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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스닥 기업, 매출 30억 미만 땐 관리종목 지정…2연속 땐 상장폐지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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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4호 14면

실전 공시의 세계

부모탐구생활, 주식 차트 읽기. 게티 이미지뱅크

부모탐구생활, 주식 차트 읽기. 게티 이미지뱅크

‘내부결산시점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사유 발생’. 해마다 1월 말~3월 초 무렵이면 이런 제목을 단 공시를 내는 상장사가 있습니다. 예를 들어 판타지오라는 코스닥 엔터테인먼트 기업은 지난달 27일 이 공시를 했습니다. 전년도 결산을 해 봤더니 관리종목 지정이나 상장폐지 요건에 해당한다는 ‘자수’ 공시라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확정은 아닙니다. 외부감사를 받기 전의 회사 자체 결산 결과이기 때문입니다.

외부감사인(회계법인)이 재무제표를 감사한 결과 결산 숫자에 큰 변동이 없다면 관리종목이나 상장폐지 대상으로 확정됩니다. 이런 공시가 뜨면 회사 주가는 대개 수일간 하락합니다. 코스닥 기업을 중심으로 관리종목 지정 또는 상장폐지 사유 요건을 살펴보겠습니다. 첫째, 매출액이 30억원 미만(개별재무제표 기준)이면 관리종목에 해당합니다. 2년 연속 매출 30억원 미만이면 상장폐지 대상입니다. 지주회사는 연결재무제표 결산으로 따집니다.

둘째, 장기간 영업손실을 낸 경우입니다. 최근 4년 연속으로 영업손실이 나면 관리종목, 5년 연속시에는 상장폐지 대상이 됩니다. 일부 특례상장기업은 예외로 인정해 줍니다. 5년 연속 영업손실이라도 손실사유 등에 따라 구제 가능성은 있습니다. 셋째, 자본잠식입니다. 사업연도말 또는 반기말 자본잠식률 50% 이상이면 관리종목이 됩니다. 그 다음 사업연도말 또는 반기말 자본잠식률이 또 50% 이상이면 상장폐지 대상이 됩니다.

넷째, 세전손실(법인세비용 차감전 손실)입니다. 자기자본의 50%를 초과하는 세전손실이 최근 3년간 2회 이상 발생하면 관리종목으로 지정됩니다. 이후 다시 세전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넘으면 상장폐지 대상입니다. 연결재무제표를 작성하는 기업은 세전손실을 연결 기준으로 따집니다. 코스피(유가증권시장) 기업 관리종목 지정·상장폐지 사유 요건은 코스닥 기업과는 좀 다릅니다. 예컨대 4년 연속 영업손실 요건이 없습니다. 자세한 내용은 한국거래소 홈페이지에 잘 나와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판타지오는 왜 관리종목 요건에 해당된다고 자백했을까요. 공시를 열어보면 2019과 2021 회계연도 세전손실이 자기자본 대비 각각 72%, 66%라고 기재돼 있습니다. 최근 3개년(2019~2021년) 가운데 2020년을 뺀 2개 연도 세전손실이 자기자본의 50%를 넘었다는 겁니다. 외부감사 뒤에도 숫자가 바뀌지 않으면 관리종목으로 확정됩니다. 이 회사는 2021년 자본잠식률이 50%를 넘었는데, 이 또한 관리종목 지정요건에 해당합니다.

지난달 17일 공시한 유아이엘이라는 전자부품제조기업은 자본잠식률이나 세전손실에서는 해당사항이 없었습니다. 그런데 최근 4개 연도 연속 영업손실이 나는 바람에 관리종목 지정 가능성이 높아졌습니다. 이 회사 주가는 공시 이후 하한가를 기록한 뒤 부진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투자자들은 이런 회사를 미리 피할 수 있습니다. 유아이엘의 경우 2018년~2020년까지 3년 연속 영업손실이라는 것을 재무제표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아울러 2021년 역시 3분기까지 누적 영업손실을 기록 중이라는 사실을 지난해 11월 공시된 3분기 보고서에서 알 수 있습니다. 큰 변수가 없는 한 4년 연속 영업손실로 관리종목에 편입될 것이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겁니다. 세전손실이나 자본잠식 요건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과거의 연간 또는 분기 및 반기 재무제표만 잘 살펴도 관리종목 편입 가능성을 짐작할 수 있습니다.

김수헌 글로벌모니터 대표. 중앙일보·이데일리 등에서 기자생활을 했다. 오랫동안 기업(산업)과 자본시장을 취재한 경험에 회계·공시 지식을 더해 재무제표 분석이나 기업경영을 다룬 저술·강연 활동을 하고 있다. 『1일3분1공시』 『하마터면 회계를 모르고 일할뻔 했다』 등의 저서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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