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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만에 '원전유턴'…文과 함께 탈원전 외친 마크롱의 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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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원전. 중앙포토

프랑스 원전. 중앙포토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후보가 21일 페이스북에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5년 전 탈(脫)원전 선언을 뒤집고 '원전 유턴'했다"며 "탄소를 감축하기 위해 원자력 발전을 병행하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고 썼다. 신규 원전을 더는 건설하지 않겠다는 이재명·심상정 후보 공약을 우회적으로 비판한 셈이다.

윤 후보의 말처럼 재선을 앞둔 마크롱 대통령은 지난 10일 현지 연설에서 '원전 르네상스'를 선언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2028년 기존 원전 부지에 새 원자로 6기를 짓고 2050년까지 8기를 더 건설한다는 계획이다. 5년 전 문재인 정부와 함께 탈원전을 외쳤던 마크롱 정부는 어쩌다 친원전을 외친 것일까.

탄소중립과 산업 위해 '유턴'

국내 전문가와 외신은 마크롱 대통령의 원전 정책이 바뀐 이유가 온실가스 감축과 일자리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세계 각국은 UN기후변화협약 당사자총회(COP26) 등을 통해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약속했다. 하지만 유럽 내 재생에너지의 효율이 예상처럼 높지 않아 저탄소 전원인 원자력의 필요성이 커졌다는 설명이다. 심형진 서울대 원자핵공학과 교수는 "기후위기 대응 포트폴리오를 짜면서 신재생에너지의 한계를 느낀 유럽 국가가 많다. EU택소노미까지 원자력을 친환경으로 인정하면서 프랑스 원전 수출길도 열렸다"고 분석했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 AP=연합뉴스

원전 산업을 살려야 하는 프랑스 국내 상황이 작용했다는 분석도 있다. 프랑스 일간지 르 몽드에 따르면 마크롱 대통령은 국영기업인 프랑스전력공사(EDF)를 통해 원전을 짓는다. EDF와 그 자회사는 프랑스 내에서 네 번째로 일자리를 창출하는 기업군이다. 5년간 탈원전 정책 탓에 새 원자로 건설이 거의 사라져 위기를 맞은 국영기업을 살려야 한다는 여론이 큰 상황이다.

5년 전 한·프 대세는 '탈원전'

한국과 프랑스 대선 후보들의 원전 논쟁은 여러모로 닮았다. 지난 2017년 5월 두 나라의 대통령 선거에서 일부 우파 후보를 제외한 대부분 후보가 탈원전을 공약했다. 안철수 후보도 당시엔 탈원전을 주장했다.

하지만 이번엔 반대다. 4월 대선을 앞둔 프랑스에선 녹색당을 제외한 대부분의 후보가 원전 유지(중도 좌파) 또는 추가 건설(우파)을 주장하고 있다. 국내에서도 여당인 이재명 후보는 탈원전에 동의하지만 신한울 3·4호기 재건설 여지를 남겨두면서 '감원전'으로 물러섰다. 윤석열·안철수 후보는 기존 원전 수명을 연장하고 신규 건설하자는 '친원전'파다. 기존 원전만 수명대로 쓰자는 '탈원전'을 주장하는 건 심상정 후보가 유일하다.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 모인 4명의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21일 오후 서울 마포구 MBC 미디어센터 공개홀에 모인 4명의 대선 후보. 국회사진취재단

"프랑스만큼 안전성도 논의해야"

다만 프랑스와 한국의 대선 후보들이 원자력 발전의 안전성을 논하는 수준 차이가 크다는 지적이다. 석광훈 에너지전환포럼 전문위원은 "프랑스가 건설 중인 플라망빌 원전은 15년간 건설이 지연될 만큼 안전 규제 수준이 높다. 마크롱의 신규원전 공약도 2028년부터 짓기 시작한다는 장기적인 계획"이라고 말했다. 심형진 교수 역시 "체르노빌 사고 등을 겪은 유럽이라 안전 관련 논의가 우리보다 훨씬 오래 진행돼왔다는 점엔 차이가 있다"고 했다.

한편 프랑스 현지에서도 마크롱의 원전 추가건설 공약에 반대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파울린 보이어 프랑스 그린피스 캠페이너는 "프랑스가 원자력 발전을 선택한 건 에너지 전환을 늦추는 선택"이라며 "핵폐기물을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제대로 아는 나라가 없는 만큼 원자력 발전은 기후위기 대응의 정답이 아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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