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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이은형의 슬기로운 조직생활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오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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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학장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학장

2019년 1월 『밀레니얼과 함께 일하는 법』이라는 책을 냈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반응이 “제목이 어렵다”였다. 당시만 해도 밀레니얼 세대를 뜻하는 용어가 낯설게 느껴지는 듯했다. 하지만 불과 1~2년 만에 밀레니얼 세대를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널리 사용되게 됐고, 아예 Z세대까지 합쳐서 MZ세대라는 용어가 등장했다. 밀레니얼 세대건 Z 세대건 자신들을 이렇게 ‘게으르게 퉁쳐서’ 부르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고 한다. 가장 개인화 성향이 강한 세대를 이렇게 일괄적으로 부르다니! 사실 진심으로 그들의 불만에 동의하는 편이지만 어른들이 MZ세대라는 간편한 용어를 포기할 것 같지는 않다.

하지만 밀레니얼 세대에 대한 각별한 관심과 애정을 가진 사람으로서 Z세대와 묶어서 부르지는 않으려 노력하겠다. 나아가 이번 칼럼에서는 조직을 구성하는 밀레니얼 세대 직원에 대한 몇 가지 오해를 풀어드리고자 한다.

직무만족이나 조직몰입 수준
선배세대보다 절대 낮지 않아
일방적 지시는 역효과만 불러
젊은층의 성장욕구 북돋아야

슬기로운 조직생활

슬기로운 조직생활

첫째, 밀레니얼은 선배 세대보다 직무만족 수준이 낮을 것이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조직문화와 세대 차이를 꾸준히 연구해온 미국의 ‘가정과 일 연구소(The Families and Work Institute)’의 연구에 따르면 세대별 직무만족의 차이가 뚜렷하게 나타나지 않았다. 다른 연구자의 논문에서는 오히려 직무만족에서 밀레니얼 세대가 더 높은 점수를 보이는 경우도 있었다. 밀레니얼 세대의 직무만족 점수는 선배 세대보다 편차가 컸고, 자신에게 맞는 직장에 다닐 때 다른 세대보다 만족도가 더 높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노던 애리조나 대학의 웬디 캠피온(Wendy Campione)은 직무만족에 영향을 주는 요소들을 측정했는데 긍정적인 요소와 부정적인 요소를 각각 밝혀냈다. 밀레니얼 세대의 직무만족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요소는 조직에서 자신이 성취하고 있다고 느끼는 ‘작은 성공의 경험’이었으며 부정적인 요소는 ‘불규칙한 업무시간’이었다. 예정에 없던 야근이나 주말근무, 그리고 장시간 근로 등은 직무만족에 매우 부정적이었다. 상사나 선배가 일방적으로 야근을 지시할 경우 직무만족에 가장 부정적인 영향을 미쳤다. 야근이나 장시간 근로를 좋아하지는 않지만, 해야한다면 자신의 선택에 의한 것이어야 한다. 만약 신입사원이 자기 일을 잘 해내는 데 필요하고, 자신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면 근무시간을 자율적으로 늘리고, 야근을 하기로 할 수 있다는 얘기다.

둘째, 밀레니얼에게 조직에 대한 몰입(소속감)을 기대할 수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지 않다. 다만 소속감을 느끼는 이유가 다를 뿐이다. 선배세대는 ‘내가 속한 조직이니까 충성심을 가지는 것이 당연’했지만 밀레니얼은 그렇지 않다. 나의 일이 갖는 의미가 중요하고 조직에 대한 만족감이 있을 때 소속감도 생긴다. 워라밸을 추구하고 일에 대한 우선순위가 선배세대보다 낮다고 해서 조직에 대한 몰입이 낮은 것은 아니다.

밀레니얼 세대 구성원에게는 조직의 역사와 선배들의 다양한 스토리를 입체적으로 보여주고 자신들의 방식으로 발굴할 수 있도록 기회를 주면 효과적이다. 자신이 입사한 조직에는 어떤 역사와 스토리가 있는지 찾아내도록 다양한 방법을 시도해보자. 예를 들면 신입사원 오리엔테이션 프로그램에 회사의 역사, 감동적인 에피소드 등을 찾아내서 동영상을 만드는 미션을 넣어보는 것이다. 선배를 매치시켜 그 선배의 스토리를 취재하게 하는 것이다. 스토리를 알게 되면 그때부터 연결은 시작된다.

셋째, 승진이나 성공에 관심이 없다. 결론부터 말하면 역시 그렇지 않다. 만약 신입사원이 ‘승진하고 싶지 않다’고 말한다면 조직문화를 먼저 점검해야 한다. 밀레니얼이 워라밸을 추구한다고 해서 조직에서의 성공을 배제하는 것은 아니다. 나의 성장과 조직의 성장이 서로 잘 정렬되어 있고, 내가 성장하면서 조직에서 승진할 수 있다면 큰 성취감을 느낄 것이다.

하지만 조직에서 ‘성공하는 선배’ ‘승진하는 상사’를 보면서 실망스럽게 느끼며 롤모델이 없다고 생각한다면 선택은 두 가지다. ‘영혼 없이 가늘고 길게’를 선택하거나 조직을 떠나게 된다. 신입이 ‘임원이 되고 싶다’는 열망을 갖게 하려면 ‘MZ는 이럴 것이야’ 퉁쳐서 넘겨짚지 말고 개별적 존재로 존중하되 조직문화가 어떻게 수용할지 방향을 잡아야 한다.

이은형 국민대 경영대학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