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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기 처음인데…단번에 주연 꿰차고 칸 수상까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8면

다미아나 나사르

다미아나 나사르

글도 모르고 연기를 해본 적도 없었다. 그런데 단번에 주인공으로 발탁되더니 국제적 명성의 프랑스 칸영화제까지 진출했다. 지난해 칸 영화제 비평가주간 대상을 받은 영화 ‘깃털’ 주인공 다미아나 나사르(40·사진) 이야기다. 가난한 집안, 권위주의적 남편, 아이 셋을 키우며 집안일만 하는 영화 속 주인공의 삶은 나사르가 살아온 길과 너무나 닮았다.

영화 ‘깃털’은 첫째의 조촐한 생일파티에서 마술사의 실수로 남편이 닭으로 변한 뒤 절망적인 일을 겪는 아내를 그린다. 밀린 월세를 내려고 여기저기 돈을 빌리면서도 남편이 닭으로 변했을 것이라고 믿으면서 닭들을 극진히 챙기고, 뒤늦게 반신불수로 발견된 남편을 또 정성껏 보살핀다.

나사르는 콥트교도(이집트 기독교 종파) 가정의 8남매 중 둘째였다. 12살 때 아버지가 일자리를 찾아 다른 도시로 떠나자 그는 새벽부터 들판에 나가 일했다. 해 질 무렵 집에 돌아오면 집안일을 했다. 학교는 거의 가지 못했다. 아랍어 알파벳을 겨우 익혔지만, 글을 읽지는 못했다. 19살 때 친척들이 ‘너와 결혼할 사람’이라며 데려온 사촌과 결혼을 하고 엄마가 됐다. 나사르의 남편은 수년간 리비아에서 이주노동자로 일했고, 이집트로 돌아와서도 먼 도시에서 일하느라 몇 개월에 한 번씩 집에 왔다. 나사르는 1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와의 인터뷰에서 “남편이 집을 비운 사이 모든 일을 해야 했던 그녀(영화 속 주인공)의 모습에서 내가 겹쳐 보였다”고 했다.

그가 배우가 된 건 아이들 덕분이었다. 어느 날 딸 하이디(19)가 “영화감독이 주인공을 캐스팅하러 마을에 왔다”고 알려줬고, 아들 마리오는 배우를 꿈꿨던 엄마에게 오디션을 보라고 응원했다. 오마르 엘 조하이리 감독은 한 번의 대화 끝에 캐스팅을 결정했다고 한다.

‘깃털’이 칸 영화제에서 수상한 뒤 마리오는 페이스북에 엄마의 페이지를 개설했고, 며칠 만에 팔로워가 5만명을 넘어섰다. 단숨에 스타가 된 나사르는 배우를 꿈꾸면서 이런 생각을 했다고 한다. “저 사람들(배우)과 나의 차이점이 뭘까? 그들은 교육을 받았고, 나는 그러지 못했다는 걸까?” 그는 ‘깃털’에서 정답을 찾았다. ‘차이는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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