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김민석의 Mr.밀리터리

북핵 선제타격 논쟁보다 철저한 대비가 우선이다

중앙일보

입력 2022.01.27 00:36

업데이트 2022.01.28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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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4면

김민석 기자 중앙일보 전문기자

선제타격은 정당한가, 평화 깨는 행위인가

캐나다 반군을 돕다가 1837년 영국군의 자위적 선제공격에 의해 방화돼 나이아가라 폭포에 떨어지는 미국 선적 캐롤라인 호. 자위권적 선제공격의 선례가 됐다. [Royal Museums Greenwich 트위터]

캐나다 반군을 돕다가 1837년 영국군의 자위적 선제공격에 의해 방화돼 나이아가라 폭포에 떨어지는 미국 선적 캐롤라인 호. 자위권적 선제공격의 선례가 됐다. [Royal Museums Greenwich 트위터]

적 공격 임박 땐 선제공격 정당

위협 제거용 예방전쟁은 '부도덕'

평화시기 대북 선제타격은 논란

유사시 북 핵 공격 임박 땐 가능 

1837년 영국과 미국 사이에 작은 분쟁이 발생했다. 당시 영국 식민지였던 캐나다에선 반군이 독립을 도모하고 있었다. 반군들은 전투에 필요한 무기와 인원을 미국 선적 캐롤라인 호에 싣고 캐나다로 진공할 계획이었다. 이를 발견한 영국군은 같은 해 12월 29일 미국 항구에 정박해있는 캐롤라인 호를 나포해 불을 지른 뒤 나이아가라 폭포 아래로 유기했다. 이 과정에서 미국인 2명이 살해됐다.

미국 정부는 영국에 강력하게 항의했다. 그러나 영국은 자위와 자기보존의 필요(necessity of self-defense and self-preservation)를 주장했다. 캐나다 반군의 공격을 받을 상황에 대응한 선제적 자위권 행사라는 것이다. 이 사건은 수년간 공방이 이어지다가 당시 웹스터 미 국무장관이 영국에 보낸 편지로 종결됐다.

편지 내용은 자위(self-defense)가 성립하려면 필요성(necessity), 다시말해 상황이 선제공격 외에 다른 수단을 선택할 여유나 생각할 시간조차 없을 정도로 절박(instant)하고 압도적(overwhelming)이었는지 등을 입증해야 한다는 것이다. 웹스터 편지에 영국은 동의했고 양국은 영국의 무력행사의 정당한 사유가 인정된다고 합의했다.

선제적 자위권 기준이 된 캐롤라인 호 사건
캐롤라인 호 사건은 유엔 등 국제법상에서 자위권 행사의 기준이 됐다. 이 사건은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독일 뉘른베르크에서 열린 국제군사재판에 인용됐다.(기석호 『선제적 자위의 역사적 이해와 북한 핵위협 대비 선제공격의 정당성 연구』)  1940년 4월 9일 새벽 독일의 덴마크와 노르웨이 침공에 관한 재판이다. 이 재판에서는 독일은 방어적 차원이라고 주장했지만, 재판부는 인정하지 않았다. 이 재판 결과 선제공격 기준으로 정당한 원인, 최후 수단, 비례성 등 원칙이 나왔다.
최근 여야 대선 후보 사이에 북핵과 관련한 한국의 선제공격을 두고 논란이다. 북한이 정초부터 탄도미사일과 극초음속 미사일 등을 4차례나 발사했다. 북한의 핵미사일 도발과 관련, 국민의 힘 윤석열 후보는 ‘킬체인을 통한 선제타격뿐’이라고 주장했고,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측은 ‘전쟁 위험을 고조하는 전쟁광’이라며 갑론을박이다.

