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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적분할 잔혹사…손병두 “자회사 상장 때 모회사 주주 의견 챙기겠다”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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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2면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5일 신년 핵심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이 25일 신년 핵심전략 발표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손병두 한국거래소 이사장은 25일 기자간담회에서 “물적분할 후 자회사를 상장할 때 심사 과정에서 모회사 주주의 의견을 반영했는지를 묻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말했다.

손 이사장은 “물적 분할 시 기존 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이나 신주인수권을 부여하는 등의 방식은 자본시장법, 상법 개정이 필요하기 때문에 시간이 걸린다”며 “상장 심사 시 주주 의견을 들었는지를 ESG(환경·사회적 책임·지배구조) 관련 심사조항에 포함하는 것은 법이나 규정 개정이 없어도 된다”고 설명했다.

물적분할하는 신설 회사를 상장하는 기업이 늘면서 모회사 소액주주 불만이 커지는 데 따른 대응이다. 물적분할이란 모회사 주주에게 신설 자회사의 주식을 주지 않고 모회사가 100% 주주가 되는 형태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년 이후 지난해 11월까지 물적분할은 148건으로 전체 분할의 89%를 차지한다.

오는 27일 LG화학에서 물적분할한 LG에너지솔루션의 상장을 앞두고 모회사인 LG화학 주가는 계속 추락 중이다. 25일 LG화학은 64만3000원으로 마감했다. 지난해 2월 5일 최고점인 102만8000원 대비 37% 하락한 수치다.

출렁이는 LG화학 주가

출렁이는 LG화학 주가

핵심 사업에 대한 분할 상장 뒤 모회사 주가가 하락한 경우는 LG화학뿐만이 아니다. SK바이오사이언스(SK바사)를 분할 상장한 SK케미칼은 SK바사 상장(지난해 3월 18일) 이후 57.9%가 떨어졌다. 같은 기간 SK바사 주가가 1.8% 상승한 것과 대조적이다.

SKIET가 상장된 지난해 5월 11일 26만9000원이었던 SK이노베이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 23만4500원을 기록해 12.8% 하락했다. 같은 기간 SKIET의 하락률(7.4%)보다 높다.

한국조선해양은 현대중공업이 물적분할해 상장한 지난해 9월 17일 10만5500원에 거래를 마쳤지만 이날은 8만3000원을 기록하면서 21.3% 하락했다. 같은 기간 12.3% 내린 현대중공업보다 하락 폭이 컸다. 지난해 카카오뱅크와 카카오페이를 각각 분할 상장한 카카오 역시 주가 하락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해외에선 모회사와 물적분할 자회사 동시 상장이 매우 드물다. 이수환 국회입법조사처 변호사는 “모회사와 자회사가 동시 상장하는 경우는 미국이 0.5%, 프랑스 2.2%, 일본 6.1% 등으로 낮다”고 말했다. 올해도 대기업을 중심으로 분할 상장 ‘열풍’은 이어질 전망이다. 이마트에서 분할된 SSG닷컴이 연내 상장을 앞두고 있다. 카카오는 카카오엔터테인먼트와 카카오모빌리티를 물적 분할 후 상장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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