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동남아 거점 인도네시아서 가뿐한 출발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경제 04면

현대차가 전기차를 앞세워 동남아시아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일본 완성차 브랜드의 ‘텃밭’으로 불리는 곳에서 시장 판도를 바꿔보겠다는 게 목표다. 현지의 풍부한 광물자원을 기반으로 소재 사업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1일 현대자동차에 따르면 지난달 22~27일 인도네시아에서 전기차 아이오닉5 사전 계약 대수가 1587대를 기록했다. 5영업일 만이다.  지난해 인도네시아의 친환경차 판매 대수가 693대였다. 이번 사전계약 아이오닉5는 현대차가 인도네시아 브카시델타마스 공단에 최근 준공한 공장에서 생산된 것이다.

이번 아이오닉5 히트 조짐은 일본 차 브랜드가 시장의 7할 이상을 점유한 동남아 시장에서 ‘이변’으로 받아들여진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인도네시아·태국 등 아세안 주요 6개국에서 일본 차의 시장 점유율은 74.3%(2019년 기준)에 이른다. 특히 인도네시아는 도요타 등 5개 일본 브랜드의 점유율이 93.5%였다.

이처럼 일본 차의 인기가 절대적으로 높은 동남아에서 현대차가 전기차를 앞세워 도전장을 내밀었다. 시작은 순조롭다. 현대차가 현지 판매를 결정한 아이오닉·코나 등 전기차 2종은 지난해 605대가 팔렸다. 인도네시아 전기차 시장의 87%다. 인도네시아의 전기차 판매는 전체 자동차 판매(82만여 대)의 0.08%에 불과하지만 현대차는 일본 브랜드 중심의 시장 판도를 향후 바꿀 수 있는 의미 있는 변화라고 해석한다. 친환경차 시장을 선도하면서 내연기관 차량 판매량도 덩달아 늘어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현지화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는 15억5000만달러(약 1조8200억원)를 투자해 지난달 인도네시아 현지공장을 준공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인도네시아는 아세안의 자동차 생산 거점”이라며 “아세안 자유무역협정을 활용하면 다른 아세안 국가로 판매가 용이하다”고 했다.

주요 광물이 풍부해 자동차 원가 경쟁력 확보에도 유리하다. 인도네시아에는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의 주요 원료인 니켈·코발트 등이 상당량 매장돼 있다. 현대차그룹이 지난해 LG에너지솔루션과 인도네시아에 배터리셀 합작공장을 착공한 배경이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