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숭이와 비슷한 혈액형 Ay형 국내 첫 발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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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혈액형검사 때 오판을 유발할 수 있는 극히 희귀한 혈액형이 국내에서 처음으로 발견됐다.
특히 이 혈액형은 하등 원숭이나 고릴라 등에서 흔히 발견되는 혈액형과 대단히 유사해 학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최근 이같은 사실을 발견한 한양대 의대 임상병리학과 김신규 교수 팀(김상경·이종숙·홍인표·김춘원)은『실제 A형의 일종인 이 혈액형은 보통의 혈액형 검사에서는 O형으로 판정된다』며『지금까지 세계적으로 7건의 보고밖에 없는 아주 드문 혈액형』이라고 말한다.
학계에서는「Ay형」이라고 분류되는 이 혈액형을 김 교수 팀이 발견하게 된 것은 폐 수술을 받기 위해 입원한 20대 남자환자에 대한 정밀혈액검사를 통해서였다.
이 환자는 평소 자신의 혈액형을 O형으로 생각하고 있었으며 김 교수 팀도 간단한 검사 (혈구형 검사)에서는 O형으로 판정했다. 그러나 좀더 정밀한 검사(혈청형 검사)를 해본 결과 A형과 같은 반응이 나타났다.
혈구형 검사는 보통 실시하는 혈액형검사로 적혈구의 표면에 붙은 항원의 종류를 기준으로 혈액형을 파악하는데 정상적인 A형의 경우 적혈구 세포 1개당 항원의 숫자는 1백만 개 정도. 그러나 원숭이나 Ay형은 적혈구 표면항원의 숫자가 극히 드물어 진단시약에 아무런 반응도 없고 따라서 O형으로 판정된다.
이에 반해 혈청형 검사는 혈청 속에 들어 있는 항체를 기준으로 하는데, 예컨대 A형의 경우 B형에 대한 항체를 갖고 있다는 사실을 이용하기 때문에 훨씬 더 정밀한 검사가 된다.
그러나 이같은 검사만으로 원숭이 등의 혈액형과 차이점을 구분할 수 없어 김 교수는 침을 이용한「타액응집저지검사」라는 좀더 정밀한 검사를 실시해 Ay임을 밝히고 아울러 환자의 가족에 대한 혈액형검사에서 어머니는 O형이었으나 형이 Ay형임을 확인함으로써 사망한 아버지가 Ay형일 것으로 추정했다.
결국 이 환자는 A형 혈장을 수혈 받았지만 만일 이 환자가 자신이 O형인 줄 착각하고 진짜 O형이나 B형 또는 AB형에게 자기 피를 수혈했다면 부작용이 생겼을 것이다.
김 교수는『드물지만 B형 역시 이러한 혈액형 오판이 있을 수 있다』며『얼마 전 혈액형문제로 자살소동을 벌인 가족 역시 오판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한편 이러한 희귀 혈액형의 발견은 인류진화의 연구에도 도움을 줄 것으로 보인다. 혈액형은 유전자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영장류 이상에게서만 구분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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