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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전쟁·선포 각계 파간·지도체재 공백|사양길로 접어든 미 마피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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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살인 등 온갖 범죄의 대명사인 미국의 지하범죄 조직 마피아가 최근 1백년에 가까운 전설에 막을 내려가고 있다.
이탈리아 이민자들이 중심이 돼 미국전역에 범죄망을 갖고 사회 곳곳에 침투, 영향력을 행사해오던 이 범죄조직이 최근 힘을 잃고 있는 것이다.
마피아는 살인·도박·공갈·사기 등 무자비한 수단을 통해 부를 축적하고 운수업·쓰레기수거·섬유산업 등을 장악하는가 하면 미국 최대 조직인 노조와 연예계, 그리고 일부지방정치에까지 영향력을 행사해 왔다.
이같은 막강한 영향력 때문에 마피아란 존재는 미국사회에서 뿌리 뽑혀질 수 없는 암적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일부 정치인과 연예인들의 출세까지 좌지우지하던 마피아조직이 사양길에 접어든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가장 큰 이유는 이들의 점증하는 영향력을 더 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미 연방정부의 결의다.
미 정부는 80년대 들어 갈취 및 부패조직법을 제정, 마피아 조직에 대한 끈질긴 소탕작전을 벌였다.
마피아 지도자들은 교묘한 수단과 보복살인 등으로 법망을 피하고 있기 때문에 이 법은 이들이 운영하는 기업을 목표로 했다.
그 결과 지난 5년동안 1백여명의 마피아 지도자들이 검거돼 장기 징역을 선고받았다.
이 가운데는 뉴욕의 5대 마피아 세력 가운데 하나인 감비노가의 두목인 토머스 감비노, 필라델피아의 브루누스카르포가의 니코레모 스카르포, 로스앤젤레스 마피아 두목 피터 밀라노, 뉴저지의 존리기, 시카고의 조셉 아이우파, 플로리다의 카를로스 마르셀로 등 60∼80대 연령층의 마피아 세계 전설적 대부들이 포함되어 있다.
마피아 갱단의 지도자들에 대한 이같은 대량 검거는 마피아조직의 지도체계에 공백을 가져오고 있다.
갈취 및 부패조직법의 기안자였던 노터데임대 법학교수 로버트 블레이키씨는 이 법에 의한 정부의 끈질긴 조사와 검거는『과거 조지 캐넌의 대소봉쇄 정책이 거둔 효과와 같다』 고 비유하고 있다.
마피아 지도체계가 붕괴한 또 다른 이유로 계파간 세력다툼으로 인한 무자비한 보복살인도 지적된다.
라스베이가스에서 활약하던 시카고 마피아 두목 앤터니 스필로토로와 뉴욕 감비노가의 파울 카스텔라노 등이 경쟁조직에 의해 살해되는 등 내부 투쟁으로 많은 대부들이 사라졌다.
노련한 지도자의 체포나 죽음으로 조직을 떠맡게된 새 세대 지도자들의 무능력도 마피아 쇠퇴의 한 이유로 설명되고 있다.
펜실베이니아·뉴저지의 도박산업·고리대금·노동자 갈취 등으로 유명한 브루노-카르포가가 그 대표적인 예다.
전보스가 사망한 후 그 뒤를 이은 새 대부 스카르포(60)는 조직관리를 무자비한 형벌과 보복에만 의존한 나머지 5백여명의 조직원 가운데 5명이 이탈, 정부의 조사에 협력하는 바람에 조직이 거의 와해된 상태다.
새로운 대부들의 지도력 부족이 조직원의 충성심을 약화시키고 있는 것이다.
또 다른 요인은 마피아 단의 활동 무대였던 대도시의 인구 변동이다.
마피아 활동기반이었던 이탈리아 이민들이 점차 생활기반을 닦게되면서 교외로 이주하고 이 공백을 아시아, 콜롬비아 등 남미, 흑인들이 메우고 있다.
이탈리아계 이민의 교외이주는 범죄집단으로서 마피아의 정치적 영향력과 은밀한 보호세력이었던 지방 경찰·정치인의 상실을 의미한다.
한편 이탈리아계 이민의 공백을 메우게 된 다른 이민사회에는 마피아와는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인종별 갱단이 등장, 마약거래·불법도박 등을 지배하며 마피아의 활동영역을 크게 좁히고 있다.
이들은 과거 마피아처럼 전국적 조직을 갖고있지 않지만 마약 등 국제거래에 눈을 떠 마피아보다 더 많은 돈을 벌어들이며 더욱 강력해지고 있다.
『이탈리아계 미국인들의 범죄 조직은 마약·돈을 국경을 넘어 이동시키는 초국가적인 조직범죄의 추세를 도외시하고 기득권에 너무 만족, 국제화에 눈을 돌리지 못해 퇴락의 길을 걷고있다』고 뉴멕시코대의 루프샤 교수(정치학)는 진단하고 있다.
한 세기 미국의 지하세계를 주름잡았던 마피아는 앞으로 과거의 명성(?)을 결코 다시 회복할 수 없을 것이라는게 미 범죄분석가들의 전망이다. <뉴욕=박준영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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