선제적 자위권 행사는 선제공격(preemptive attack)과 예방공격(preventive attack 또는 war)으로 구분된다. 선제공격(또는 선제타격·preemptive strike)은 말 그대로 적의 공격이 임박한 상황에서 큰 피해를 보기 전에 먼저 공격하는 것이다. 국제적으론 선제공격이라는 용어를 주로 사용하지만, 한국에선 그 규모나 의미를 좀 더 축소하려는 의도에서 선제타격을 선호한다. 예방공격(또는 전쟁)은 적의 공격이 임박하지는 않지만, 미래에 발생할 더 큰 화를 줄이기 위해 미리 화근을 제거하는 것이다. 그래서 불가피성이 있는 선제공격은 국제법에서 인정되는 분위기이지만, 예방전쟁은 부정적이다. 미 육군 전략문제연구소 콜린 그레이 교수도 선제공격 자체는 크게 문제가 되지 않지만, 예방전쟁은 필요성과 상대방의 적대적 의도를 판단할 명확한 정보가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집트 등 주변 아랍국의 봉쇄와 공격 가능성에 사면초가에 몰린 이스라엘이 1967년 6월 5일 전투기를 동원해 이집트 등을 선제공격했다. 6일 전쟁 또는 3차 중동전이다. 국제사회는 이 전쟁에 대해 정당성을 인정했다. [Jerusalem Post]

이집트 등 주변 아랍국의 봉쇄와 공격 가능성에 사면초가에 몰린 이스라엘이 1967년 6월 5일 전투기를 동원해 이집트 등을 선제공격했다. 6일 전쟁 또는 3차 중동전이다. 국제사회는 이 전쟁에 대해 정당성을 인정했다. [Jerusalem Post]

이스라엘 6일 전쟁은 선제공격으로 정당
선제공격의 대표적인 사례는 1967년 이스라엘이 이집트와 시리아를 상대로 벌인 ‘6일 전쟁’(3차 중동전쟁)이다. 당시 이집트는 시리아를 지원한다는 명분으로 대규모 병력을 시나이 반도에 투입했고, 이스라엘의 무역 관문인 티란 해역을 봉쇄하려 했다. 요르단과 이라크도 상호방위조약을 체결하고 이스라엘에 대해 전쟁 불사를 선언했다.

사면초가에 몰린 이스라엘은 전쟁이 임박했고, 전쟁에서 지면 멸망할 것이라는 위기감에 빠졌다. 이에 따라 이스라엘은 그해 6월 5일 전투기로 이집트를 선제적으로 기습 공격했다. 이스라엘 전투기는 사막을 초저공으로 비행해 이집트 공군기지를 초토화했다. 이집트 공군기 450대 가운데 300대가 파괴됐다. 이스라엘은 자국 영토의 3배에 달하는 완충지대를 점령하고 6일 만에 전쟁을 종료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선제공격이 정당했다고 인정했다.

그러나 선제공격이 쉽지는 않다. 1994년 1차 북핵 위기 때다. 당시 윌리엄 페리 미 국방부 장관은 ‘전쟁을 불사하고라도 북한의 핵무기 개발을 중단시켜야 한다’고 했고, 클린턴 대통령은 영변 폭격을 계획했다. 1994년 9월 미국은 항공모함 2척과 함정 33척을 원산 인근 동해에 집결시켜 영변 폭격을 감행하려고 했다. 그러나 한국 국민 100만명이 희생될 수 있다는 보고에 클린턴은 폭격을 취소했다.

9.11 테러로 충격을 받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몰아 이라크 전쟁을 감행했다. 전쟁 중인 2003년 5월 1일 부시 대통령이 항공모함 에이브럼 링컨 갑판에서 장병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은 예방전쟁으로 분류됐고 지금도 비난을 받고 있다. [AP]

9.11 테러로 충격을 받은 부시 미국 대통령이 이라크를 악의 축으로 몰아 이라크 전쟁을 감행했다. 전쟁 중인 2003년 5월 1일 부시 대통령이 항공모함 에이브럼 링컨 갑판에서 장병을 대상으로 연설하고 있다. 그러나 부시 행정부의 이라크 전쟁은 예방전쟁으로 분류됐고 지금도 비난을 받고 있다. [AP]

부시의 이라크전,정당성 떨어지는 예방전쟁
예방전쟁으로 비난받은 대표적인 사례는 미국의 이라크 전쟁(2003)이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2001년 9·11 테러를 당한 뒤, 이듬해 연두교서에서 ‘2개의 주적’을 언급했다. 그의 ‘악의 축(axis of evil)’에 북한과 이라크도 포함됐다. 그러면서 부시는 선제공격과 예방공격(전쟁)의 경계선을 완화했다. 부시 독트린이다. 이를 근거로 부시 행정부는 이라크를 침공했지만, 지금도 잘못된 행동이라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스라엘이 1981년 6월 7일 이라크 오시라크 원전을 폭격한 ‘바빌론 작전’도 과도한 예방공격에 속한다. 오시라크 원전은 원자력발전소였다. 그런데도 이스라엘은 미래에 발생할 수도 있는 핵 위협을 미리 제거한다는 명분으로 원전을 폭격했다. 일본이 미국을 견제해 벌인 진주만 공습도 마찬가지다.

