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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아온 심상정 “심상정과 정의당 재신임 구할 것"…"진보 기득권 타파"도 외쳐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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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대선에서 국민들께 심상정과 정의당의 재신임을 구하겠다.”
갑작스런 닷새간의 잠행에서 돌아온 심상정 정의당 대선후보가 내놓은 결론은 완주였다. 17일 자청한 기자회견에서 심 후보는 잠행 이유에 대해 “단순히 지지율 때문은 아니었다”며 “선거운동을 하면서 저와 정의당이 손 잡아야 할 분들과의 거리가 아득히 멀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어디서부터 변화해야 하는지 침묵 속에서 깊이 성찰했다”는 심 후보는 “대한민국에 제역할하는 진보정당 하나는 있어야 한다며 성원해주었던 시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해 진심으로 죄송하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지난 12일 오후 방송 인터뷰를 마친 뒤 귀가하던 중 “현 선거 상황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이 시간 이후 모든 일정을 중단하고 숙고에 들어가겠다”고 선대위 통보한 뒤 경기도 고양시의 자택에서 칩거했다.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겸손하게, 당당하게, 한층 엄혹해진 불평등의 시대에 진보정치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은,포기할 수 없는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나아가겠다" 말했다. 김경록 기자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1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연 대국민 기자회견에서 "겸손하게, 당당하게, 한층 엄혹해진 불평등의 시대에 진보정치의 꿈을 결코 포기하지 않은,포기할 수 없는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나아가겠다" 말했다. 김경록 기자

구체적 반성의 대상으로 2019년 더불어민주당과 손잡고 추진했던 선거제 개혁 실패를 거론했다. 심 후보는 “더 큰 힘을 가지고 약자들의 삶을 개선하는 정치를 하고 싶었다. 그 소명을 이루고자 선거제 개혁에 모든 것을 걸었지만 성공하지 못했다”며 “그 과정에서 진보의 원칙이 크게 흔들렸다. 뼈아픈 저의 오판을 겸허히 인정한다”고 말했다.

반성 끝에 찾은 길은 제휴와 연대가 아닌 독자적 선명성 강화였다. 심 후보는 ▶남탓 하지 않기▶지지율에 일희일비 않기▶어렵고 힘든 일 피하지 않기를 ‘하지 않을 일’ 3가지로, ▶노동ㆍ여성ㆍ기후위기 대변▶진보의 금기 깨기▶사회 공통 가치 복원을 ‘해야 할 일’ 3가지로 꼽았다.

‘해야할 일’의 방점은 ‘금기 깨기’에 찍혔다. 심 후보는 회견 뒤 기자들과 문답 과정에서 “진보에도 기득권이 있다”며 “정년 연장 문제를 비롯해 대기업과 중소기업 노동자들, 정규직과 비정규직 노동자들 간 연대를 가로막는 여러 요인들을 공론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연금개혁도 금기 중 하나로 꼽았다. 심 후보는 “가장 구체적인 연금개혁 방안을 갖고 있는 게 저”라며 “해당 주체들과 본격적으로 논의해 가겠다”고 말했다.

심 후보는 여타 진보성향 군소 정당과의 후보 단일화를 위한 추가 시도에는 회의적 입장을 보였다. 심 후보는 “진보 단일화는 당 주도로 그동안 추진돼 왔고 또 일단락됐다는 보고를 받았다”고 말했다. 다만 “불평등과 기후위기 그리고 차별에 맞서온 그런 진보 시민 제세력간의 선거 연대를 가능한한 최선의 방법을 동원해 추진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앞서 민주노총과 노동당, 녹색당, 사회변혁노동자당(변혁당), 정의당, 진보당 등 5개 진보정당이 벌여온 후보 단일화 협상은 경선방식 등에 이견을 좁히지 못한 채 지난 9일 최종 무산됐다.

나흘 간의 칩거를 깬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희생자 빈소를 조문하는 것으로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뉴시스

나흘 간의 칩거를 깬 심상정 정의당 대선 후보는 17일 오전 서울 서대문구 신촌 세브란스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광주 신축 아파트 붕괴 사고 희생자 빈소를 조문하는 것으로 공개 행보를 재개했다. 뉴시스

이날 회견장에는 하얀 바탕 위에 노란색으로 ‘심상정’이라 쓰인 3글자가 적힌 배경막이 걸렸다. ‘심·상·정’ 이름 석자의 안쪽은 ‘심상정의당’‘민주당 2중대’‘여성만 보호’‘꼰대’‘킹노잼’ 등 ‘심상정’과 함께 연상되는 부정적 키워드들이 작은 글씨로 가득 채워져 있었다. 정의당 관계자는 “그런 지적들마저 겸허히 받아들이고 극복해 가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비공개로 광주 붕괴사고 현장을 찾기도 했던 심 후보는 이날 회견에 앞서 서울 서대문구 세브란스병원에 마련된 희생자 빈소를 조문했다. 회견에서 심 후보는 “책임자를 구속도 못시키는 이런 현실이 또 참사를 불러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회견 뒤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장애인 이동권 사진전 ‘버스를 타자’를 둘러본 심 후보는 구의역 스크린도어 사고현장, ‘강남역 살인사건’이 벌어졌던 강남역 10번 출구를 거쳐 광화문 광장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편 이날 공개된 리얼미터 여론조사(오마이뉴스 의뢰)에서 심 후보는 지난주에 비해 0.8%포인트 떨어진 2%를 기록했다. (※자세한 내용은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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