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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목상권 침해, 경영진 ‘먹튀’…카카오 컨트롤타워가 없다

중앙선데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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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1호 15면

국민 지탄받는 ‘국민 메신저’ 

국민 메신저 카카오가 전례 없는 곤경에 처했다. 주가 하락으로 투자자들의 원성이 높아지고 있다. 카카오 주가는 10만원 아래로 떨어졌다. 10일 9만6600원을 찍은 이후 13일까지 10만원을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카카오가 10만원을 밑돈 것은 지난해 4월 액면분할 이후 처음이다. 주가는 늘 오르내림이 있다. 그런데 하락의 주원인으로 자회사 경영진의 모럴 해저드(도덕적 해이)가 지목된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이른바 ‘쪼개기 상장’(사업부문을 별도회사로 독립시켜 상장함)으로 모회사 기업 가치를 떨어뜨린다는 비난에도 직면해 있다. 카카오는 쪼개기 상장의 대표적 기업으로 불린다. 회사를 둘러싼 대외 불확실성도 커졌다. 카카오는 갑질 플랫폼, 골목상권 침해기업으로 낙인찍혀 있다. 카카오T 택시사업에서 호출수수료 갈등이 발단이 됐다. 플랫폼 기반 빅테크 기업을 주 타깃으로 하는 온라인플랫폼 공정화법이 대통령 선거 뒤 국회에서 본격적으로 다뤄지면 카카오는 직접 영향권에 들어갈 가능성이 크다.

2020년 3월 18일, 김범수 카카오 이사회 의장은 ‘카카오 시즌2’ 개시를 선언했다. 이날은 카카오톡 10주년 기념일이었다. 김 의장은 전 직원에게 보낸 영상 메시지에서 지난 10년을 ‘카카오 시즌1’이라 규정했다. 그는 “이제 시즌2를 위한 다음 10년을 준비하자”며 “기회와 위기가 공존하는 또 다른 10년 앞에 우리의 길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카카오의 시즌2는 순탄치 않다. 시즌2의 첫 걸음은 좋았다. 코로나19였다. 팬데믹 상황에서 비대면 비즈니스가 눈부시게 성장했다. 주가 급등으로 카카오 기업가치는 가파른 상승세를 탔다.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그래픽=박춘환 기자 park.choonhwan@joongang.co.kr

카카오는 2014년 10월 포털사이트 다음커뮤니케이션즈과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했다. 당시 합병회사 시총은 4조원 가량. 카카오가 수익가치를 높게 인정받아 3조원, 다음은 1조원에 좀 못 미치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지난해 6월 카카오 시총은 70조원을 웃돌았다. 합병 6년여 만에 기업가치가 무려 18배나 성장한 것이다. 자회사들은 잇달아 성공적으로 상장했다. 이렇게 기회만 넘쳐날 것 같았던 카카오는 왜 몇 달 새 위기설에 휩싸인 것일까. 현재 시총은 지난해 7월 고점(75조원) 대비 45%나 빠졌다.

업계에서는 규제 이슈와 경영진 리스크 두 가지에 발목이 잡힌 형국이라고 지적한다. 카카오의 경영기조는 계열사의 독립경영, 자율경영을 지지하는 것이다. 자회사를 많이 거느리고 있거나, 자회사 지분율이 높은 기업은 대개 내부에 자회사 관리조직을 따로 둔다. 자회사와 모회사 간, 또는 자회사 간의 주요 경영 활동을 직·간접적으로 조율하고 통제하는 경우가 많다. 카카오는 그렇지 않다. 카카오는 그룹이라는 표현을 쓰지 않는다. 스스로를 공동체라고 부른다. 업계에서는 카카오 공동체에는 기본적인 조율 외에 컨트롤타워 기능을 하는 조직이 아예 없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자회사에 대한 컨트롤타워 부재 때문에 플랫폼 갑질 논란에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 있다. 지난해 8월 카카오모빌리티는 택시기사를 대상으로 한 우선배차 유료 멤버십에 이어 승객에게서 받는 스마트 호출료를 최대 5000원까지 인상하는 방안을 추진했다. 이 계획은 여론의 강력한 반발에 직면했다. 당황한 카카오모빌리티가 서둘러 취소를 선언했지만 후폭풍은 예상외로 강했다. 플랫폼의 독과점 폐해를 대표하는 사례로 지목된 것이다. 카카오의 골목상권 침해 논란이 덩달아 부각되면서 플랫폼 규제 이슈에 휩싸이게 되었다.

미용실, 꽃배달, 네일숍 등 영세 자영업자의 생계를 위협하는 기업이라는 오명을 뒤집어쓰게 된 게 이 때다. 카카오는 카카오모빌리티의 이 같은 계획을 사전에 전혀 몰랐던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이 같은 자회사 리스크를 같이 관리했어야 했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컨트롤 기능 부재를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는 또 있다. 지난해 중순 투자자들을 어리둥절하게 하는 일이 있었다. 카카오뱅크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증권신고서를 공시한 게 6월 28일이다. 그런데 불과 4일 뒤인 7월 2일 카카오페이 역시 IPO 증권신고서를 공시한 것이다. 공동체 내에서 계열사 증시 상장마저도 조율되지 않고 독립적으로 처리된다는 이야기다.

김범수 의장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장에 여러 차례 출석했다. 영세 자영업자와의 공생 의지 부족을 질타당한 김 의장은 이렇게 말했다. “그동안의 성장방식을 버리고 근본적인 변화를 꾀하겠다. 자회사의 성장에 취해 사회적 책임을 다하지 못한 점을 반성한다.” 그러면서 한편으론 플랫폼을 과도하게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에 대해서는 항변했다. 이른바 플랫폼의 빛과 그림자론이다. 그는 “자본, 빽, 기술이 없어도 플랫폼을 통해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 사람들이 많다”고 말했다. 카카오에겐 국감 이후가 아주 중요한 시기였다.

이 때 카카오페이 경영진의 주식 매각이 또 한 번 발목을 잡았다. 지난해 12월의 일이다. 카카오 대표로 내정된 류영준 카카오페이 대표 등 경영진 8명이 스톡옵션을 행사하여 900억원 어치 주식을 시장에 대량 매각했다. 카카오페이 상장 한달도 안 된 시점이었다. 회사 주가가 급락하기 시작했다. 주주들에 이어 내부직원들까지 성토대열에 합류했다.

카카오는 이러한 사건들을 계기로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최근 기존의 카카오 공동체 컨센서스센터를 공동체 얼라인먼트 센터로 전환한 것이 대표적이다. 계열사 간 협력이나 시너지 창출모색 기능을 넘어 컨트롤타워로서 기능을 강화하겠다는 뜻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선 긍정적 시각과 부정적 시각이 혼재한다. 자회사들이 책임회피를 위해 어지간한 사안은 모두 얼라인먼트 센터와 조율을 거치려 할 경우 신속한 의사결정과 책임경영 체제가 무너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그런 한편으로 현재 카카오가 위기상황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그룹 전체를 조망하고 조율하는 리스크 관리 기능이 절실하며, 조직개편은 타당하다는 평가도 있다. 공동체 얼라인먼트센터는 지난 13일 카카오 공동체 상장사 임원들의 주식매도 규정을 마련하여 시행에 들어간다고 밝혔다. 모든 계열사 임원은 상장후 1년간, 최고경영자는 2년간 주식매도를 금지한다는 방침이다. 업계에서는 카카오가 비즈니스를 둘러싼 이해집단과의 공생과 신뢰회복 방안 역시 순차적으로 제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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