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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디지털 세상 읽기

마이크로소프트의 계산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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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박상현 오터레터 발행인

마이크로소프트(MS)가 지난주 대형 게임제작사 액티비전 블리자드를 687억 달러라는 거액에 인수한다고 발표해서 업계를 놀라게 했다. MS의 인수합병 역사에서 가장 큰 규모였던 링크드인 인수(281억 달러)를 두 배 이상 뛰어넘는 액수이고, 게임업계 최대의 거래였다. 그런데 CEO 사티아 나델라는 이 딜을 발표하면서 ‘메타버스’라는 단어를 다섯 번 이상 사용해서 관심을 끌었다. 이번 결정은 메타버스 플랫폼 개발을 위함이라는 설명이다.

나델라의 말은 설득력이 있다. MS는 소셜미디어에서는 페이스북에 뒤처져 있을 뿐, AR 헤드셋·게임콘솔과 같은 하드웨어와 다양한 기업용 서비스를 갖춘, 메타버스에 준비된 기업이다. 그런데 페이스북이 사명을 메타로 바꾸면서까지 총력을 기울이면서 디즈니와 나이키, 심지어 월마트까지 메타버스 열풍에 뛰어든 상황이다. 메타버스가 정말로 차세대 인터넷의 대세가 된다면 MS는 20년 전 인터넷 붐을 놓친 뼈아픈 경험을 반복하고 싶지 않을 거다.

하지만 나델라의 메타버스 강조에는 또 다른 계산이 있다는 지적도 있다. MS는 이미 세계 4위의 게임 배급사이자, 소니·닌텐도와 함께 게임콘솔의 거인이다. 이런 기업이 대형 게임사를 인수한다면 독점방지법 위반 소지가 크다. 특히 미국 정부가 한창 빅테크의 독점 여부를 조사 중이기 때문에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시점이라 나델라는 이번 인수를 게임기업 인수가 아닌, 메타버스를 향한 포석으로 포장할 필요가 있다는 것. 그렇게 할 경우 MS는 게임업계의 독점적 기업이 아닌, 메타버스 개척에서 메타·애플 등과 “경쟁하는” 기업이라고 설득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