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1분기 영업이익 14조1000억원으로 지난해 1분기보다 50.32% 증가. 지난해 3년 만에 인텔을 제치고 매출 기준 세계 반도체 시장 1위 탈환(가트너 조사). 삼성전자의 최근 경영 성과다. 그런데 이 같은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는 바닥을 모르고 내리고 있다.
15일 삼성전자 주가는 전일대비 900원(1.33%) 내린 6만6600원에 장을 마치며 사흘 만에 또 다시 52주 신저가를 기록했다. 이 영향으로 코스피는 전날보다 0.76% 내린 2696.06으로 마감했다. 2700선이 무너진 건 지난 12일(2666.76) 이후 3거래일 만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외국인·기관이 끌어내렸다. 올해 들어 외국인과 기관은 각각 2조8445억원, 6조227억원을 순매도했다. 이날도 외국인은 2037억원, 기관은 2406억원을 내다 팔았다. 외국인·기관의 이 같은 매도세는 인플레이션과 세계경제 둔화 우려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유우형 KB증권 연구원은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으로 반도체 전방산업인 IT 완제품의 수요 감소 우려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SK하이닉스, 미국의 마이크론, 대만의 TSMC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이 모두 호실적에도 불구하고 최근 주가가 약세를 보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연초 대비 18.32% 하락했고 미국 뉴욕증시의 마이크론은 24.71%, TSMC 18.24%, 엔비디아 27.72% 하락했다.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여파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김영우 SK증권 리서치센터장은 “미국이 금리를 올리면 신흥국에 투자를 할 필요가 없어지고, (외국인이) 한국에서도 매수보다는 매도를 택할 것”이라며 “매도를 한다면 시가총액이 높고 기존에 투자를 많이 했던 삼성전자가 1순위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삼성전자가 미래 먹거리로 여겼던 파운드리(위탁생산) 부문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파운드리 세계 1위 TSMC와의 기술·설비투자 격차가 더 확대되고 있다. 이승우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인텔의 대규모 투자 계획도 불안한 변수 중 하나”라며 “미국의 반도체 전략이 아시아 의존도 축소로 방향을 돌린 것이라면 삼성전자에게는 큰 부담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에서는 그러나 2분기부터는 주가가 반등할 것이라는 기대 섞인 전망도 나온다. 노근창 현대차증권 리서치센터장은 “4나노 공정의 수율(收率) 개선의 효과가 나타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2분기부터는 주가도 개선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