이스라엘은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핵무기에 필요한 플루토늄 확보를 위한 핵 개발로 보고 1981년 6월 7일 공중공습으로 파괴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행위가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로 판단한 무리한 예방공격이라고 평가해 비난했다. [위키피디아]

이스라엘은 이라크의 오시라크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핵무기에 필요한 플루토늄 확보를 위한 핵 개발로 보고 1981년 6월 7일 공중공습으로 파괴했다. 국제사회는 이스라엘의 행위가 확실하지도 않은 정보로 판단한 무리한 예방공격이라고 평가해 비난했다. [위키피디아]

김태영 전 국방장관, 선제공격 주장
북한의 핵 도발 위기에서 한국의 대북 선제공격은 정당성이 있을까. 김태영 전 국방부 장관은 2010년 1월 “북한의 핵 공격 징후 때엔 선제타격하겠다”고 밝힌 적이 있다. 김 전 장관은 “북한이 (한국을 향해) 핵 공격을 할 경우, 이를 막고 대응하기엔 너무 큰 타격(피해)이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국방부는 지금도 유사시 선제공격을 허용하는 ‘능동적 방위’개념을 유지하고 있다.(『국방비전 2050』, 2021.7)

그렇다면 북한이 대한민국에 핵미사일을 발사하는 경우는 어떤 상황일까. 평시 또는 전쟁 때다. 평시라면 북한이 무언가를 얻어내거나 유리한 위치를 확보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북한이 느닷없이 핵미사일을 쏘지는 않는다. 핵 공격을 하기 전에 북한이 원하는 요구를 우리에게 강요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전쟁이라고 느낄 정도로 험악한 분위기를 조성할 것이다. 북한이 연평도 포격이나 강화도 점령과 같은 국지전이나 무력시위를 벌일 수도 있다. 핵 공격 위협은 당연하다.
또 다른 경우는 사실상 전쟁 중에 북한이 핵무기로 공격하려는 상황이다. 한반도 전쟁 시나리오는 북한이 전면전에 돌입하기 전에 잠수함과 특수부대 투입, 간헐적인 포 사격과 미사일 발사 등으로 시작한다. 북한의 국지도발 강도가 올라가면 정부는 방어준비태세인 데프콘(DEFCON)을 4→3→2→1로 격상한다. 데프콘1은 전쟁단계다. 사실 빠르게 진행된다.
그런데 재래식 전투에서 한국군에 불리한 북한군이 우리 방어선을 돌파하려면 전술핵을 사용할 수도 있다. 우리 방어선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미국이 핵우산으로 지원할 여유조차 없다. 이런 상황에선 한국군이 킬체인을 가동해 북한의 핵·미사일 기지를 선제타격할 수 있다.

북한은 대남 핵 선제타격 수차례 발표
북한은 핵무기 선제공격을 여러 차례 강조했다. 북한은 2013년 3월 인민군 최고사령부 명의로 ‘1호 전투근무태세’를 발표하면서 “(대남) 군사적 행동은 핵선제 타격을 포함한다”고 밝혔다. 2016년 3월에도 북한 국방위원회와 외교부가 “선제적이고 공격적인 핵 타격전”“핵선제타격 권리” 등을 언급했다.
그런데 여야 대선 후보들은 선제타격론을 서로 다른 시점과 조건에서 얘기하고 있다. 이 후보는 북한 도발 상황이 아니라 평화로운 시기에 우리가 선제타격하는 것은 평화를 깨는 행위라는 지적했다. 틀린 말은 아니다. 윤 후보는 유사시(또는 유사시에 근접해) 북한이 핵 공격을 시도할 땐 선제타격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 또한 국제 사례로 보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어느 경우든 북핵은 한반도 운명을 좌우하는 치명적인 무기임은 틀림없다. 그런 만큼 선제타격과 관련된 논쟁보다는 북한의 핵 사용 가능성에 대비해 징후를 파악할 정보수집 능력과 선제타격 이후 북한의 핵 보복을 최소화할 대비책을 철저하게 갖춰 놓는 게 우선돼야 하지 않을까.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김민석 군사안보연구소 선임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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