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박석재의천문학이야기

절실한 천문 관련 법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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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올해 초 일부 휴대전화에 설날이 양력 1월 29일이 아니라 30일로 잘못 나와 다소 혼란이 있었다. 천문연구원에서 연말연시에 걸쳐 적극 홍보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이 모르니 특히 올해 음력 1월에 출생한 아이가 있는 집은 사주를 다시 한번 살펴보기 바란다. 예를 들어 양력 2월 10일은 음력 1월 13일이 옳은데도 불구하고 1월 12일로 잘못 알 수 있다는 뜻이다. 다행히 잘못된 경우도 양력 2월 28일이 음력 2월 1일로 바로잡히면서 문제는 사라진다.

일부 휴대전화의 음력 날짜가 틀린 이유는 소수의 잘못된 전통 만세력을 이용해 입력했기 때문이다. 소수 만세력이 100% 맞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우리가 동경 135도를 기준으로 현재 시각을 운용하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현재 우리가 사용하는 시각이 옛날 자.축.인.묘… 시각과 다르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우리는 1년 내내 30분씩 서머타임을 실시하고 있는 셈이고 해는 낮 12시가 아니라 대략 낮 12시30분 정남 방향에 온다는 사실을 잊지 말기 바란다. 예컨대 서머타임이 시행됐을 때 태어난 사람의 사주는 옛날 시각과 1시간30분이나 차이가 난다.

이런 일들을 계기로 나라의 근본이 되는 천문 관련 법률을 짚고 넘어가고자 한다. 믿거나 말거나 현재 천문연구원이 월력요항을 발표하는 법적 근거가 전혀 없다. 예컨대 개인이 마음대로 달력을 만들어 배포해도 규제할 수 있는 근거가 없다는 뜻이다. 대한민국 현행 법령집 제18편(책 19권) 제4장 천문 관련 내용을 보면 표준시 조항 하나만 있고 절반이 여백으로 있다.

이제는 우주시대다. 국가의 근본이 되는 책력을 제정하고 천문현상 발표를 명시하며 천문 정보 확산에 기여함을 목적으로 하는 '천문업무' 관련 법률이 필요한 시대다. 국민에게 최소한 법적 근거가 있는 책력에 관한 증명.감정.자료를 제공해야 하지 않겠는가. 우주 개발과 관련해 새로 마련해야 할 법규도 조금 있으면 넘쳐날 것이다.

천문학과는 관련이 없지만 나라의 근본이 되는 것 중 논의해 봐야 할 게 하나 또 있어 거론하고자 한다. 바로 현재 시행되고 있는 '사람은 좌측통행, 차는 우측통행' 시스템이다. 사람과 차의 통행 방향은 같은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다. 좁은 길에서 조깅하는 사람과 오토바이가 마주치면 무의식중에 사람은 좌측으로, 오토바이는 우측으로 쏠려 충돌할 확률이 높아진다. 사람이나 차나 모두 우측통행하고 있는 미국 같은 나라에서 사람들이 거리를 빽빽하게 양방향으로 오고 가는 경우 왼편에서 거슬러 가느라고 고생하는 사람들은 모두 한국 사람이다.

차가 우측통행을 하는 나라에서는 건널목을 건널 때 오른쪽으로 건너가는 것이 더 안전하다. 왜냐하면 건널목에 들어서는 순간 자동차가 왼쪽에서 접근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우리나라에서는 건널목을 건널 때만 오른쪽으로 걷도록 유도하기 위해 오른쪽에 조그만 화살표를 두 개씩 그려놓은 것을 볼 수 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오른쪽으로 건너지도 않는데 이것이야말로 단편적 처방이 아닐 수 없다. 근본적으로 사람과 차를 모두 우측통행시키면 저절로 해결되는 문제다.

또한 일제강점기 때 주로 건설된 철도를 달리는 기차들은 좌측통행을 하고 있고 자동차들은 우측통행을 하고 있다. 그러다 보니 서울 지하철 안에서도 국철과 연결되는 노선은 좌측통행을, 나머지 노선은 우측통행을 한다. 지하철이 모두 우측통행할 것이라 믿고 플랫폼에 들어서면 표를 다시 끊을 수도 있는 것이다. 기차와 자동차 통행 방향을 통일하는 것은 불가능하고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손 치더라도 행인과 자동차의 통행 방향의 통일은 심각하게 한번 고려해 봐야 한다고 믿는다. 룰은 간단할수록 좋은 것 아닌가.

박석재 한국천문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