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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1억 함평 황금박쥐…최소 5억 이사비 고민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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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면

지난 8일 전남 함평군 황금박쥐생태전시관은 굳게 문이 잠겨 있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시가 121억 원 상당의 ‘황금박쥐상’ 전시가 중단돼서다. 함평군 관계자는 “코로나 때문에 전시관을 닫을 수밖에 없었고, 입지조건도 나빠 관심도 멀어지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황금박쥐상은 2008년 함평군이 30억 원의 예산을 들여 만들었다. 순금 162㎏, 은 281.39㎏이 사용됐으며, 2m에 달하는 크기다. 당시 순금 등 매입가격은 27억 원이었는데 점차 금값이 상승하면서 현재 121억 원까지 가치가 오른 것으로 평가받는다.

“접근성 악화·시설 노후화 … 이전 필요”

전남 함평군 황금박쥐생태전시관에 전시된 시가 121억원 상당의 황금박쥐상. 프리랜서 장정필

전남 함평군 황금박쥐생태전시관에 전시된 시가 121억원 상당의 황금박쥐상. 프리랜서 장정필

이런 황금박쥐상을 옮기는 방안을 최근 함평군이 추진 중인 것으로 파악돼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함평군은 황금박쥐생태관의 접근성이 불편하고 주변 관광시설이 부족해 관람객이 외면하고 있다는 점 등에서 이전 필요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함평군 관계자는 “관람 수요를 늘리고 황금박쥐전시관 활성화를 위해 이전 등 방안을 검토할 필요성이 있다”고 말했다. 황금박쥐생태관은 2008년 황금박쥐상이 만들어졌을 때부터 보금자리로 낙점된 곳이다. 위치는 1999년부터 시작된 ‘함평나비대축제’가 열리는 함평엑스포공원 인근이지만 도보로 10분 이상 떨어져 있다. 나비축제가 열리는 기간 외에는 함평군청에서도 멀리 떨어진 탓에 외지 관람객의 발길이 뜸한 곳이기도 하다. 여기에 2019년부터는 코로나19 사태 후 폐쇄돼 이름값을 살리지 못하고 있다는 게 함평군의 설명이다.

황금박쥐상이 잊혀가자 함평군이 고민한 대안이 조형물 이전이다. 황금박쥐상 관람은 단체 관광객이 사전 예약을 할 때만 가능하지만 코로나19 후 단체 관람 사례는 없었다고 한다.

하지만 121억 원이라는 비싼 몸값만큼 높은 이전비용이 걸림돌이다. 함평군이 추산한 이전비용은 ▶군립미술관 1층 이전 5억 원 ▶군립미술관 주변 전시관 신축 이전 20억 원 ▶현 위치 리모델링 10억 원 등이다. 순수하게 황금박쥐상만 옮기는 비용만 5000만 원이 든다.

군립미술관 1층 이전 비용 5억 원 중 4억5000만 원은 보안시설 및 전시환경 정비에 투입된다. 워낙 황금박쥐상이 비싼 탓에 국립박물관 수준의 보안시설을 갖춰야 한다는 게 함평군 측 설명이다.

2019년 황금박쥐상 절도 미수사건

지난 8일 황금박쥐상이 전시된 전남 함평군 황금박쥐생태관 출입문이 닫혀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지난 8일 황금박쥐상이 전시된 전남 함평군 황금박쥐생태관 출입문이 닫혀 있다. 프리랜서 장정필

황금박쥐상은 2019년 3월 절도 미수사건이 발생하면서 유명세를 치르기도 했다. 당시 3인조 절도범들이 황금박쥐생태전시관에 침입해 황금박쥐상을 훔치려고 했지만, 경보음이 울리면서 출입문조차 열지 못하고 달아났다. 함평군 측은 “다중 보안시설이 설치된 덕분에 범죄를 막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사건으로 당시 황금박쥐상 몸값이 80~90억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대중의 관심이 쏠렸다. 함평군도 이 사건 직후인 2019년 4월 열린 ‘함평나비대축제’ 동안 황금박쥐상을 처음으로 야외에서 전시하기도 했다. 그해 나비축제는 2018년 열린 축제보다 4만 명 늘어난 31만666명이 방문했다.

당시 9억5500만 원의 입장료 수입과 10억1100만 원의 판매장 매출을 거두는 흥행을 기록한 데도 황금박쥐상이 한몫을 했다는 말이 나왔다. 평소 외진 곳에 전시됐던 황금박쥐상의 접근성 문제를 해결하자 축제의 ‘킬러 콘텐트’ 역할을 해냈다는 평가다. 하지만 함평군 입장에서는 접근성 확보와 높아진 몸값으로 인한 도난 위험을 해결해야 하는 숙제를 떠안게 된 계기가 되기도 했다.

2010년 황금박쥐상을 만들고 남은 금과 은으로 만든 ‘오복포란’. 프리랜서 장정필

2010년 황금박쥐상을 만들고 남은 금과 은으로 만든 ‘오복포란’. 프리랜서 장정필

황금박쥐상과 함께 황금박쥐생태관에 전시 중인 ‘오복포란’도 몸값이 뛰고 있다. 오복포란은 황금박쥐상을 만들고 남은 금 19.31㎏과 은 8.94㎏ 등 금속을 이용해 제작된 황금 조형물이다. 2010년 당시 제작비로 6600만 원이 투입됐는데 현재 시가는 14억 원에 육박한다.

이 와중에 금값은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올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등 영향으로 지난 1월 1g당 6만9000원~7만 원이던 금값이 3월 들어 7만9000원으로 치솟았다.

“황금박쥐상 따라하자” …  황금마케팅 바람도

황금박쥐상이 주목받자 함평군과 인접한 전남 신안군이 실물 크기 황금바둑판을 만드는 ‘황금마케팅’을 추진했었다. 신안군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황금 189㎏을 100억8000만 원에 사들이는 ‘신안군 황금바둑판 조성 기금 설치 및 운용 조례’를 입법 예고했다가 취소했다. 당시 신안군은 해마다 군 예산으로 33억6000만 원어치의 황금을 살 계획이었지만 당시 재정자립도가 8.55%에 불과한 상황에서 “주민 세금을 낭비한다”는 논란이 일어서다.

함평군 관계자는 “거액의 몸값과 관심보다 현재 위치는 접근성 낮아 관람객들이 찾기 어렵기 때문에 함평 최고의 관광자산을 활용하려면 이전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이전 확정 절차나 이전 예산 심사 등은 남아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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