 대한 드문 법원의 판단인데다 한국 교원 단체 총 연합 등이 교육권이 걸린 중대 문제로 보고 변호인을 선임해주고 재판부 등에 탄원서까지 내는 등 교육계의 커다란 관심거리가 되고 있다.
물론 이 사건이 교사 체벌 자체의 가·불가 문제를 다루는 것이 아니고 체벌에 따른 학생의 부상 정도 및 교사의 과실 여부를 가리는 것이므로 일반적인 판례는 아니다.
그러나 구체적인 사건을 통한 체벌의 정도 및 한계에 대한 법률적인 평가가 포함돼 있어 대법원의 판결이 주목된다.
대구시 비산동 국민학교 5학년 담임 김모 교사 (25·여)는 88년11월4일 낮 12시20분쯤 자연시험 문제 9문항을 출제해 틀린 수만큼 지휘봉으로 학생들의 엉덩이를 때리던 중 9문제를 모두 틀린 박모군 (12)이 3대째를 맞다 허리를 트는 순간 잘못 맞아 척추를 다치게 해 6주의 상처를 입게 했다.
부모들의 고소로 조사를 받은 김 교사는 폭행 치상죄로 벌금 30만원에 약식 기소됐으나 이에 불복, 정식 재판을 청구했었다.
1심인 대구지법은 『학생들의 성적 향상을 위해 매를 때리다 학생이 갑자기 무릎을 굽히는 바람에 다치게된 것이라면 사회 통념상 비난의 대상이 될 만큼 사회상규에 벗어난 행위가 아니므로 교사의 정당한 징계권 행사로 봐야한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2심인 대구지법 항소부는 1심과는 달리 『아이들을 때러 좋은 점수 따기를 강요하는 것은 거의 모든 학생들에게 패배감과 열등감만 심어주고 우수한 학생들에게도 끊임없이 긴장된 생활을 강요, 건전한 인격 향상에 도움이 되지 못한다』며 벌금 30만원의 유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국민학교 때부터 점수 따기 경쟁을 시켜 은연중에 서로 해치고 남위에 올라서도록 하는 반인간적 교육을 되풀이하는 것이 오늘날 교육계의 암담한 현실』이라며 『교사가 교육 목적상 어느 정도 매질하는 것은 정당하지만 피고인의 행위는 징계의 목적과 수단이 모두 징계권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유죄 이유를 밝혔다.
이에 대해 변호인은 상고 이유서를 통해 『피고인은 학생에게 폭력을 행사하려는 의도에서가 아니라 열심히 공부해 국민의 보통 생활에 필요한 기초 지식을 심어주기 위해 사랑의 매를 든 것으로 교사의 정당한 교권을 행사한 것에 불과하다』며 『원심의 유죄 판결은 스승의 권위를 실추시키고 스승을 존경할 줄 모르는 사회 풍조를 조성하는 중대 사안이기 때문에 교사의 교육권을 보강하는 의미에서도 무죄』라고 주장했다. <김석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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