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조차 바꾼 대기오염(사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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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우리나라의 기온,특히 서울을 비롯한 도시기온이 상승하고 있다는 통계는 전지구적인 현상으로 인식하고 있으면서도 이제 무감각하게 취급되고 있는 우리 사회에 새삼 경각심과 대비를 촉구하는 것으로 주목된다.
중앙기상대의 자료는 지난 30년 동안의 우리나라 평균기온이 그 이전 30년의 평균치에 비해 0.6도가 상승했으며 그 결과 평균 강우량이 크게 증가하고 지역별 강우량의 분포가 판이하게 뒤바뀌는 등 기상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이처럼 기온이 상승하는 이유로는 인구의 급증과 도로포장,건축물의 빌딩화에 의한 도시표층의 콘크리트화의 확대,자연녹지의 감소,냉ㆍ난방시설의 증대와 자동차 주행량의 격증에 의한 대기오염물질 증가에 정비례로 공기온도가 상승하기 때문이다.
즉 지표의 콘크리트 또는 아스팔트가 일사량을 대량흡수하여 보다 강한 복사열을 내뿜는 데다가 비가 내려도 대부분이 흙에 흡수되지 않고 하천으로 방류됨으로써 흙이 수분을 흡수했다가 증발시켜 열을 없애는 작용을 못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대기온도 상승의 주범은 각종 산업시설과 냉ㆍ난방시설,차량배기가스가 내뿜는 폐열과 이와 동시에 배출되는 대기오염물질이 도시를 둘러싸고 거대한 막을 형성함으로써 지표에서 열이 빠져나가는 것을 막기 때문이다.
이러한 요인들이 인구증가나 경제발전에 의한 도시화ㆍ산업화 추세의 불가피한 결과로 치부해 버리기엔 너무나 심각한 영향을 우리의 생명과 건강에 미친다. 뿐만 아니라 이로 인해 초래되는 기상이변은 강수량의 변화에 그치지 않고 자연과 산업자체에 대한 직접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는 것이다.
현상은 불가항력적인 면도 있지만 그 한계 속에서나마 공해를 줄일 수 있는 부분은 많다.
날로 거대화하는 대형빌딩과 공장의 매연과 격증하는 차량의 공해는 사람이 조절할 수 있는 부분이다.
차량증가야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최소한 시커먼 매연을 뿜어대는 낡은 차량의 단속만이라도 제대로 한다면 대기오염은 훨씬 줄일 수 있지 않겠는가. 내연기관의 개선과 건축물 단열의 철저화로 에너지 소비를 감축하고,공해가 적은 에너지의 생산확대와 태양열 이용 등 대체에너지 개발로 화석연료 사용자체를 억제하는 방안이 실천돼야 한다.
정부는 환경대책 추진에만 성의가 부족할 뿐 아니라 환경오염 실상을 제대로 파악하고 이를 국민에게 알려 경각심을 고취하는 데도 극히 소극적인 자세를 취하는 데 더욱 큰 문제가 있다.
대기오염측정장치의 위치를 공해실상과는 거리가 먼 곳에 두어 오염도를 실제보다 낮게 발표하고 있는 것이 한 예다. 공해에 대한 대비책은 온국민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한 것이다. 협조를 구하려면 실상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위기감을 주지시켜 자발적인 오염배출 억제를 유도해야 한다.
평균기온의 상승은 지구 온난화와 궤를 같이하는 위기현상으로 인식돼야 하며 정부와 국민이 합심협력하여 이를 억제시키는 데 지혜와 노력을 기울여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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