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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자·원숭이 실은 '우크라판 방주', 러 공습 피해 엿새만에 탈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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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포즈난 동물원으로 구출된 원숭이. [트위터 캡처, 포즈난동물원]

폴란드 포즈난 동물원으로 구출된 원숭이. [트위터 캡처, 포즈난동물원]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생존위기에 처한 동물들도 우크라이나와 국경을 접한 폴란드로 피란을 떠났다.

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키이우 동쪽 보호구역에서 사자 6마리, 호랑이 6마리, 카라칼 2마리, 아프리카 들개, 카푸친 원숭이 등을 실은 트럭이 러시아 침공을 피해 폴란드에 도착했다.

우크라이나의 한 동물보호소 직원은 러시아의 침공이 시작된 후 이들 동물들을 보호하게 됐고, 폴란드 서부에 있는 포즈난동물원 측에 동물들의 구조를 요청했다고 한다.

동물원 측은 동물을 트럭에 실어 폴란드 국경으로 향했지만, 그 과정은 험난했고 엿새라는 긴 시간이 걸렸다. 포즈난 동물원 대변인은 “그들은 지토미르와 다른 폭격 지역을 피하기 위해 먼 길을 돌아야 했다”며 “이미 대부분 도로가 폭파돼 사라지면서 동물을 실은 트럭이 길을 통과할 수 없었기 때문”이라고 로이터에 설명했다.

트럭에 실려 폴란드로 대피한 우크라이나의 사자. [로이터통신, 포즈난동물원]

트럭에 실려 폴란드로 대피한 우크라이나의 사자. [로이터통신, 포즈난동물원]

첫 번째 탈출 시도는 실패했다. 러시아의 폭격 때문이다. 두 번째 시도에서는 러시아 탱크를 마주쳐 숨어있어야 했고 이후에도 러시아 군대를 피하기 위해 여러 차례 경로를 변경하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다행히 모든 동물이 이 과정에서 살아남았지만, 17살이 된 암컷 호랑이와 새끼 호랑이 한 마리 등의 건강상태가 우려된다는 게 동물원의 설명이다.

이 과정에서 우크라이나인 3명은 야생동물을 다룬 경험이 없는 운전사를 도와 동물들의 탈출을 이끌었으나, 함께 탈출하지 않고 나라를 지키겠다며 다시 키이우로 돌아갔다고 로이터는 전했다.

폴란드로 간 동물들은 휴식을 취한 뒤 보다 서쪽으로 이동할 수도 있다. 벨기에 보호소 측이 여섯 마리의 사자와 아프리카 들개들을 데려갈 예정이며 스페인의 동물원에서도 일부 동물들을 보호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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