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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이르면 이달 채권단 관리 ‘졸업’…박정원 사업재편 승부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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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주요 계열사 매각 등을 통해 3조원을 상환해 채권단 관리에서 ‘졸업’을 앞둔 두산그룹이 이번엔 ‘사자’에 나섰다. 대상은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회사인 테스나다. 그동안 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두산중공업을 지키기 위해 ‘방어’에 주력하던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이 ‘공격’으로 전환하는 첫 사업이란 점에서 의미가 크다.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 두산]

박정원 두산그룹 회장. [사진 두산]

두산은 22일 공시를 통해 “테스나 인수를 검토 중이나 아직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업계에선 두산의 테스나 인수가 유력한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인수 금액은 4600억원 정도인 것으로 알려졌다. 테스나는 삼성전자·SK하이닉스를 고객사로 둔 반도체 후공정 테스트 분야 1위 업체다. 지난해 매출 2043억원, 영업이익 525억원을 기록했다. 테스나를 인수하게 되면 두산은 주류·식품 등 소비재 중심에서 건설·중공업 등 중후장대 산업에 이어, 친환경·첨단 산업으로 또 한 번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에 나서게 된다.

앞서 두산은 2020년 4월 두산중공업이 유동성 위기를 겪자 채권단으로부터 3조6000억원을 긴급 지원받는 대신 3조2000억원 규모의 재무구조 개선안을 제출했다. 이에 따라 두산은 최근 2년간 두산타워(8800억원)부터 두산인프라코어·두산솔루스·클럽모우 골프장 등 주요 계열사를 매각해 왔다. 재계에서 ‘영끌(영혼까지 끌어모음)’했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기에 박정원 회장 등 오너 경영인 일가가 보유하고 있던 두산퓨얼셀 지분 23%를 두산중공업에 무상 증여해 재무구조를 추가로 개선했다. 경영 실적도 좋아졌다. 두산은 지난해 매출 13조7282억원, 영업이익 9588억원을 기록했다. 금융권에선 두산이 이르면 이달 내 채권단 관리 체제를 종료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 경우 두산은 채권단 관리를 22개월 만에 종료하는 ‘최단기 졸업생’이 된다.

이런 상황에서 테스나 인수 추진은 의미가 크다. 박 회장이 그동안 위축됐던 그룹 위상을 다시 키우겠다는 의지를 밝힌 셈이어서다. 두산의 포트폴리오 재편 노력은 지난해부터 이어져 왔다. 두산은 지난해 4월 각 계열사의 수소 사업 전문 인력을 모아 ‘수소 TFT’를 신설했다.

지난해 11월엔 포트폴리오 총괄 조직을 신설하고, 김도원 전 보스턴컨설팅그룹 서울 대표 파트너를 사장으로 영입했다. 올 초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소비자가전쇼(CES 2022)에서 트라이젠(수소·전기·열 동시 생산) 시스템, 드론, 로봇 등을 선보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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