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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차 48만원, 튤립 9만원' 15초만에 완판…충성고객 잡는 NFT

중앙일보

입력

기아 전기차 EV6를 활용한 NFT 작품인 'Opposites United of EV6' [사진 기아]

기아 전기차 EV6를 활용한 NFT 작품인 'Opposites United of EV6' [사진 기아]

#1. 3월 26일 기아의 대체 불가능한 토큰(NFT) 작품 6점이 거래가 시작된 지 15초 만에 '완판'됐다. 기아가 자사의 전기차 모델을 활용해 디자인센터에서 자체 제작한 '기아 EV NFT' 6개 작품(10점씩 총 60점)이다. 작품은 카카오의 블록체인 계열사인 '그라운드X'가 운영하는 NFT 유통 플랫폼인 '클립드롭스'에서 350클레이(클레이튼 코인)씩에 팔렸다. 구매 당시 시세로 환산하면 한 점당 약 48만원에 거래된 셈이다.

#2. 효성중공업은 3월 25일 블록체인 전문 기업 갤럭시아메타버스와 손잡고, 분양 예정인 오피스텔의 조감도를 NFT로 발행했다. 청담동과 서초동 일대에 들어설 예정인 '디 아포제 청담'과 '디 오페라 서초 해링턴 타워'가 대상이다. 갤럭시아메타버스 홈페이지에 가입하는 고객은 NFT를 무상으로 받을 수 있다. NFT 소유자는 효성중공업의 분양 소식 등 정보를 받게 된다. 효성중공업 측은 "실물 오피스텔을 대상으로 NFT를 발행하는 국내 최초의 사례"라고 말했다.

효성중공업이 분양할 예정인 '디 아포제 청담'의 조감도로 만든 NFT. [사진 효성중공업]

효성중공업이 분양할 예정인 '디 아포제 청담'의 조감도로 만든 NFT. [사진 효성중공업]

호텔서 NFT 전시·판매 "MZ공략"  

블록체인 기술과 큰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기업까지 NFT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펀슈머(즐거움을 추구하는 소비자)인 MZ(80년대 이후 출생한 젊은 층) 세대를 공략하고, 점차 확대되는 NFT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겠다는 의도가 깔렸다.

KT는 안다즈 서울 강남과 함께 국내 최초로 호텔에 NFT 아트 갤러리 프로젝트를 전시 중이다. 호텔 1층 로비와 지하 2층 수영장 LED 스크린을 통해 NFT 작품을 전시한다. 호텔을 방문한 고객은 전시를 관람할 수 있을 뿐 아니라 작품을 직접 구매할 수 있다. 후안 메르카단테 총지배인은 "호텔 주요 고객층이 20대 후반~ 30대 후반인 MZ 세대로 NFT 예술에 대한 관심이 높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KT는 안다즈 서울 강남과 손잡고 호텔 로비와 수영장 등에서 NFT 디지털 아트 전시를 연다. [사진 KT]

KT는 안다즈 서울 강남과 손잡고 호텔 로비와 수영장 등에서 NFT 디지털 아트 전시를 연다. [사진 KT]

NFT 사면 적립금에 VIP 혜택까지    

기업은 NFT를 충성 고객을 확보하는 채널로 본다. 의류업체 젝시믹스는 지난 3월 자사 디지털 모델인 '제시아'가 4가지 컨셉의 의상을 입고 일상을 즐기는 모습을 담은 NFT를 10세트로 한정 판매했다. 한 세트당 100만원의 높은 가격에도 준비한 물량이 모두 팔렸다. 구매자에겐 젝시믹스 온라인 스토어 적립금 50만원과 1년간 VIP 회원 등급 부여 등의 혜택을 제공했다. 젝시믹스 측은 "리얼 월드(현실 세계)뿐 아닌 디지털 월드에서도 브랜드 가치를 느낄 수 있도록 기획했다"며 "제품을 소유하고 경험하는 방식을 더 다양한 방법으로 즐길 수 있게 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에버랜드가 튤립축제 30주년을 기념해 발행한 '튤립 NFT'가 15초만에 완판됐다. [사진 삼성물산]

에버랜드가 튤립축제 30주년을 기념해 발행한 '튤립 NFT'가 15초만에 완판됐다. [사진 삼성물산]

삼성물산 리조트 부문이 4월 초 에버랜드 튤립 축제 30주년을 기념해 내놓은 튤립 NFT도 순차 판매한 결과 매일 15초 만에 완판됐다. 1990년대 탄생한 에버랜드 튤립 캐릭터인 튤리를 테마로 전문 작가와 에버랜드 디자이너들이 제작한 11종 330점으로 50~70 클레이(당시 6만8000원~9만5000원) 가격에 팔렸다. 삼성물산 측은 "NFT를 보유한 고객에게 온·오프라인 공간에서 특별한 참여 기회와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TV 속 김환기 NFT 작품 3점이 7억 

가전 회사에선 NFT를 '콘텐트'로 활용 중이다. LG전자는 서울옥션블루와 협업해 NFT 분야 콘텐트 사업을 공동으로 추진 중이다. 고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인 우주의 NFT 작품을 경매하고 낙찰받은 고객에게 LG 올레드에보 담아 제공했다. NFT 에디션 3개 작품이 총 194이더리움(약 7억 3700만원)에 낙찰됐다. LG전자 측은 "NFT 콘텐트와 서비스 생태계 구축에도 협력할 예정"이라며 "고화질 TV로 예술 작품을 감상하는 올레드 갤러리 서비스와도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LG전자 모델이 서울 용산구의 가나아트 보광에서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 '우주'의 NFT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LG전자 모델이 서울 용산구의 가나아트 보광에서 김환기 화백의 대표작 '우주'의 NFT 작품을 감상하고 있다. [사진 LG전자]

삼성전자는 8일까지 코엑스에서 NFT 작가 22인이 출품한 28개의 디지털 작품을 2022년형 '네오 QLED 8K'와 '더 프레임'을 통해 선보인다. 윤태식 삼성전자 한국총괄 상무는 "앞으로 더 많은 고객이 차별화된 시청 경험을 할 수 있도록 여러 파트너와 다양한 활동을 이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차 "커뮤니티 기반 NFT 시장 진출"

갈수록 커지는 NFT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전략도 깔려있다. 현대자동차는 4월 NFT 세계관을 공개하며 인기 NFT 캐릭터인 '메타콩즈'와 협업해 NFT를 발행했다. 5월에는 NFT 전용 웹사이트를 열고 새로운 NFT를 발행할 예정이다. 수익금은 NFT 생태계 조성과 소유자 커뮤니티를 위해 사용된다. 현대차 관계자는 "고객과 소통하고 고객에게 다양한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 커뮤니티 기반 NFT 시장에 진출한다"며 "다양한 시도를 통해 고객과 함께 새로운 문화와 트렌드를 만들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현대X메타콩즈 콜라보레이션 NFT’. [사진 현대자동차]

‘현대X메타콩즈 콜라보레이션 NFT’. [사진 현대자동차]

효성중공업 역시 "향후 부동산 기반의 증권형토큰공개(STO), 메타버스 플랫폼을 활용한 모델하우스 등 다양한 분야에 블록체인 기술을 접목하는 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기업이 발행하는 NFT는 예술성이 있는 작품 감상을 원하는 MZ 세대의 문화적 취향을 충족하면서도 짧은 순간에 기업이 지향하는 가치를 보여주는 광고적 목적을 달성할 수 있는 형태"라며 "기업으로선 브랜드에 대한 인지도와 홍보 효과를 높일 수 있는 효과적인 마케팅 수단이 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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