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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詩)가 있는 아침 ] - '한 알의 사과 속에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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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한 알의 사과 속에는
구름이 논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대지(大地)가 숨쉰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태양이 불탄다
한 알의 사과 속에는
달과 별이 속삭인다
그리고 한 알의 사과 속에는
우리의 땀과 사랑이 영생(永生)한다.

구상(1919~)


'한 알의 사과 속에는' 전문

모든 열매가 서둘러 단맛 들이는 올 가을도 늦었습니다. 한 알의 사과 속에서 가을 하늘 새털구름과 대지를 보아내신 시인, 한 알의 사과에서 지난 여름 불볕 태양을 짚어내신 시인, 서리치는 밤하늘에서 달과 별이 내려와 한 알의 사과와 나누었을 그 무슨 얘기를 병상의 선생님께선 지금도 듣고 계시지요. 한 알의 사과를 위해 흘린 원정의 땀과 사랑이 영생할 것을 믿으시는 구상 선생님의 쾌유를 빌면서 잘 익은 사과 하나로 문병하고 싶습니다.

유안진<시인>

◆필자약력 ▶1941년 경북 안동 출생▶시집 '그리스도 옛애인''꿈꾸는 손금''봄비 한 주머니' 등▶정지용문학상, 월탄문학상 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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